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가정보원 홈페이지
▲ 사진=국가정보원 홈페이지
백일하에 드러나는 국정원의 증거조작 혐의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로 제출된 중국 공문서가 위조로 밝혀진 정황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에 조작된 문서를 만들어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던 조선족 김씨가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문건은 위조된 것이며 국정원도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이 묵던 모텔 방의 벽에 피로 쓴 ‘국정원’이란 글자와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바로는 김씨는 국정원 직원이 돈을 주면서 시킨 지시에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뒤 싼허변방검사참 명의를 도용해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이란 문서를 작성하고, 현지인으로부터 중국 기관 관인을 구해 날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정황만으로도 국정원은  민간인에 불과한 김씨에게 이런 불법을 저지르도록 지시했고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면서도 정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사증명서까지 붙여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원이 문서 조작의 주범이며 김씨는 단순히 국정원의 지시에 따르는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김씨가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란 글씨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한 것도 하수인에 불과한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을 개혁해 달라는 내용도 담겨있었고 국정원에 대해서는 '협조했는데 왜 죄인 취급하냐'며 원망하는 글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재 상당히 위중한 상태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 검찰의 수사가 이로 인해 차질을 빚고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정원 바로잡기에서 부터 나서야

이제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터뜨린 이후 재판과정에서 자신들의 허점이 드러나자 이를 덮기 위해 사건의 증거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검찰 또한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정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간첩 사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지극히 ‘비정상’인 상황임에도 국정원장이나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도 시간이 자나고 또 다른 사건으로 덮으면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국정원 스스로 그 동안 거짓으로 덮으려 했던 의혹들에 대해 국민 앞에 낱낱이 진실을 밝히고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감싸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그 동안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편의적인 잣대에 의해서 작동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검찰 또한 국정원의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를 방조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현 시점에서 더 이상 검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의혹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도입하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당도 그 동안 국정원을 감싸기 급급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국정원이 저지른 증거조작 사건의 진상과 책임자를 밝히는 일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부르고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만들어서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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