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풀려면 국내에서 합의기반을 넓히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해”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22일 남북문제 전문가인 부산 인제대의 김연철 교수를 모시고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이래 급격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의 흐름에 대해 짚어보고 우리 정부가 10월 30일 개최하지고 제의한 남북고위급 회담의 성사여부에 대해서도 견해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김연철 교수는 현재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상호비방 즉 대북 삐라 살포 중단과 5.24 조치 해제가 핵심이라고 보았다. 남북관계가 중단된 지 7년 차를 맞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 속에서도 이처럼 남북 간의 대화 없이 장기간 긴장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고 경제계 또한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관계마저 막힌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 여론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김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해 확고한 원칙과 정책이 없기 때문에 입장이 흔들리고 청와대도 조정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또한 대통령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임기 2년차 후반기를 넘어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3년 차 이후에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이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5․24 조치 문제와 삐라 살포 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정부가 지금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내년 남북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전체에서도 현 정부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 10월 21일 바로 어제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도 여지를 두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외교는 이념이 아니다. 외교는 국익과 정책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것도 우리 정부가 생각하듯이 이념은 아니다.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6자회담에 대한 태도나 대북정책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있다. 북일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아베 행정부도 나름대로 정책적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를 계속 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의 전략적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2기도 곧 끝나간다. 11월 초에 중간선거가 있는데 기금 오바마 행정부가 매우 어렵다. 여러 가지 경제 정책, 복지 정책 등도 그렇다. 외교 정책으로 치면 시라아 사태, IS 문제, 이라크 문제 등이 난감하다. 당장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미국내 여론도 있다. 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것은 북핵실험을 유예하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그 정도면 굉장히 앞서 나간 것이다. 그 이전에 나온 말들과는 많이 다른 얘기이다. 

이 문제를 바라볼 때 북한의 태도도 중요하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들어와서 외교적 분야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강석주를 유럽에 보낸다든지, 외상을 UN 무대에 보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한다든지,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표단이 참석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선거 전에 오바마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억류 미국인 문제 중 1명을 석방시킨다든지 긍정적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그렇다.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여러 가지 물 밑 접촉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여러 가지들도 봤을 때 얼마든지 긍정적 방향에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외교는 그런 것이다. 우리만 외교를 이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현재 남북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조금만 적극성을 갖는다면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덜 받으면서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끌어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은데 답답한 측면이 있다. 북한 김정은이 40일 정도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남한 내에서 건강이상설, 쿠데타설, 감금설 등 별별 이야기들이 다 나왔다. 최근 다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건강이상설은 체중도 많이 나가고 발목도 안 좋고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현재 북한 지도자는 30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30대 초반이 건강이 안 좋을 수도 있지만 60~70대 노인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대체로 북한 정보에 대해 판단을 할 때도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언론에서 나오는 많은 것들은 거의 근거를 알 수 없는 억측들이 많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탈북자들에 의하면’ 등등 소문과 풍문에 의한 것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매우 수준이 낮은 부분들이다. 우리가 북한 정보를 판단할 때는 여러 가지 체계적인 과정들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기술정보가 있다. 감청도 있고, 영상도 있다. 국방부 장관이 국정감사에 나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모처에 있다고 얘기했을 때에는 그만한 근거를 갖고 얘기했을 것이다. 

