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점제는 실패한 정책… 수능시험 제도는 없어져야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는 지난달 20일 ‘폴리뉴스 14주년, 폴리피플 5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특별인터뷰를 위해 ‘9시 등교제’로 요즘 교육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자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남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만났다. 소문대로 청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노련한 교육전문가답게 교육 전반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먼저 후보시절부터 강조한 ‘혁신학교’에 관해 그는 “학생중심, 현장중심으로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교육”이라며, “그 결과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학교 가기가 즐겁고, 선생님들은 큰 보람을 얻는 변화가 경기도에서 일어났고, 그 변화를 좀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교육감의 대표정책인 ‘9시 등교제’에 대해서는 “일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원론적으로 9시에 시작한다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반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비치고 “아마 내년쯤이면 전국의 절반 이상이 9시 등교로 바뀔것”이라고 말했다. ‘상벌점제’에 관해서는 “상벌점 제도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폐지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또 “초중고등학교의 경쟁을 위한 줄세우기식 시험을 대폭 줄이겠다”며 “반드시 수능시험 같은 제도는 없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정말로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주고 싶다”면서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교육을 이끌어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반갑다. 교육감에 취임하신지 석달이 지났는데, 교육감께서는 선거 때부터도 유독 ‘혁신교육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혁신학교를 굉장히 강조했다. 혁신교육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우리가 교육의 혁신을 말할 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학교문화 또는 교실문화를 이야기 한다. 교실공동체를 바꿔내자, 이 교실문화와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 학생중심의 변화, 개혁,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교육. 교과서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현장중심의 교육, 선생님이 가르치는게 아니라 스스로 뭘 찾고 만들어가는 그런 교육이 바로 혁신교육이다. 이런 교육의 변화가 사실상 지난 2000년대부터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해 경기도에서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교육에 아주 핵심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교과 운영방법이 바뀌고, 수업방법이 바뀌고, 그 결과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학교 가기가 즐겁고, 선생님들은 큰 보람을 얻고. 이런 변화가 경기도에서 일어났고, 그 변화를 좀 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선거 때 말씀드렸던 내용이다.

- 교육감께서는 과거에 장관, 교수, 당대표, 성공회 사제 등 여러 활동들을 해오셨고, 유력정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도 하셨다. 당시 교육문제도 고민해보셨을 텐데 그때 만났던 교육이라는 부분과 지금 교육감을 실제로 하시면서 느끼는 교육문제는 어떤가?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리들이 배운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목적 자체가 대학입시를 바라보고 하는 교육이었다. 그래서 입시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지금도 학생들을 보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수능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학부모들의 열정이라는 것이 어떻든 자기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제1목표로 삼으니까 그런 교육으로 가고 있는 거다. 저도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그런데 그런 교육이 과연 성공했느냐. 사실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것,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성장시키고 사람을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이지 대학입시에 성공하는 게 곧 교육은 아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하는 것이 정말 이세상을 바르게, 의롭게,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게 교육이라고 한다면 교육의 내용도 방법도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제일 핵심적인 것은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 가는게 즐겁지 않고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거기서 나오는 교육을 가지고 무슨 미래의 꿈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고 그런 건강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겠나.

- 학생이 행복해야 되고 학교가 즐거워야 된다, 참 꿈 같은 이야기인데 지금 혁신학교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혁신학교 학부형을 선거 전에 만났다. 선거에 저는 안 나오려고 했다. 저는 이미 은퇴한 사람이고 선거에 나선다는 게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실 못한다고 했는데 학부모 한 분이 오셔서 자기 아이가 혁신학교를 다니는데 공부는 제대로 못하지만 과거와 다른 큰 변화가 그렇게 학교 가기를 즐거워한다는 거다. 그래서 자기 아이의 즐거움을 좀 지켜달라는 게 요청이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했으면 그 얘기가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공부를 못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가기가 즐겁다고 한다면 이건 정말 굉장한 변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교육을 지켜간다는게 우리 사회의 미래의 길이 아닐까. 제가 거쳐온 직업이 참 많다. 그것은 다 저에게 당해있는 현안문제를 다루는 직업이었다면, 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것참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서 결국은 제가 결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아침이 있는 삶을 만들어 보겠다는 9시 등교제,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반대도 많지 않나?

