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통합, 단순한 반복 아니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창당하려 했던 새정치연합이 전격 합당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했다. 크고 작은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합종연횡을 반복했던 한국 정치사에서 통합야당의 탄생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이면서도 정당지지율이 10%대에서 오락가락 했던 민주당은 스스로 한계를 절감했을 터이다. 반면에 개인적인 인기는 높았지만 막상 신당을 창당하고 선거에 임하려니 제대로 세력을 규합하지 못해 벽에 부딪히기는 안철수 의원 측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양측의 사정과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져서 합당을 한 것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야권의 통합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지지층들에게 단순한 이합집산의 반복으로 비쳐져서는 안 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통합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서 지방선거는 물론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수권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안철수 의원이 127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새정치’의 내용을 실현할 기회를 잡고 이를 바탕으로 ‘꿈’만을 품은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실력’을 갖춘 정치 지도자 ‘안철수’로 거듭 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기대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험하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통합신당의 창당이 야권의 미래를 열기는커녕 더 깊은 좌절과 질곡으로 몰아가고 말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당의 지도부는 현실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무엇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길인지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합과정에서 합당의 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건 것이 과연 적절했던 것인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모호한 정체성으로는 새정치 될 수 없어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과의 통합으로 새로 출범한 신당의 노선은 ‘중도’적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 흐름에 맞추어 당의 노선을 우측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스스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고 했지만 사실상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간쯤에서 모호한 스탠스를 취해 왔던 것으로 비쳐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 그리고 4.19 혁명과 5.18 민주항쟁을 빼자는 논란이 벌어졌던 것도 단순한 실수라거나 해프닝이 아니라 안철수 의원 측이 보수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라 보인다. 지난 3월 26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되면서 발표한 정강정책을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긍정적 역사로 동시에 언급하고 있고 외교정책에서도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제정책에서도 성장을 강조하는 등 새누리당과 중요정책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정당이기에 현실적 조건들을 감안하여 정강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가 보수화되고 정권과 언론이 종북몰이에 나선다고 해서 야당이 지레 겁을 먹고 논란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면 결코 그러한 흐름에 맞설 수도 이길 수도 없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그리고 남북의 화해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 등은 지난 대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따라왔던 정책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 자신의 중요 공약들을 폐기하고 지키지 않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지지했으며 이명박 정권에서 헌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기를 갈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의원이 여야가 상호 대립하고 충돌하는 비생산적인 싸움의 정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새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에 입각하여 和而不同의 정치를 펼쳐야지 스스로 여당과 닮아가거나 같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새롭게 출발한 신당의 1호 법안으로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안을 제시한 것은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험하고 먼 길을 가야하는 야권의 신당이 초심을 잃지 않고 야당 본연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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