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려고 움직이지 않으니 시끄러울 일이 없다

지난 18일로 문희상 비대위가 출범한지 한 달을 맞았다. 세월호 협상에서의 난맥으로 당내의 극심한 갈등과 혼돈 속에서 들어섰던 문희상 비대위는 일단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포청천이라 불리우는 문희상 위원장의 기강 세우기 시도가 주효했고, 당내 계파의 수장급 인사들이 비대위에 참여함으로써 당 내부의 평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친노 그룹의 과점체제 구축에 따른 중도 성향 그룹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전처럼 심각한 갈등으로 표출되지는 않는 상태이다. 

그러면 문희상 비대위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낸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정궤도에 들어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막상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지도부를 향한 거센 공격이 잦아들어 당의 분열이 진정된 듯 하지만, 이는 계파 수장급 인사들이 비대위에 직접 들어간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 이전까지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해 거세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이 이번 비대위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문희상 비대위는 안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한 것도 없는 것이 지난 한달 간의 활동결과였다. 당내 분란은 진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성과로 내세울만한 것도 무엇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전 같으면 무기력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거셀 수 있는 상황이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정서 덕분에 당의 평온은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평온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분명 문희상 비대위가 들어설 무렵의 새정치연합은 여러 절박한 과제들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계파주의의 극복이 급선무였다. 새정치연합이 계파주의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당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아직껏 계파주의 청산을 위한 어떤 시도나 노력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려온 것이 없다. 마침 비대위에 계파 수장급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니, 비대위가 선제적으로 계파정치 해체의 진앙이 되어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중도그룹에까지 그 울림이 전해지는 것이 그 길이었겠건만, 아무런 얘기가 없다. 결국 지금 이대로 가겠다는 얘기이다. 

당혁신 작업은 사실상 포기 상태이다. 당혁신을 주도할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물론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과의 혁신경쟁에서 오히려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애당초 문희상 비대위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것이라며 혁신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에 예상했던 바이지만, 변화에 대한 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모습이다. 

아마도 문희상 비대위는 이렇게 가다가 조강특위 운영을 통해 지역위원장을 선출하고 이어 전당대회 준비와 관리에 충실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 대여관계에서 변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성과가 가능할 것이 있을까 싶다. 

결국 현재 새정치연합이 누리고 있는 고요함은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되어서 만들어진 평화가 아니라, 서로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음에 따라 만들어진 담합적 평온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조강특위가 가동되면 지역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계파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고, 그 갈등은 내년초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이 고요함이 우려된다. 달라지려고 움직이기 않기 때문에 시끄러울 일이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부가 너무 시끄러워도 탈이지만, 이렇게 하는 것 없이 너무 고요해도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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