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민주주의’ 동네에서 함께 아픈 곳 해결을 위해 힘을 집중하는 민주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10월 20일 민선 6기 자방선거에서 재선된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모시고 구정 전반의 구상을 듣는 인터뷰를 가졌다. 민선 5기 때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서 복지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한 김 구청장은 민선 6기 국정 목표로 ‘마을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이를 위해 2016년 마을 총회를 준비 중인 성북구는 주민들 스스로 구정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10월 17일 전국의 38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2기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당면 목표로 두고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가 가진 역사 문화유산을 잘 살려서 성북구를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생활문화 거리로 거듭나게 해서 향후 100년 성북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엔진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간송미술관과 가구박물관 등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유산들을 잘 살려 세계인들에게 자랑함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라 자부했다. 김 구청장은 현재 지방정부가 겪고 있는 재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복지로 가는 방향을 잡은 만큼 중앙정부가 당당할 몫과 지방정부가 책임질 부분을 명확하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늦었지만 재선되신 것 축하드린다. 민선 5기의 여러 성과 중 어떤 부분이 주민들에게 구청장님을 다시 뽑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보나.

민선5기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시작해서 보편적 복지로 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시기였다.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크게 이슈화됐던 게 친환경 무상급식이고 그것으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나게 됐다. 성북구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던 중에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체제가 등장했다. 박시장께서 1호로 싸인을 했던 정책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무상보육, 기초연금까지 복지 의제로 제기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방선거에서 격발된 정책의제가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가는 큰 틀의 전환을 마련했고, 그런 점에서 민선5기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주로 20~3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담론은 글로벌, 경쟁, 효율 등이었다. 그래서 큰 것이 좋고, 정책도 남이 볼 때 눈에 확 띄는 것을 선호하는 외향적인 것을 중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역대 서울시장들이 했던 큰 건물 세우는 사업도 대체로 그런 틀이었다. 민선5기에 처음 나왔던 것이 주민참여예산제이다. 동네에서 콩 한쪽도 나눠먹으면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자는 고민을 갖고 있었던 것이고 이것이 마을 공동체로 이어졌다. 

경제도 동네에 있는 사람들끼리 순환시키는 협동경제, 선 순환 경제가 등장한다. 이왕 돈을 쓰는 것이라면, 떡복이도 우리 동네 것을 먹고 빵도 재벌 공장 말고 우리 동네에서 만든 것을 먹자는 것이다. 일본식으로 말하면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자기 동네에서 난 것을 자기 동네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선순환적으로 하면서 환경도 보호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경제와 생활방식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을 내가 쓴 책에서는 ‘동네 안에 국가가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말했다. ‘우리 동네 안에 국가가 와 있는 것 아니냐’, ‘우리 동네가 피폐해지고 우리 동네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없으면 사실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패러다임으로 지방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점에서 민선5기가 큰 틀의 전환을 이뤘고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 입장에서 가장 고민되고 아프고 가려운 것, 말하고 싶은데 전달이 잘 안되고 정치권이 관심을 갖거나 잘 수용해주지 않는 것에 집중해서 문제를 풀 사람들이라고 판단되는 후보들을 단체장으로 뽑는 쪽으로 표를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결과들이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지방선거의 결과로 나타났고, 다수의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되는 결과로도 나타났고 기초단체장들도 그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저도 큰 틀에서는 그런 범주를 벗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 민선6기의 핵심가치로 ‘마을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 마을총회를 개최한다고 준비하시는 것을 입구에서 봤다. 이것은 어떤 구상에서 출발하신 것인가. 또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민선5기는 글로벌 시대를 마을의 시대로 바꾸는 시대적 전환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로 나가서 좋은 것을 많이 가져올 수 있는 마당을 만드는 것이 잘하는 민주주의, 잘하는 정치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우리 동네의 구체적 요구나 생활을 잘 만드는 것이 좋은 정치이고 좋은 민주주의이다. 민선6기는 그것을 정착시키고 모델링하고 확산시키는 시대여야 한다. 마을에서 정치나 행정이 사람들의 요구, 가렵고 아픈 곳을 가장 우선시하고 중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예산과 조직, 인력을 사용하는, 그런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서 움직이는 민주주의 본령의 정치체제가 정착되려면 스스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사람들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민들도 스스로 교육할 필요도 있다. 

