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수장들이 참여한 비대위의 책임

새정치연합의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었다. 문희상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는 당연직인 박영선 원내대표 외에 박영선,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인재근 의원이 참여하여 6인체제로 운영되게 되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내 주요 계파의 수장들이 비대위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의원은 친노계를,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계로 분류되면서도 독자 계파를 유지해왔고, 박지원 의원은 호남과 구민주계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인재근 의원은 고 김근태 의원이 중심이 되었던 민평련을 대표하고 있다. 당사자들이야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계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아왔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가 참여를 고사해서 당내 중도 성향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은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계파나 그룹을 유지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들이 비대위에 직접 참여한 모습이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있는 듯하다. 이번 비대위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있을 당권경쟁을 위한 경선룰의 확정, 지역위원장 선출을 위한 조강특위 운영 등 계파 간에 민감한 이해가 달려있는 사안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특정 방향으로 운영될 것에 대한 우려이다. 일단 문재인, 정세균 의원이 범친노계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박지원 의원은 2012년 당권경쟁 과정에서 그와 연합을 한 바 있다. 그래서 김한길, 안철수 의원이 빠진 상태에서 비대위가 특정 계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그 과정에서 다시 계파 간의 갈등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런 것이 우려되면 김한길, 안철수 대표도 참여하는게 낫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가능하지만, 두 사람이 불과 몇 개월 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불참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비대위에 모든 계파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새정치연합의 고질적 문제인 계파정치의 극복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는 초미의 과제이다. 새정치연합의 추락 원인에 대한 진단은 사람마다 엇갈리지만, 계파정치의 청산이 절박한 과제라는데는 입장을 불문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다. 서로가 적군 대하듯이 총질해대는 당내 현실이 바뀌지 않고서는 콩가루 집안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렇게 계파의 수장들이 직접 참여하는 비대위가 물론 자칫 계파정치의 폐해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거꾸로 비대위에 대한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계파정치 극복을 위한 보다 책임있는 조치들을 가능케 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뻔한 얘기를 지루하게 돌려 논의하는소모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비대위원들이 직접 정치적 결단을 통해 계파정치 청산을 위한 행동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히려 대리인들이 모여 두루뭉술한 논의를 하며 이번에도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을 보이느니,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계파의 수장들이 야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계파정치의 실질적 극복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들은 당사자들의 의지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비대위에 참여한 인물들은 일종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새정치연합 내의 최대 주주들이 모인 비대위에서 당을 위한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한채, 혹은 당내 계파정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채 끝나버린다면 새정치연합 뿐 아니라 이들의 정치적 신뢰도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대위에 참여한 인사들은 물론 계파나 그룹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이제 는 자신들의 기득권 혹은 기반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단의 모습을 보일 때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같은 적극적인 행동이 있다면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은 김한길, 안철수 의원도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다 

비우면 채워진다. 지금 새정치연합에 비대위에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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