일부의 반대는 있었지만 대개 반대하는 분들도 ‘9시 등교 그 원칙은 좋다, 그런데 절차가 너무 빨리 간거 아니냐’ 하는 시비, 또 ‘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책이 있는거냐’ 이런 말씀들이다. ‘9시에 시작하게 되면 좀 늦게 끝나는거 아니냐. 그러면 어떡할거냐’, 특히 고3학생들 같은 경우는 ‘수능시험을 두 달 앞두고 있는데 이걸 바꾸면 학생들의 생체리듬이 깨져서 그나마 시험을 잘 못보면 어떡할거냐’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원론적으로 9시에 시작한다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반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학생들의 건강과 성장과 정서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몇 년 전에 그 얘기를 꺼냈다. “잠 좀 자고, 밥 좀 먹자” 실제로 고등학교 학생들이 7시 반까지 학교에 가고, 중학생들이 8시까지, 초등학생들도 8시 10분 내지 20분이면 학교에 간다. 학교 가서는 뭐하냐, 0교시 수업을 했다. 0교시 수업에 거의 다 잔다. 아침밥도 못 먹고 오니까 아이들이 아침부터 상쾌하고 행복한 아침이 아니고 불쾌하고 뭔가 찌뿌둥하고 그런 상황에서 아침을 시작한다. 그래서 적어도 아침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자 하는게 첫 번째 생각이었다.

두 번째로는 부모와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이 저는 인성교육의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가까운 부모와 형제간에 이야기도 못하면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겠나. 그런데 실제로 부모가 아이를 잘 이해 못하고 아이도 부모를 이해 못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대화가 없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누가 그러더라. 저녁에 만나면 되지 않느냐. 아마 열 가정 가운데 한 가정도 그렇게 만나기 힘들거다.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거나 애들이 학원 갔다 늦게 오거나. 그래서 이 9시 등교가 모든 학교생활 정상화의 완성이 아니라 첫출발이고, 이 출발이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판단해 시행하게 됐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무지하게 행복해한다.

- 다양한 자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15~20% 정도에 머물고 있지 않나.

이걸 잘 봐야 하는데 학교에 컵라면이 없어졌다. 아침에 일찍 와서 뭐 먹을 건 없고 컵라면 사와서 뜨거운 물 부어서 적당히 먹던 컵라면이 없어지고, 두 번째는 학교가 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려고 하니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서 아침 시간에 자기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굉장히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생들은 아빠 엄마와 같이 아침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학생들 얘기가 아침밥도 먹고, (잠도 충분히) 자고 학교에 오니까 아침 첫 시간부터 수업에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것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건 또 하나하나 고쳐 나가겠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이 정책이 제가 만든 정책도 아니고, 교육청이 만든 정책도 아니고, 학생들이 만들어서 요구한 정책이라는 거다. 학생들이 정책을 요구해서 정부 교육당국이 받아들인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9시 등교라는 것이 학생들을 학교와 교육현장의 맨 가운데 두고 학생들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을 만들어가는 것, 교육을 만들어가는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 다른 시도에서의 움직임은 어떤가?

몇 군데가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제주도라든가 전북이라든가 강원도, 서울 같은 곳이 지금 준비중에 있다. 저는 아마 내년쯤이면 전국의 절반 이상이 9시 등교로 바뀌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해보니까 좋거든. 직접 9시 등교를 해보니까 그만한 여유가 생기고 가족들과도 좋고, 심지어 어떤 분은 이런 이야길 하시더라. 아이가 고3 여학생인데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짜증내고 신경질 내고 제대로 준비도 못해서 (준비물을) 빠뜨리고 가고 그러다가 지금은 너무 여유가 있고 아이가 성질도 안부리고 행복해졌다는 거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이게 작은 변화가 아니라 가정에까지 굉장히 큰 변화를 주는게 아닌가, 가정의 가족관계까지도 원만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효과도 있는거 같다.

- 입시제도가 안 바뀌어도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수 있는 건가?

저는 이렇게 가면 입시제도도 바뀔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2018년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생(정원)이 더 많아진다. 앞으로 2,3년 내에 급격히 대학입시가 바뀌어갈 거다. 그때쯤 되면 대학이 오히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이제는 정말 시대가 바뀌어서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어느 과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네가 정말 할 수 있는 게 뭐냐, 네 능력을 좀 보여달라, 이게 아마 모든 직장과 사회의 요구가 될 것이다. 과거의 경우와 달리 이제는 대학교육이 보편적 교육이 되지 않았나. 실제로 대학을 안가더라도 대학간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개성있고 역량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직장에 가서 성공적으로 직장생활 하는걸 보면 실제로 대학 가는 것 이상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내에 대학가는 분위기는 확실히 바뀔 거라고 본다.