‘내가 말한다고 되겠어. 표나 찍어주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하면 악순환이 된다. 시민은 시민대로 무관심해지고 정치는 정치대로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을 ‘마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표현해봤다. 동네는 작은 단위이지만, 오히려 작은 단위이기 때문에 가렵고 아픈 곳부터 만지고 함께 하고 해결을 위해 힘을 집중하는 민주제도와 시스템을 갖춰가야 한다. 그래서 ‘마을 민주주의’를 한번 해보자고 제의했다. 이 개념은 참여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들을 많이 포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모델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는데, 외국에 비슷한 예들은 많다. SBS ‘최후의 권력’이라는 5부작 프로그램에 성북구가 등장했다. 그때 나온 외국 사례가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라고 하는 것으로, 주민총회 프로그램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의사결정 투표를 하는 것을 봤다. 포르투알레그레처럼 상시적으로 연중 의사결정이 진행되거나, 일본처럼 우편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거나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주민들의 의견을 상시적으로 반영한다든지 여러 가지 양태들이 있을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한국의 서울 성북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는 도전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접근을 하면 구 의회에서는 ‘청장이 직접 주민들과 소통하면 의회 기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 ‘의회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의회와는 잘 협의가 되나.

주민참여예산제 등도 약간 숨어있는 갈등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의회가 잘 작동하기 위해 의회가 이 공간을 잘 활용하고, 의회나 구청장이나 둘 다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출된 사람들이 주민들을 광범위하게 만나고 흡수하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성과를 성북구 주민들이 자양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취로 할 수 있다. 그 성취물을 정치적으로 서로 나눠가질 수 있다면 구의원들도 오히려 도와줄 것이라고 본다.

