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폴리뉴스> 컨퍼런스룸에서 이명식 <폴리뉴스> 본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어서 전문가를 모시고 예상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짚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작년 한미합동군사훈련 당시 북한이 보였던 태도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작년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해서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까지 하면서 대대적인 군사 훈련을 확대했고, 개성공단 폐쇄까지 감행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달라졌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라고 하는 측면만 갖고 설명하기 어렵다. 북한의 변화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동북아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변화들이 남북관계에 일정한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갈등과 대립 상태를 지금 그대로 놓기 어려운 여러 요소들이 각국과 동아시아, 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북한이 그렇게도 경계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이 병행해서 이뤄지는 양상을 낳았다고 본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이 결과는 정치, 군사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이 일정 정도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에서 남북 각각이 자신들에게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두고 남북관계를 서로 필요한 선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이런 점의 귀추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그것과 관련해서 봐야 하는 것 같은데? 박 대통령의 그런 언급이 단순한 언술이 아니라 임기 중에 어떤 구상을 하고 있고, 그 구상을 실행시키기 위한 플랜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 보는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는 편이다. 그렇게 보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고, 그런 분들의 견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의 상당 부분이 남북관계와 외교 쪽에서 받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것이 실제로 얼마나 온당하고 적절한 평가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나 복지를 비롯한 우리 사회 여러 전반의 문제들과 관련해서 공약 폐기 등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치밀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본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상황은 여러 가지로 매우 치밀함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지금 남북관계가 진행되기까지 박근혜 정부가 해온 여러 조치들은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통일 대박론이 나오기 전에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지금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북측이 고위급 회담을 던졌는데 남측이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위급 회담이 있기 전까지 남쪽 내부에서 여러 가지 준비와 검토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조금 거칠게 얘기하면 종북 공세로부터 시작해서 통일 대박론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들은 일정하게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정부가 사실 상당한 준비와 일정한 프로세스를 갖고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의 성공은 그런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5.24 조치와 관련된 문제들이나 금강산 관광이라든가 박근혜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유라시아 프로젝트 - 경의선과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라든가 DMZ평화공원 조성 사업 관련해서 남북관계의 상황들이 일정한 프로세스 상에 있고, 그런 것들을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진행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론적이고 담론적인 내용으로 통일 대박론과 보수언론이 얘기하는 통일 미래론 등이 준비되고 있다. 논리적, 정책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북관계 발전에 일정한 구상이 작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진전된다고 했을 때, 보수 측을 설득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니셔티브를 남쪽이 확실하게 쥐고 나아간다면 보수 측이 동의하지 않을 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일정하게 주고받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보수 설득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될까.

박근혜 정부는 보수 설득과 관련해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자신감이 있다고 보여진다. 일정하게는 보수를 설득하고 보수의 양해를 구하면서 일정한 프로세스를 움직여 가는 양면작전을 구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통일 대박론을 진행하고 있지만 보수 측은 북한과 화해, 협력만 거론하면 종북으로 몰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대북 퍼주기라고 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데 도와주는 것이라는 식의 거부 정서들이 있어왔다. 지난 정부들의 대북 화해, 협력 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통일 대박론을 이뤄내려면 북한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국내의 동의 기반을 확대하는 것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북정책의 특징이고, 그 특징은 안으로는 종북 공세를 통해서, 말하자면 보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축소하고 탄압하면서 통일 대박과 관련된 통일 담론들을 보수 주도로 진행해 나아가는 양자를 동시에 병행함으로서 보수층 설득과 통일 대박 정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통일 대박론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고 국내 정세와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하면서 꽤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라 본다.