저는 그 가운데 반드시 수능시험 같은 제도는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능시험이 사람의 생각을 단순화 시킨다. 실제 자기 지식능력의 표현이나 사고를 해서 결정하는게 아니고 시험 볼 때 모르면 찍고, 찍어서 우연히 맞추고…. 그저 그런 사지선다 또는 오지선다형이나 단순한 학습의 분위기에서 좀 더 깊이 있는 학습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 교육감께서는 상벌점제를 폐지하겠다고 하셨다. 체벌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나온게 상벌점제인데, 그럼 도대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나, 하는 의견도 많던데?

선생님들이 직접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 학생들을 우리가 어떻게 통제하느냐.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이렇게 대답했다.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학생들과 함께 가는 그런 마음을 갖으십시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정말 올바른 관계가 되면 학생들이 저절로 변화된다. 이 상벌점이라고 하는 것으로 해서 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벌점 주면 받는 사람은 다 억울하다. 왜 쟤는 안주고 나는 줘~ 그게 공정하게 줄 수가 없다. 선생님은 재판관이 아니다. 또 그것만 생각하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선생과 학생간의 관계를 정말로 선생님과 제자와의 관계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오늘 제가 성남 샛별중학교에서 급식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판교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태를 놓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한 학생이 하는 얘기가, ‘기본적인 질서의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가령 환풍구 같은 곳은 올라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곳에 올라간 것 자체가 우리에게 질서가 별로 잘 잡혀지지 않은 게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적 질서가 문젭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내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아이들 보통 아이들이 아니다. 이미 초등학교 때 성인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벌점을 줘가지고 뭘 어떻게 관리를 하고 지도를 하겠나. 오히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펴나가면서 이 학생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그런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이런 얘길 한다.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 어깨 두드려주고, 사랑의 표시로 허그해주고… 그것으로써도 학교폭력이 없어진다 그러더라.

- 그럼 혁신학교에서는 지금 상벌점제를 폐지한건가?

제가 알기론 없다. 실제로 있다고 해도 줄 필요가 없는 거다. 상벌점 제도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고 이 자체가 효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이것(상벌점제)을 단연코 없애는 걸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서는 초중고등학교의 시험도 경쟁을 위한 시험은 대폭 줄이려고 한다. 수업 끝날 때쯤에 쪽지시험을 보면서 ‘네가 오늘 공부하면서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한번 판단해봐라’ 하는 시험은 노상 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줄 세우기 위한 시험을 그렇게 여러 번 본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거다. (일년에) 보통 16번을 본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제발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시험이 어렵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상대방하고 비교해서 쟤는 1등, 나는 5등 이렇게 서열을 매기는게 싫은 거다. 왜냐, 각자가 자기 존재감이 있는 건데 왜 그걸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등수를 매기고 서열을 매기나. 그걸 못견디는 거다.

- 교육감마다 출신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교수 출신, 교육관료 출신, 학교 교장선생님이나 현장교사 출신 이렇게 대별했을 때, ‘교수들은 이상론에 가깝다’ 이런 이야기 못 들어봤나?

저는 총장 출신이다.(웃음) 저는 사실 굉장히 긴 기간 교육에 관계를 했었고, 여기 나오기 직전까지 유치원 이사장으로 있었다. 그리고 제가 국회에 있을 때 교육위원으로 유초중고등학교를 총괄해서 대학까지 정책을 만드는데 주로 관여를 했다. 사실 현 유아교육법도 제가 입법발의해서 법으로 되었다. 그래서 저는 사실은 상당히 교육계 가까이에 있었고, 교육계 안에 있어왔고 이제는 아주 교육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거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와서 보니까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이유가 제가 10년 전 국회의원일 때 교육위원 하면서 본 교육의 상황과 지금 (상황)이 전혀 변화가 없다. 전혀. 오히려 학교나 교육계가 가지고 있는 견고한 성과 같은 견고한 관행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줄까 하는게 지금 제 생각이다.

-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하실 당시에 이해찬 전 총리가 교육부장관하시면서 ‘하나만 잘하면 대학갈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즉 이해찬 세대, 교육계에서는 실패한 세대로 일컬어지는데 지금 교육감을 하시면서 그때를 반추해보셨을 때 그때 뭐가 문제였나.

