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지지도 유지와 신뢰도 저하의 패러독스

출범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6%로 대통령 당선 시 얻었던 51.6%보다 높고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60%대를 넘기기도 했다. 취임 1년차 대통령 지지도로는 IMF 위기 극복에 매진했던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하는 나쁘지 않은 수치이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높았던 것은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데 지난 해, 국정수행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G20 회의나 러시아 순방외교 등 외교 행사가 있었을 무렵이었다.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남북 고위급회담이 개최되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동시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아 지지도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에서는 낮은 평가를 얻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역임했던 김무성 의원은 “국민들이 공약에 속아 대통령 찍은 것”이라고 말하며 애당초 자신들이 공약을 지킬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말하면서 “대통령은 참모들이 쓰준 것을 읽은 것 뿐”이라며 공약자체의 의미를 깍아내렸다. 여러 분야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공직자 인사였는데 긍정적인 평가는 18%에 그친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윤창중 전 대변인과 윤진숙 해수부 장관 등, 이른바 수첩인사들은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대통령 주위를 공안통치 시대의 낡은 인사들이 둘러싼 것도 문제지만 경제팀처럼 객관적으로 무능이 드러난 인사들조차 오불관언으로 껴안고 가는 모습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정치권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지새웠는데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내걸었던 ‘원칙’을 허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장을 잠재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보수층으로부터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를 얻었던온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 선거 당시 내걸었던 국민 대통합은 구호에 머물었을 뿐,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8% 국민을 껴안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미묘한 변화와 북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북한 지도층이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리는 객관적 상황이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맞물리면서 안보와 남북관계에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정치와 공약 이행 등에 있어서는 약속을 중시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만기친람의 정치, 무너지는 국정운영 시스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지만 우리사회의 현안과 갈등을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영역이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으로 비정상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너무도 공허하게 들린다. 지난 연말을 넘기면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 등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협상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기능을 상실한 자리를 검찰과 사법부가 대신하는 비정상의 정치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 혁신을 이끌어야 할 경제팀은 소외되었고 청와대에서 직접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담화에서 경제 혁신 과제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표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통일부는 뒷전에 물러나 있고 청와대의 NSC가 북한과 접촉하면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주요 국정 어젠다를 직접 관장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스템에 의해 국정을 운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고 공약했던 대통령이라면 주무장관이 문제가 있으면 적시에 교체하되 그것이 아니라면 부처에서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청와대가 이를 통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정을 이끌어야 할 한축인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내각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청와대만이 萬機親覽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시스템 자체에 큰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매사를 직접 챙기는 방식은 각 부분이 작동하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에 비해 너무나 리스크가 크다.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야당을 파트너로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내각은 각 분야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정상적’ 국정운영 시스템이 작동되기를 바란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시스템부터 비정상에서 정상을 회복하는 것에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상화’의 출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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