- 구의원들이 자신들이 배제됐다거나 역할이 제한된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오히려 우리 동네에 어떤 주제가 있을 때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그런 의견들을 주민들이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뒷받침해서 활성화가 되면 그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의원들을 배척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존재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이 사회화될수록 사람을 존중하고 발전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나 우리 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해본 결과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는 구 예산에 제약도 많으니까 의원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지역에 있는 주민들과 힘을 합해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주민들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자기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주민들과 가까워진다. 주민들에게 지지를 더 받는 결과도 나타난다. 그런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성북구가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를 3년치를 합하면 100억원이 넘는 유일한 곳으로 1등을 했다. 다른 자치구들은 막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하는데 성북구는 꾸준했다. 주민들이 워낙 탄탄하고 적극적으로 하기 때문에 의원들과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이번에 또 큰 일을 맡게 됐다. 자치단체장들 모임인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는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과 또 다른 차원이다. 규모나 성격 자체는 비교 대상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회연대경제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디어가 많고 굉장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회장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책임도 막중할 것이다.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는 2013년 3월 결성됐다. 1기 때는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24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했다. 민선6기에 들어서 그동안 성과를 반영하듯이 38개가 참여했고 광역자치단체장 여섯 분이 고문으로 참여해줬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충남도지사, 대구시장, 강원도지사, 제주도지사이고, 여야 3:3이다. 촉망받는 분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이 만연하면서 금융자본이 지나치게 투자 수익 위주로 큰 데에만 가고 풀뿌리, 서민경제에는 대출이 되지 않고 돈도 돌지 않는다.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돈이 위에서만 돌지 실핏줄에는 피가 공급되지 않는 현재 구조에서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양극화가 너무 심각해지고 성장의 과실이 지나치게 한 곳으로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당면한 글로벌 과제이다. 특히 기초단체를 하면 동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건설업자, 하수도업자, 전기업자, 서점, 음식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이다.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양 보다 흐름이다. 그래서 통화가 중요하다. 경제학 공부를 안 했지만, 옛날 말로 엽전이 영의정 집 앞에 잔뜩 묻혀 있다면 그야말로 봉건시대이다. 요즘 우리나라 재벌 금고에 들어있는 현금만 57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330조원인데 거의 2배에 가까운 돈이 현금으로 재벌의 금고에 묻혀있다. 복지는 국가 빚을 늘려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현재 정부의 시도는 사실 굉장히 허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초단체장들이 모여서 실핏줄에 피가 돌 수 있도록 금융 기능을 개선하고, 돈이 우리 동네 사람들의 필요한 곳에 상당히 공급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이왕 소비하는 것을 재벌 떡복이 집이나 제과점에서 사지 말고 우리 동네에서 선순환할 수 있도록 이웃과 함께 하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목욕탕에 가면 목욕탕 집 사람들이 식재료를 사고 식재료를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하고 머리를 하는 사람들이 그 돈으로 자녀들 학원을 보내고 학원 선생님들이 목욕탕에 가는 선순환 구조를 동네에서 이룰 수 있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본 자체가 관계인데 관계망에서 돈이 돌아가는 연결고리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마을공동체라는 사회적 망과 연결시키고, 그런 연결망이 서로 신뢰를 가지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론 형성이 되면 그것이 마을민주주의의 토대가 된다. 우리 동네는 우리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마을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복지가 없는 사람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지금 당장은 없지만 시민으로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이 포함되는 망을 지방정부로부터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2년 가까이 활동해왔다. 여러 가지 것들을 해왔지만 의미 있게 생각되는 것은 지방정부협의회 외에 지방의원협의회가 전국에서 꾸려져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여야가 함께 하는 사회경제 포럼이 만들어졌다. 지난 지방선거 시기에는 사회경제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라고 해서 여야 정당, 관련 업계,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함께 정책 프레임을 형성해서, 다음 선거에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프레임을 짜는 데까지 발전했다. 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 주도로, 야당에서는 신계륜 의원 주도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각각 70명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서 발의했다. 전체 국회의원 과반에 가깝다. 각각의 법안은 여야가 내용이 약간 다르지만 거의 같은 프레임이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둔다든지, 재경부 산하에 둘 것인지 고민하면서 사회적경제진흥원으로 두고, 광역자치단체가 사회적경제 프레임의 주체가 되어 4개년 계획 혹은 5개년 계획을 정기적으로 입안하도록 한다. 또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서 사회투자기금을 두는 등의 정책 프레임으로 발의돼 있기 때문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금융기관이 지방정부와 함께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다. 10월 출범한 지방정부협의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그 후속 조치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또 하나는 에셋매니지먼트라고, 자산관리를 통한 경영기법이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일반화된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 소유의 유휴지, 국공유지를 사회적 필요가 있는 사업을 할 경우에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에 무료나 아주 싼 가격에 대여하거나 무상으로 양허까지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자본이 약해서 초반에 어렵다. 지방정부는 인구와 재정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폐교도 되고 국공유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이사를 가면 유령이 나올 것처럼 폐허가 된 곳도 많다. 서울에서도 폐교가 생길 정도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금이 양적으로 늘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있는 자산들을 활용해서 공동체 베이스로 만들고, 공동체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방식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문제를 우리가 앞두고 있다. 획기적으로 공동체가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공동체 복지,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성북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으로 성북동에 있는 역사문화지구 프로젝트를 꼽았다. 구상은 이해가 된다. 실제로 관광, 문화, 역사가 얼마나 현실화되고 지역경제에 현실적 도움이 될까. 얼핏 다가오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 모델이나 실례가 있나.

