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사와 남북문제 해법을 포기하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서 만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한다는 대목을 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의 한축인 새정치연합 측은 4.19와 5.18 정신의 계승도 빼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통합신당이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한 것을 되돌리고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것도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일 뿐 아니라 안철수 후보도 공히 언급했던 사안들이었다. 

지난 1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야권은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대선패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지율 정체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과 새정치를 내걸고 독자적인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합의한 것은 여러 우려들도 없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강력한 야권의 필요성을 인식하던 야권지지층에게는 희망을 안겨주는 결단으로 환영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 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국민 48% 1100만 명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얻었고 이는 역대 대통령 후보 중 지난 대선에서 51.6%를 얻어 당선된 박근혜 후보 다음으로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부정하려 하고 있다. 야당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정통성을 지니고 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거둔 대북정책에서의 성과는 전 세계로부터 평가를 받았던 정책이었다. 야권이 작금의 현실에 처한 것은 노선이 지나치게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노선을 실천할 진정성에서 국민들로부터 더 높은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가벼이 여기고 나아가 한반도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남북문제를 주체적으로 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금석이 되어야 할 6.15와 10.4 선언 정신조차 포기하려 든다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은 내려놓고 무엇을 지킬지 다시 생각하길 

어떤 정당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는 없고 이를 꿈꾸어서도 안될 것이다. 정치는 다양한 계층과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각 정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어느 한쪽을 편들면서 서로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금도 정치적으로 소수인 특권층, 부유층들이 과대 대표되고 있으며 절대 다수의 중산층과 서민들을 대변할 정당이 허약한 것이 현실이다. 새롭게 만들자고 하는 야당이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인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리 잡으려 하지 않고 정강정책에서도 민주주의와 남북문제에서 자기 정체성마저 부정하려든다면 그렇게 해서 자리 잡는 ‘새정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은 통합의 명분으로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약속 공약 이행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남북문제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야권이 통합하여 지지층에게 희망을 주는 새정치를 펼치려 한다면 스스로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그동안 자신들을 지지해 준 정치적 기반이 무엇이고 스스로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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