다른 주변국들과의 정보공유도 중요한 것 같다. 결국 능력은 첩보를 정보화시키는 과정이다. 수많은 근거 없는 것들의 근거를 따져서 관련성을 맺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정보기관의 수준과 관련돼 있다. 북한의 정보와 관련해서는 정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술정보와 주변국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인프라를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나왔을 때에는 정부가 ‘그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판단해줘야 한다. 이렇게 나름대로 정보 관리가 돼야 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있다 보니까 대북정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정보를 정부가 판단해주는 것은 그것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부재하니까 여러 가지 이상한 소문이 발생해도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굉장히 소모적인 부분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남북관계를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허황된 이야기, 북한 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이야기 등은 정부가 나서서 어느 정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게 잘 되지 않는 것이, 여전히 정부 일부에서는 북한 붕괴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북한 붕괴론은 북한 내부에 권력투쟁이 발생하거나 엘리트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붕괴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상들이 있기 때문에 권력이상설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북한 붕괴론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비판들이 많았다. 북한의 경제 수준 등을 보면 과거에 비해 식량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경제 규모도 그렇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근거가 없는 것이다.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설정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금 우리 경제계 입장에서는 우리 경제 자체의 활로가 막혀있고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경제, 남북간의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에 기대를 갖고 있다.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적극성도 보인다. 북한은 북중관계를 통해 경제 문제를 상당 수준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계속 가면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가 변화돼도 경제분야에서 우리 역할이 실질적으로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다. 남․북․중 삼각관계, 남․북․러 삼각관계가 있다. 남․북․중 삼각관계는 북․중 경협과 남․북 경협의 관계이다. 이게 사실 선순환되면 우리도 좋다. 남북관계도 발전하고 북중관계도 발전하면 삼각관계를 통해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악순환이 되면 북중관계는 진전되는데 남북관계는 교착되어 있다면 이것은 문제이다. 북한이 갖고 있는 경제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광물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중국 기업들이 북한 광산을 차지하면 우리에게 떨어질 게 없다. 조만간 압록강에 북한과 중국을 잇는 새로운 다리가 완공되면 황금평 개발사업도 본격화될 것이다. 

북중 양국간의 임금 격차도 크다. 북한 임금과 중국 임금이 지금도 4~5배 정도 차이가 난다. 당연히 중국 기업 입장에서 북한의 저임금이 갖는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 기업과 위탁가공 사업이라든가 인력송출사업 등을 중국에서 이미 시작하고 있다. 아마 더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 노동력이 무한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북중관계 속에 북한 노동력이 배분되면 당연히 개성공단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한반도 자체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다리이다. 그중에서도 북한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보면 대륙으로 가는 다리이다. 북한이라는 다리를 건너야 러시아 극동으로 가고, 중국 동북으로 갈 수 있다. 가스관, 철도 연결이나 항만 같은 경우에도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경협이 중단돼 있거나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북중, 북러 경협이 속도를 내면 북한이라는 다리를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전된다면 나중에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해도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굉장히 심각하게 봐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대북관계 발언을 할 때 자기 입장에서는 원칙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한다. 교황을 만나서도 ‘통일이 되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곧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인가.

두 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대북정책의 방향성이 전략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방향 자체가 불분명하다보니까 정반대되는 발언을 동시에 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구체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볼 때는 여전히 남북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고 국내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같다. 남북관계 차원이라면 상대를 고려해야 하는데, 상대에 대한 고려가 없고 매우 일방적이다. 예를 들어서 DMZ에 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면, DMZ는 유엔사 관할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한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DMZ 안에 시설물을 만들 수 없다. 조사를 하고 들어가서 건물을 짓든, 무엇을 하든 북한과 협의가 돼야 한다. DMZ에 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이것의 성사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 장성급 회담을 하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모일 때, DMZ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우리가 제안하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데 국방부에서 나온 사람들은 정반대로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 차원이 아니고,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대북정책을 국내정치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피로감이 있고 경제계의 요구도 있으니까 이따금 긍정적인 발언도 하는 것인데  실행하겠다는 수준까지는 얘기를 못하니까 정반대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통일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원회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통일에 대한 과정을 얘기하지 않고 결과만 얘기하는 게 무슨 통일론인가. 남북관계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데, 5․24 조치 문제 등은 방치해놓고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통일 문제를 갑자기 거론하고 반복적으로 얘기하면 긴장만 높이고 통일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 매년 상반기만 되면 연례적으로 군사훈련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나 한반도 전체 긴장이 높아진다. 올해도 8월까지 하는 을지프리덤 훈련까지는 긴장이 높았다. 하반기 이후 연말로 가는 시기까지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기대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나. 