그동안 우리가 발전 또는 경제라고 하면 상업 지역, 땅값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산업을 형성하거나 현금이 많이 돌아가는 것을 생각했다. 지금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하고 부동산 버블이 이미 다 빠졌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지역경제가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대안적인 패러다임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문화나 역사가 지역발전의 시드머니가 되는 것이다. 도시재생일 수도 있다. 두 가지 면에서 아주 중요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지점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성북구는 종로구와 인접해 있다. 평창동과 삼청터널을 끼고 청와대와도 인접해 있다. 그러다보니까 한양도성 옆 바로 바깥에 붙어 있어서, 예로부터 중심가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가 아주 많이 산적해 있다. 오히려 시내보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문화재나 역사가 더 많은 곳인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덜 알려져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도성 안에 있는 것만큼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것을 최근 두가지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가구박물관이 성북동에 있다. 조선시대 고가구와 한옥들을 집대성해놓은 것이다. 조선시대와 그 이전의 선조들의 생활양식, 철학, 문화에 대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다. 성북 가구박물관은 그전에도 유명했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하면서 언론에 많이 보도됐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중국 사람들은 자기나라 주석이 가본 곳을 보려고 한다. 한국에 시진핑 주석이 처음 왔는데 직접 간 곳이니까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오고 있고 문의도 많이 온다.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 하나는 간송미술관이다. 그곳에 훈민정음해례본이 있다. 신윤복 선생, 추사 김정희 작품들도 있다. 국보가 12점이나 있다. 간송 선생님의 애국 스토리도 있다. 최고의 부자가 어떻게 훈민정음해례본부터 우리 국보들을 돈을 들여서 모으는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는지 놀랍다. 최근 간송미술관이 언론과 사회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성북동이 가진 잠재력이 충분히 설명된다. 몇 년 안에 간송미술관 상설전시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는 1년에 2주일씩 2번, 한 달 정도 봄과 가을에만 공개하고 있다. 전체 컬렉션을 매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관광 매력만이 아니라 문화강국으로 한국의 위상도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고 본다.  외국의 정상이 왔는데 우리나라 문화재 중 딱 하나만 자랑할 것이라고 한다면 단연 한글을 꼽겠다. 가장 우수하고 독창적이고 인류사적으로 이렇게 과학적이고 멋진 문자가 없다고 한다. 그런 문자의 해례본, 언어의 해설서가 있는 유일한 언어가 한글이다. 그 해례본이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에 원본이 있다. 이 점만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역사문화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본다. 스페인에 빌바오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산, 진주, 순천 정도에 해당된다. 작고 서울에서도 떨어진 곳에 있다. 빌바오가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면서 지금은 1년에 200~30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도시가 됐다. 스페인에 가는 사람들은 구겐하임미술관에 보기 위해서 빌바오에 들른다. 일본에 가나자와라는 도시가 있다. 역사문화지구 지정을 통해 옛 문화를 복원해 1년에 600만명 이상이 온다. 많은 외국 도시들이 문화재생을 통해 자기 지역의 정체성을 자산으로 만들어가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판다. 가치의 원천은 철학과 문화이다. 한양도성이 갖고 있는 매력과 역사성이 가장 잘 담겨있고 숨은 매력이 있으면서 접근성도 뛰어난 성북동이 향후 100년간 성북구를 먹여 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에 도시계획을 완성했고, 내년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잡고 구체적 사업을 하나씩 하면서 ‘성북동은 조선시대’라는 규정을 실현하려고 한다. 한양도성도 조선 건국과 함께 만들어졌고, 간송미술관도 조선시대 유물들을 갖고 있고 조선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백석과 자야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길상사도 있고,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심우장도 있다. 수많은 문화인, 예술인, 역사적 인물들의 혼이 담겨 있는 성북구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생활문화 거리로 거듭나고 지역경제 최고의 엔진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은 지방 마을인데 성북은 서울 도심 근처에 있다. 인근 다른 구와 딱 구분하기 힘든 면이 있다. 

두 가지가 과제이다. 지역상권이 뜨면 집주인만 돈을 벌고 그걸 뜨게 했던 세입자들을 쫓아내고 임대료를 올려서 다른 업종이 들어오게 된다. 지역이 변색돼서 망가지는 경우들을 꽤 보고 있다. 최근 뉴스를 보면 경리단길도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이고 세입자들의 애초 열정도 있지만, 집주인들과의 갈등도 있다. 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지역 만들기가 마을주민들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성북동 역사문화지구의 성패는 마을주민 주도의 마을 만들기이다. 주민협의체와 기관협의체를 준비하고 있다. 기관은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다. 간송미술관, 가구박물관, 길상사, 도올박물관 등이 있다. 이 기관들의 협의체를 만들어서 공공성을 획득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주민협의체는 주민과 집주인들, 상인들이 꾸려서 이 지역을 어떤 방향, 목적, 컨셉으로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다. 일본말로 하면 마치찌꾸리이다. 일본에 이런 것이 잘 되는 곳이 많아서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이것을 잘 보증하기 위해 성북동트러스트라는 기금을 조성하려고 한다. 간송미술관 설립 후 수익금 일정액을 적립하고, 음식점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성북동 기금이 주민 주도로 형성되고, 그 기금으로 지역 관리를 한다면  효력을 발휘하면서 외부 입김이나 자본, 관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서 만들어내는 공예품이나 생산품 등 지역 토산품이 역사문화지구 내에서 많이 팔리고 그래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또 중요하다. 인사동에 중국제가 많고, 삼청동에는 외국자본이나 명품샵까지 많이 들어섰다. 이 거리를 조성하고 누가 덕을 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 점을 막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손잡고 함께 노력하면서 우리 지역에 실질적인 선순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공방, 공예, 지역 특산품, 마을 고유의 상권 활성화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큰 기관들과 협력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준비하고 있다.