제일 큰 문제가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누구나 대학가고 싶은 사람은 다 가게 해주겠다 해서 대폭 대학입학정원을 늘린 것이다. 그리고나서 더 나아가 대학인가를 인가제에서 준칙제로 바꿨다. 기본만 있으면 누구나 다 법인을 만들고 대학준칙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만 되면 허가할 수 있도록 하니까 상당수 대학이 양산되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거다. 대학입학률이 80% 넘는 나라가 전세계에 없다. 이 결과로 청년실업을 대폭 만들었다. 대학 나온 청년이 갈 수 있는 데가 한계가 있지 않나. 미국같은 경우도 자격이 넘으면 그 직에 못 가는 경우가 꽤 있다.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대학을 가는게 아니라 정말 인간이 성장하고 자기가 이세상 속에서 역할 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게 하는게 가장 큰건데, 마치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처럼 모든게 다 집약되어 갔던 것이 잘못된 정책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 보면 많은 사람이 대학교육을 받음으로써 사회가 그만큼 빠르게 여러 면에서 성장해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라는 것이 이렇게 된 것은 역시 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않아 있는 거다. 그러니까 교육정책을 실패다, 아니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이제까지 받아온 교육체제 소위 5.31교육과정, 제7차 교육과정이라고도 하는 이 교육과정은 단번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러 해 동안 하나하나 변화를 시켜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목표한 것이 아니었을런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소수의 엘리트를 양산하는 소위 수월성 교육을 시킴으로 해서 많은 학생들이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그런 상황에 빠지게 한것이 과거교육의 병폐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 말씀하신 평등교육과 수월성 교육에 있어서 자사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자사고 문제로 난리가 벌어졌는데 경기도에도 자사고가 있지 않나. 교육감께서는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실 생각인가?

현대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 교육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각자의 재능과 각자의 역량을 계발해주는 다양한 영역으로 가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인데, 다양한 교육이 차등화된 교육으로 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출발선은 누구나가 다 같아야 된다. 그런데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준다, 그것이 저는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자사고가 만들어질 때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법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 하나하나의 역량을 계발하고 학생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계발해주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거고, 그와 동시에 학생들이 개성있는 자기 진로를 찾을 때 그것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거다. 그런데 이제껏 자사고는 그렇지 않았다. 좀 변질이 되었다. 문제가 된 건 자사고가 아니고 변질된 자사고가 문제인 거다. 입시위주로 학생들을 몰아넣고 새벽부터 밤까지 교육을 시키는 건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벗어나서 정말 인간성을 살리는 교육을 시켜야 우리 미래도 있고 개인의 미래도 있다.

-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서울대 폐지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동의하시나?

저는 서울대를 폐지하면 비슷한게 또 나올 거라고 본다. 다만 서울대를 변혁시켜야 한다. 그래서 서울대는 정말 다른 대학이 할 수 없는 분야들, 가령 기초과학이라든가 인문학 분야에서도 어려운 분야라든가 이런 것들을 해나가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국가예산을 들여서라도 정말 거기서 좋은 기초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들어서 국가발전의 기초를 놓는게 중요하다. 다른 대학과 경쟁하는 의미에서 다른 대학이 할 수 있는 분야까지 다 서울대학이 해버리면 곤란하다. 그래서 저는 서울대학 가운데서 일부 폐지할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가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정말 개척을 하는 분야의 학과가 있어야 된다는 거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1997년 IMF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실제로 이것을 대처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없었다. 중동사태가 일어났을 때, 아프가니스탄 사태나 이라크전이 일어났을 때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볼거냐, (판단할 수 있는) 전문학자가 외교부 안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너무 편중되어있는 거다. 인기있는 분야나 잘나가는 분야 거기에 다 매달리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주로 거기 더 먼저 가고 그래서 결국 사회가 이렇게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라. 머리 좋다는 사람들 다 의과대학, 법과대학 가서 의사, 판사되면 이 사회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는데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교조는 다시 합법노조로서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감께서는 어떤 입장이신가?

