위기의식도 혁신의지도 상실한 새정치연합 

세월호 참사와 잇단 인사 패착 와중에서 치른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자충수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지도부가 사퇴하고 구원에 나섰던 박영선 체제마저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실수와 오판을 반복하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난파 직전의 새정치연합이 선택한 것은 비상대책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었고 물밑에서 역할 했던 계파의 수장들이 전면에 다시 등장하여 당을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제는 이렇게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애당초 당의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할 의지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패기도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했으며 계파 간에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담합의 장으로 퇴색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비상’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사활을 건 활로 모색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비상식적인 당 운영을 일상화하면서 차기 전당대회까지 시간만 때우는 형국이다. 야당의 지지층들은 현재의 야권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와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오죽하면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 왔던 시민사회 원로들이 새정치연합을 저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보 정치세력 결성에 나서겠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새정치연합에는 과거 60∼70년대 민주화세력 뿐만 아니라 소위 386이라 불리던 80년대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위기상황에 앞장서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세력이나 인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다시 친노, 비노타령을 하면서 끼리끼리 전당대회를 하고 그렇게 지도부를 선출한다면 야당은 점점 더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야권에 애정을 가진 인사들이 새정치연합이 지금 혁명의 싹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 것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내팽겨치고 인사패착을 남발해도 50%대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오불관언일 수 있는 것도 현재의 야당이 너무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더 늦기 전에 야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정권교체에 나서지 않는다면 야당의 지지층들은 더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범 야권을 아우를 새로운 리더십 세워야

내년 2월에 치러질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는 단순히 당 대표를 새로 뽑는 집안 잔치로 끝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나, 친노냐 비노냐의 계파대결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돌려막기식 지도부 교체에 머문다면 야권 지지층과 국민은 외면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야당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제대로 자리 잡고자 한다면 먼저 친노라 통칭되는 계파부터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는데 이번 기회에 당당히 홀로 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문재인대 반문재인 구도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당내의 소장 개혁세력이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결집하여 과거 김영삼, 김대중의 40대 기수론 같은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이러한 변화의 기운이 조성될 수 있다면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독주에 분노하는 민심을 다시 결집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범 야권세력이 한데 뭉칠 수 있도록 새정치연합은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새정치연합 만의 힘으로는 2016년 총선이나 나아가 2017년 대선에서 다시 실패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범야권 재결집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야권이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득에 기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실정을 거듭했지만 여당이 변신에 성공하고 여권 내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면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교훈을 반면교사 해야 할 것이다.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새로운 인물찾기에 나서거나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면 야권은 결코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2015년 전당대회가 당의 사활이 걸린 마지막 시험대라 생각하고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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