- 성북구에서 5기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도입해 큰 복지로 흐름을 주도했다. 민선6기에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켜서 중앙정치에서도 ‘소속 주도 성장’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생활임금조례 도입의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을 말해 달라.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제가 1988년 도입됐다. 사실 최저임금제가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기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결정한다. 사측은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0%를 주장했다. 노조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있고, 양측이 다 퇴장하면 공익위원들이 가운데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오고 있다. 사측이 계속 0%를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다. 하지만 우리 노동 풍토가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5인 이상 사업장 평균 임금 38%에 불과하다. OECD는 50%, 유럽연합은 60%를 권고하고 있다. 광징히 낮고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이 많이 있었다. 

지역 양극화가 너무 심하고 노령화가 심하다보니까 지역에 돈이 돌 수 있는 방법들이 크게 없다. 노동소득분배율 개선 문제도 그렇고, 지역에서 그 결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비여력을 진작시키고 그 소비여력을 통해서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 돈의 순환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고 동네 경제를 활성화, 민주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좋은 고용주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고용하고 있는 내에서 우선 최저임금보다 생활임금을 강조하는 것을 생각해냈다. 땅값과 물가, 교통비, 교육비가 높은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자기 재생산을 하고 자기 가족의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생활임금 정도는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처음 실시했던 행정명령의 문제 인식이었다. 그때도 논란이 됐던 것이 공공 분야만 할 것이냐는 고민이 있어서 조례를 통해서 민간으로까지 확산하는 중간단계로 납품하거나 공공계약을 하는 업체들에게, 간접고용이 돼 있는 업체 근로자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조례를 만들었다. 그것도 권고 수준이 아니라 구청에 납품하거나 계약을 맺은 업체 근로자들에게는 강제적으로 생활임금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만들게 됐다. 국내 유일이다. 

결국 근로자들의 삶의 여건이 나아져서 최소한 자기 재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그것을 통해서 지역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하고 경제민주화도 이루어 4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생활임금에 대해 임금의 상승을 통해서 경기를 진작시키고 활성화시키는 좋은 정책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것을 봤다. 이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최근 근로자 한 분이 인터뷰한 것을 전해드리겠다. 이 분은 원래 비정규직이었는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급여가 20만원 정도 올랐다. 그리고 정규직에서 생활임금으로 할 때 급여가 20만원 정도 올랐다. 총 50만원 정도 올랐다.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콘도에서 복지포인트를 결재를 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때 가장으로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을 평생 처음 느꼈다고 하면서 일을 하면서 즐겁다고 했다. ‘제가 웃고 있는데 인터뷰라서 웃고 있는 거 같죠. 정말 즐거워서 웃고 있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생활임금의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물가가 높아서 생활임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을 수 있고, 지역마다 다를 수 있어서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거꾸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방정부의 노력들이 요구되지 않나 생각한다. 

- 구청장이 맡게 되신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참여 자치단체들이 우선 시행해야 되겠다.

그렇게 하겠다. 소속 자치단체장들 중 상당한 분들이 공약을 했다. 그래서 추진 중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추진하겠다.

-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심하다. 민선5기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며 복지는 많이 거론이 됐는데, 재정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떠넘기면서 굉장히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대로 더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구청장은 행정 전문가이시니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재정 문제를 타계하고 개선할 핵심적인 정책 방향, 그리고 어떤 프로세스에서 실현돼야 하는지 말해 달라.