일단 법원이 전교조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이 판결에 대해서 불만은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이미 15년 넘게 법적인 노조로 교원단체가 활동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중대한 사안도 없이 법정으로 끌고 가고 법정에서 마침내 법외노조로 만든거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든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항소심에 올라가 있고 또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법적 지위를 가져가게 된 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경기도의 경우는 8명의 전임자가 있었다. 그 가운데 두 분은 본부에 남아계셨고 여섯 분은 학교로 돌아가셨다. 그랬다가 이번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즈음해서 다섯 분은 그대로 남고 한 분만 다시 돌아가서 업무를 보는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을 해 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저는 근본적으로 교원단체가 법률에 의해서 이렇게 재단당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원단체에 대해서는 교육계가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교원단체로서 어떤 상당한 기여를 해온, 물론 여러 가지 비판도 받아왔지만 그 이상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전교조에 대해서 이렇게 법률적으로 처단한다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있어서 교과서가 매우 중요한데 국사교과서 국정교과서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거쳐서 교과서를 어떻게 하느냐를 따져오다가 2011년에 검인정으로 다 돌아가지 않았나? 그게 저는 교육자치, 자치교육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감을 주민이 직선하면서 국가가 주도하던 교육의 틀을 주민이 주도해나가는 틀로 바꿔낸 것이 2009년을 전후한 당시 교육감 직선제 아닌가. 2011년 검인정으로 해서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었고, 이 다양한 교과서 가운데 학부모나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이번에 다시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역사에 역행이다. 그리고 교육의 순리적인 발전과정에서도 역행이다. 더구나 다양한 의견을 놓고 학생들이 어떻게 잘 판단할 수 있게 하느냐는 교육적 관점에서도 교과서를 획일화해서 국가가 인정하는 그것만 교과서로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스러운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에 선출되신 교육감님들은 아마 세월호 사건과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경기도는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단원고가 경기교육청에 속해있지 않나. 세월호 특별법 가지고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는데 실제 단원고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유가족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세월호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가족들의 주장이 있기 때문이 아니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 진실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된다. 왜 304명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이들을 다 죽게 만들었나 하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이러한 사태를 또 막을 수 없다. 누가 책임지고 안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유가족들이 요청해서가 아니고 이 사회의 책임이다. 그래서 저는 진실을 밝혀야 된다는 것을 여러 통로를 통해서 주장했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팽목항에 남아있는 열 명의 실종자들을 구해내지 않으면 일단락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열명 중에 학생 다섯 명과 선생님 두 분이 있는데 이분들을 찾지 않고는 다른 무엇을 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게 가장 우선인데 일단 여러 명이 나와있으니까 뭘 해야 되겠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열 명의 실종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책과 실천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단원고를 어떻게 해야 될거냐 하는 세월호와 떼어놓고 생각해야 될 과제이다. 이 문제를 위해서는 단원고등학교만이 아니고 안산지역 전체 교육계가 정말 황폐화되다시피 충격을 받고 안산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다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한 사고이기 때문에 저희가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 지금 활동하고 있다. 이 기구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단원고등학교의 재학생도 만나고 졸업생도 만나고 생존학생들이나 생존학생 학부모도 만나고 희생자 학부모도 만나고 하면서 단원고등학교를 어떻게 만들거냐 하는 것을 그 지역사회와 함께 깊이 있게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단원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체육관 건립을 위한 교부금을 준비중에 있고, 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의사, 상담교사 이런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치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학교에 남아있는 1학년 3학년 학생들, 그리고 2학년 생존학생들은 모두 (상황이) 다르다. 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들도 지금 기획단이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저는 안산 단원고를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한 기획을 구상중에 있고 그것을 착수해나가려고 한다.

- 일각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기존의 교육에 대해서 그것을 받아들인 학생들은 죽고 뭔가 (저항)하려고 한 학생들은 살았다, 이런 인식이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교육자로서 선생님들이 자유롭지 못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현상을 너무 기계적으로 보는 건 잘못이다. 현실은 오히려 그게 아니고 우리가 그동안 위기관리, 위기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일상적인 훈련이 부족했던 거다. 저는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장거리로 여행을 한다면 당연히 사전에 재난에 대비한 훈련이나 인식이 있어야 했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선실에서 구명조끼 입는게 아니다. 그건 지금 가만히 있어라(의 문제)가 아니고 그런 훈련이 전혀 없었다는 거다. 배에 타면서도 없었다. 위기관리와 재난대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지 못했던 것, 그것은 우리(교사)의 책임이다. 다만 그것을 넘어서서 학생들을 골든타임에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구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사회) 모두가 다 깊은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월호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여기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된다. 그래서 ‘5.31 교육체제에 대체되는 4.16 교육체제를 만들자. 이 4.16 교육체제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협동을 하고, 수월성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성 교육을 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교육을 하고 그리고 수동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교육을 한번 해보자’ 하는 것이 제가 주장하는 4.16 교육체제의 기본적인 성격들이다. 잘 담아 나가도록 한번 해보겠다.

- 마지막으로 교육감으로서 향후 소신과 비전을 말씀해달라.

저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고,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한 인재고 소중한 미래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교육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 이런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을 지켜드리고 존중하는 책임도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주고 싶다.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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