군사훈련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북관계가 활발할 때도 군사훈련은 했다. 하지만 훈련의 내용과 강도 등의 차이가 크겠다. 더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수준이다. 정부간 대화가 이뤄지고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군사적인 신뢰 구축이 진행될 때는 군사훈련 자체가 모든 관계를 중단시킬 만큼 위협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일단 포괄적 관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매우 공격적인 모습만 부각되니까 악순환만 되는 것이다. 순서가 바뀐 것 같다. 전반적인 관계를 풀면 그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왜 전두환 정부는 아웅산에서 북한이 자신들을 테러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후인 1984년에 북한의 수혜물자를 받고 북한과 대화를 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으니까 말할 것도 없다. 그 당시에 그만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참여해야 했다. 당연히 남북관계를 풀어야 설득해서 참여하게 할 수 있으니까, 이념과 상관없이 북한과 관계를 풀어야겠다고 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외교력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에 비례한다. 결국 북한에 대한 설득력이 있을 때 한미간 북한 문제를 우리가 중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고, 한중관계에서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가 나름대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아무런 영향력도, 대화채널도, 설득할 힘도 없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경제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런 접근은 매우 손해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에 3년차이다. 어느 정도 성과를 보려면 3년차에 진전시키는 게 좋다. 그 다음부터는 선거 때문에 국정 장악력도 떨어지고 힘도 떨어진다. 지금이 중요하다. 3년차인 내년에 진전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지금 준비하는 게 맞다. 5․24 조치 문제와 삐라 살포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내년 남북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남북관계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로라고 본다. 

-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한국에 대해 미사일방어체제에 들어오라고 요구하고, 대중 포위전략의 한 축으로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중국은 우리와 경제관계가 깊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적으로는 자기들에게서 이익을 많이 보면서 군사적으로 미국의 편에 일방적으로 서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면도 있다. 양쪽의 압박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에서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지지 않으면 이런 틈바구니에서 더 힘들어질 것 같은데?

반도 국가가 가진 숙명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라비아 반도나 유럽의 독일이 했던 것 등 힘과 힘이 충돌하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들은 늘 강대국 정치가 발휘되는 일종의 운동장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강대국과 강대국이 부딪히면 늘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다. 임진왜란, 러일전쟁, 청일전쟁, 한국전쟁도 마찬가지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대결 국면으로 가면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우리는 가능하면 우리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스스로가 한반도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한반도를 대결의 중간지점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게 되면 우리 발목을 찍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동북아 질서라는 일종의 지정학을 역사적으로 보고,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도 잘 고려해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을 만들어갈 필요성이 있다. 지금처럼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그런데 미중 양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대결을 하게 되면 우리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자초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것을 인식하면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 박근혜 정부가 남북문제를 큰 외교의 관점, 우리의 앞날이 걸린 문제로 생각하기보다는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 때문에 MB 정부가 아무것도 못했던 것처럼 또 5년을 까먹게 생겼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가 동북아질서를 고민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고려했는데 그때보다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통일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에서 공감대를 확대하고, 협력 공간들을 점점 넓혀가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내적 합의 기반이다. 그러니까 통일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 우리 내부적으로 남남 갈등 등을 치유해나가는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명박 정부부터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분열을 조장하고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단한 비판적 평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본다. 남북관계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국내에서 일종의 화해와 화합, 합의기반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야당이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굉장히 수세국면에 몰리고 이념 공세에 몰리니까 남북문제에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중 정부 시절이나 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정책 등 당시에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당당하게 얘기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여론을 추수하는 세력이 승리한 적을 본 적이 없다. 정권을 잡거나 정치적으로 다수의 지지를 얻은 것은 여론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때그때 여론을 따라가서 일종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남북관계 문제를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마치 보수세력들이 던져놓은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갇혀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정치적으로도 그것은 백전백패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남북관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입장, 남북 군사적 긴장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 먼 통일과정에 대한 철학 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고민하기 시작하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국민의 지지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속인다고 해서, 엉뚱한 모자를 쓴다고 해서 속는 국민이 아니다. 원점에서,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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