복지가 늘어나고 복지국가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은 소망적이고 상당히 좋은 일이다. 대통령이나 정당들의 공약, 기초연금 등이 담대하게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동일하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정당의 공약을 이행할 때 지방정부가 매칭으로 자동적으로 부담하게 되어 있는 현재 제도를 그대로 이행하다보니까, 아버지가 하와이에 가자고 하면서 자기 티켓만 끊어서 가고, 아들은 이미 실업자에 가깝거나 자식들이 고3, 고2 등 서너 명이 있어서 빠듯하게 힘들게 사는 것을 알면서 아들이 하와이로 오지 않는다고 불효자라고 하는 형국이다. 아들은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공약을 내놓고 집행을 할 때는 ‘설마 우리한테 부담하라고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상의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미 두 번 반복됐다. 무상보육 때 한번 그랬고, 기초연금 때 또 그랬다. 무상보육 때 카드로 대납하고 난리가 나서 정부가 긴급 지원을 해줘서 겨우 봉합된 적이 있다. 난리가 나다보니까 지방에 주는 액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봉합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기초연금은 더 심각하다. 서울은 인구가 많다. 성북구도 50만명 인구 중에 노인이 6만3,000명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월 20만원을 받는 분들만 3만3,000명이다. 전국에는 영월군 등 전체 인구가 3만3,000명이 되지 않은 자치단체들도 많다. 그런데 예산은 성북구보다 많은 구조를 갖고 있으니까 1인당 월 1만원만 해도 3만3,000명이면 3억3,000만원이다. 월 1만원만 추가로 내도 우리는 1년에 36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까 기초연금제도가 7월 1일 시행됐는데 36억원이 없다. 구멍이 났다. 12월 한달 치가 없어서 부도가 날 판이다. 내년에는 기존보다 70억원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세입은 점점 준다. 인구는 노령화되고 땅값은 내려간다. 금융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경기는 침체된다. 지방정부 상황이 안 좋아지는 가운데 1년에 70억원을 증가시키면 아무런 방법이 없다. 참여정부에서 복지를 분권화시켰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 교부금, 종부세에서 걷어 들인 돈으로 지방에 나눠줬다. 조 단위가 넘어갔는데, 그게 이명박 정부 때 무력화되면서 사라졌다. 성북구도 1년에 200억원이 없어졌다. 그런 것이 없어졌는데 오히려 증가분을 부담시키니까 더블 부담이 된다. 

중앙과 지방이 복지국가로 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전략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육비, 연금 등 계좌로 쏠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부담을 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돌보거나, 직접 방문해서 점검하거나, 보육처럼 아이들을 돌보거나, 어르신들을 모신다거나, 이동서비스를 한다거나, 간호를 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전담하게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제는 복지 시스템 자체를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을 분명하게 하고 그것에 따른 재원 분담을 인구구조 변화 등 10~20년 자료를 추계해서 해야 한다. 정부가 복지에 투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업무 재설계를 통해서 정책 재설계를 다시 검토해야 할 때이다. 

정부가 복지전달체계를 새로 짜겠다고 하고 있다. 전달이라는 말 자체가 중앙에서 디자인을 하고 지방까지 전달하는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방법이다. 한전에서 전기를 만들고 저 시골까지 전달하겠다고 하면 전신주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요즘은 그게 아니고 스마트그리드 시대이다. 지역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국가와 정부가 업무 재설계, 그것에 뒷받침되는 재정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복지국가 시대를 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 기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예로 스웨덴은 광역자치단체가 의료를 전담한다. 중앙정부는 연금, 보육 등을 전담한다. 보육 중에서도 어린이집은 기초자치단체가 전담해서 한다.  

- 결국 복지로 가려면 재원을 어디에서 확충해야 한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종부세를 통해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얻어서 배분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부자감세를 했고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하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여당은 그렇다고 해도,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면으로 해야 하는데, 세금을 얘기하면 불리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것 아닌가 한다.

