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편만 고집하는한 인사실패는 반복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토론회 때 “<정관정요>같은 책들을 읽고 노트에 적었는데 몇년 뒤 그런 글들이 어느새 저의 피와 살이 돼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제왕학의 교본이라 불리우는 <정관정요>에는 당태종 이세민이 위징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눈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위징은 당태종에게 수시로 간언을 했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하루는 당태종이 부인 장손황후에게 그 시골 촌놈이 또 짐에게 대들었소, 그를 죽이지 않으면 마음속의 한을 풀 방법이 없을 것 같소라고 말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위징이 얼마나 사사건건 당태종에게 제동을 걸었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당태종은 위징이 죽은 뒤 울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지금 위징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마침내 거울 하나를 잃고 말았다. 오직 위징만이 매번 짐의 허물을 지적했다. 그가 죽은 후 짐이 허물을 범해도 이를 명확히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짐이 어찌 전에만 허물을 저지르고, 지금은 모두 옳을 수 있겠는가? 많은 관원들이 구차하게 순종만 하면서 가히 용린을 건드리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짐은 허심탄회하게 널리 의견을 구해 스스로 의혹을 풀고 깊이 반성하고자 한다. 혹여 진언을 했는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짐이 그 책임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 짐의 언행에 시비의 단서가 있을 경우 반드시 직언하고 결코 은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당태종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인재들을 주위에 두고 그들의 진언을 들어 정책에 반영했고, 그같은 리더십 위에서 당나라는 성세를 누린다. 

그러면 당태종의 이같은 제왕학이 담겨진 <정관정요>를 읽고 자신의 피와 살이 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한가? 대통령의 허물을 명확히 지적하는 참모도 없을 뿐 더러, 자신의 언행에 대해 반드시 직언을 하라는 대통령도 없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다. 대통령에 대한 진언은 자칫 용린을 건드리는 일로 겁을 내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나왔던 얘기들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최근에 있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까지 놓고 보면, 자신의 말을 잘 따를 수 있는 같은 편만 고집하는 모습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본래 참모라는 존재가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아야 대통령의 독선과 오판을 견제하는 균형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청와대 참모진이 그런 역할을 하리다고 기대되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인사참사 소리를 듣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인사청문 대상 후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충실하게 따를 자기 편만 고집하지 않고 좀더 넓게 바라보며 인재를 찾는다면 이렇게까지 인사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창극 논란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게서 그런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자기 편들만 갖고는 도저히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드러났다면, 차라리 야당과 국민의 협조를 요청하여 초당파적인 거국내각 구상이라도 해보는 것도 좋겠건만, 그런 초당파적 구상을 기대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문창극 파문을 단지 문창극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만다면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고 인사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위징은 생전에 당태종에게 신을 양신(良臣)으로 만들고 충신(忠臣)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인물은 주변에 많았지만,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슬기로운 인재는 옆에 없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할 때 나라의 갈등과 혼돈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관정요>가 피와 살은 되지 않았더라도, 정말로 관심을 갖고 읽었다면 어떤 얘기가 담겨있었는지 정도는 한번쯤 떠올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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