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앞길을 탈북자단체에 맡길 셈인가

결국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은 무산되었다.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북측은 고위급 접촉과 삐라살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접촉은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 최고위급 실세들의 인천방문을 계기로 어렵게 마련된 남북대화의 기회가 대북전단 문제 때문에 무산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광경이다. 탈북자 단체들이 살포하는 대북전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남북관계의 개선보다 중요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 좀처럼 납득이 되지를 않는다. 국민의 안위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있는 남북관계가 몇 사람의 극단적인 돌출행동에 의해 흔들리고 좌지우지 되는 상황은 분명 정상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국가가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된다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그까짓 전단 가지고 뭐 그렇게까지 난리냐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체제에서는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비방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특유의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정서는 우리가 남북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대화를 해야 하는 상대 체제의 특수성이 담겨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것은 박근혜 정부는 어째서 고위급 접촉 무산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입장을 바꾸려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나 관계개선에 대한 의사가 전혀 없어서 그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언제나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박근혜 정부이지만, 그 주도권만 놓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를 개선시켜나갈 의사를 박근혜 대통령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북한과의 기싸움이다.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에 매달리고 그 중단을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수록 박근혜 정부는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확보를 우선하곤 하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 기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정부가 밝힌 원칙을 북한이 요구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둘째, 보수층의 여론에 대한 의식이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섰을 때 자칫 일부 보수세력과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그러한 장면이 박근혜 정부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여론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 살포 저지를 북한만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역주민들과 국내 각계에서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지간하면 정부가 입장을 바꿀 법도 하건만, 요지부동으로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판단된다.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막을 수 있는 길이 왜 없겠는가. 항공법, 형법상의 일반이적죄,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적용하여 막거나 처벌할 수 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현재의 법적 근거만 갖고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역주민들과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가 아닌가. 법적 근거가 비미하다면 정부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막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국정운영 방식이 대북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으면 누가 뭐라해도 다른 얘기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자신의 판단만을 절대시하며 매달리는 국정운영 방식이 대북전단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의 목소리는 북한만의 요구가 아니다.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데 지역주민을 비롯하며 야당과 많은 국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불통의 리더십이다   

남북관계의 앞길을 누군지도 모를 탈북자단체의 몇몇 인사들에게 맡겨놓고 정부는 뒤로 빠져있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앞길이 달려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그렇게 할 권리는 없다. 이제라도 국민의 우려에 귀기울여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박근혜 정부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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