세금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다. 선거 이슈에서 부담이 된다. 그런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신뢰의 문제이다. 주민들과 많이 얘기하고 물어본다. ‘자녀들 학교 화장실 중에 냄새가 나는 곳이 많다.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중에 냄새 나는 화장실이 있는 건물에서 근무하는 아빠가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아빠가 있으면 손 들어보라. 없지 않나.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자녀라고 한다. 돈도 자녀에게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그런 화장실을 사용하나. 소변도 대변도 보지 못하는 화장실이 많다고 하는데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 사교육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공교육에 세금을 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어떻게 생각하냐. 치킨게임 아니냐’고 물어보면 다 동의한다. ‘세금이 명확하게 자기 자녀들의 교육여건 개선에 쓰인다는 신뢰가 있으면 1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라도 내겠다’고 학부모들이 100% 그렇게 대답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다른 데 빼먹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진지한 접근을 통해서 주민들과의 진실한 대화, 시범사업을 통한 성공을 통해 축적하고, 모범적인 지방정부가 많기 때문에 그 지방정부들의 사례들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그런 성과들 속에 복지국가의 길을 제시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재원 부담을 거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적극적으로 지방정부와 함께 하는 새로운 복지국가에 대한 로드맵을 당장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야당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정부들은 이 문제에 대해 훨씬 설득력 있는 대안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한다. 

- 중앙정치에서 우려할 만한 퇴행이 진행되고 있고 국민들의 실망이 굉장히 점증하고 있다.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야당에 대해 더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본다. 지방정치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중앙정치가 난맥상을 보이면 지방행정도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나?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공공성이고, 하나는 뿌리의 문제이다. 공공성은 정치가 공공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 공공성의 파수꾼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도전 드라마에 나오는 주장이 ‘사병을 혁파하라’이다. 고려의 대신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게 아니고 어떤 문제든 나의 주인, 보스의 입지에만 온통 관심을 갖고 나라는 둘째였다. 이 문제가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분노와 실망을 준다. 그래서 양반 사회라는 새로운 공적인 질서, 의정부를 중심으로 유학을 했던 사람들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갱각한다. 

지금 국민들이 기존 정치질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에 실망하고 있는 것은 목소리 작고 힘없는 다수 사람들의 공공성, 시장질서 내에서 일방적으로 큰 덩치의 경제주체가 독주하고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경계하고, 그 경제성과를 공유하고 더불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정치적 역할, 많은 사람들의 삶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류 경제 주체들, 언론을 포함한 목소리 큰 세력들 위주로 우리 사회가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공공성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분노, 절망, 질타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크게 겪고 있는 절망의 지점들, 그들이 아파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삶의 문제를 보듬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 확대에서 세금 문제 등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싸울 것은 싸우고 설명하고 깨질 때는 깨져도 그렇게 도전해야만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성을 지키고, 다수의 삶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마을에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존재가 없다는 점이다. 정당이나 정치가 추상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이 사람들의 삶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 쪽방촌에도 우리 당원들이 있어야 하고, 아파트 단지,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뿌리와 촉수를 가지고 마을에서 활동하는 정치세력으로 대표성을 획득해야 한다. 대표성을 획득한 상태에서 그런 싸움을 할 때 지지층이 확대될텐데 뿌리가 없고 마을에서 존재가 없는 정당과 정치세력은 허약하다. 훅 불면 날아간다. 국회에 의석만 갖고 있지 실제 시민사회 내에서 한마디를 한다고 해서 영향력이 없는 미미한 존재감을 갖고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마을에 뿌리를 박고 마을에 정당과 정치의 기초를 둔, 새로운 마을정치, 골목정치를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이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골목에서 맨날 술 먹고 민원을 들으라는 것은 아니다. 골목이 가장 아파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을 최우선 정체성의 가치로 두고 법이나 정책을 하나 하나 만들 때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정책을 배치해야 한다. 정당 가치 우선순위의 재배열과 거기에 따른 조직과 인력, 자금이 포커싱되고 재배치돼야 한다. 혁신이든 개혁이든 당 세력의 재편이든 뭐든 그것을 기초로 이뤄지지 않으면 엘리트들 간의 명사 정당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정통 야당의 뿌리를 지켜나갈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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