- 단순히 보수만 설득하는 게 아니라 남북 화해, 협력을 강조하는 세력들을 제압하면서 보수를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인가? 북한이 바뀐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북한 내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거시적인 상황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씀했다. 북한 내부 사정도 복잡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 군사훈련에 대해서 일정하게 용인하면서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북한 내부의 변화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회담을 한차례 유예시키면서 결국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일정 정도 겹치는 것을 수용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큰 틀에서 북한이 어떤 면에서 보면 과거 북한이 서 있던 전략적 포지션을 회복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와 남한과의 관계에서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두 줄 타기를 하면서 실리를 최대한 확보했다. 대중 관계에서는 남한 카드를 활용하고, 대남관계에서는 중국 카드를 활용했다. 대미관계에서는 중국 카드를 활용하고 필요할 때에는 남한 카드도 활용하는 것을 전통적인 외교술로 사용해왔다. 몇 년 동안 북한의 외교는 거의 모두 벽에 부딪혔다. 그 핵심이 남북관계가 차단되면서 생긴 것이다. 그로 인해 경제 등에서 북중 관계가 깊어졌다. 북한은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북한 지도집단의 대중관계 예속에 대한 위기감은 매우 대단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의 입장이 빈말이 아니고 지속성을 갖는 것이고 확실하게 담보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북한이 이와 같은 동아시아에서의 특수한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 포텐셜로 돌아가겠다는 확고한 입장 위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일정이 겹치는 것까지 수용한 것이 아니겠냐고 본다. 장성택 숙청이 북한 체제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서 북한이 중국과 어려워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런데 미국의 국방부나 정보기관들이 북한에 대해 올린 보고서의 핵심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이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대체로 포함되어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위기와 그로 인한 몸부림과는 거리가 있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숙청이 북중관계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이지만, 북한 내부와 관련해서 볼 때는 그렇게 큰 데미지를 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보기는 해야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 그렇다고 한다면 남북 간에 실마리를 풀어가는 고위급 회담 등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되겠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그냥 남한의 통일부와 북한의 조평통이나 당 통전부가 만나는 것과 다른 형식이라는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할 거 같다. 청와대가 직접 관여하고 직접 움직이는 회담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면을 끌고 가는 힘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고위급 회담 이후로 이어지는 과정은 내년 광복 70주년을 정부가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까지를 염두에 두고 일련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회담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여러 행태의 남북 간의 만남이 다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구제역 지원을 위해서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을 제의하는 것도 이산가족 상봉으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프로세스 중 하나로 이미 준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중국에서 6자회담 문제를 다시 제기하면서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것 같다. 6자회담도 올해 중에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재개될 수 있는 조짐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풀려가는 상황과 중국이 6자 회담 재개를 서두르는 것이 맞물려 있다고 본다면 이 시점에서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것도 중국이 처해 있는 전략적 포텐셜의 산물이라고 본다. 지금 동아시아는 이른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피봇 투 아시아’라고 하는 전략에 의해서 미중간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확대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일본의 우경화 되어가는 정부에 대해 여러 가지 서포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중일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미중 간에도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핵심적인 매개물이 북한 핵이다. 미국의 피봇 투 아시아에서 군사, 정치적인 부분의 명분이 되고 있는 것이 북한 핵문제다. 북한 핵을 매개로 해서 MD를 포함 대중 정치적, 군사적 봉쇄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굉장히 잘 알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핵문제가 중국을 봉쇄하는 명분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 새로 등장한 시진핑 정부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를 빠른 시기 안에 해결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 봉쇄로 가는 미국의 전략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 과거의 6자회담보다는 중국이 조금 더 책임을 감내해야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6자회담의 구도는 사실 한국이 적극적인 매개자 역할을 하면서 중국과 호흡을 맞추고 미국과 북한을 끌어들여서 회담을 끌고 가는 구도였다. 지금은 6자회담을 하자고 강력히 나설 때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에게 ‘북한이 비핵화하는 과정을 담보해줄 수 있겠나’라고 할 것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핵을 포기할 정도로 미국의 군사 위협을 중단시키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포함해서 전반적인 체제 안정을 중국이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6자회담을 위해서 중국이 치러야 하는 비용 등이 과거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6자회담을 추진해서 북핵 문제를 매개로 한 미국의 대중 봉쇄를 완화시키는 것과 그렇게 하기 위해서 중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사이에서 그동안 줄타기를 해오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일정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6자회담을 더 적극적으로 성사시키는 쪽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있다.

- 남북관계가 변화될 조짐으로 나아간다고 했을 때 관련된 당사자 중 한쪽이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도 그동안 취해온 입장의 수정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입장이 수정되는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과감하고 담대한 협상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지금까지 대북 협상 과정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고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성과를 얻은 사례가 거의 없다. 미국 사회가 급속히 보수화되고 있고 미국 공화당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매우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인다. 다만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세가지다. 북한이 과연 핵문제와 관련해서 비핵화 과정으로 가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담보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둘째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얼마나 성실한 역할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남한의 역할이다. 남한이 실제로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의 부담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남쪽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도 그렇고 최근 박근혜 정부 1년까지의 상황은 미국이 6자회담을 진행하려고 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해서 6자회담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말리는 입장에 있어 왔다. 그런 점에서 6자회담 진행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가 입장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냐는 부분이 변화의 요소가 되리라고 본다. 이런 세 요소의 변화들 속에서 미국이 때로는 6자회담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라 본다.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은 적극적인 입장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과거보다 훨씬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시진핑 정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쪽 정부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서 과거와 같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일련의 정보보고서 등을 통해 분위기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로드먼의 4번에 걸친 방북이나 북미관계와 관련해서 여전히 어려운 구조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도 일정한 변화를 추구하는 부분들이 있다.  미국도 현재 상황으로서는 최소한 6자회담이 추진되는 상황까지는 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새로 6자회담이 성사된다면 과거 양상과 좀 다른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 북한이  그전보다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어느 정도의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일정 시점에서는 굉장히 급물살을 타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좋은 일이고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남한 방문을 한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도 줘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6자 회담에 대해 남한이 전향적 입장을 취해야 할 가능성도 있겠다.

그렇게 본다.

- 한일 간, 중일 간에 복잡한 신경전이 있고,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싼 날카로운 갈등들이 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풀고 가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중국은 역사 문제 등에서 한국과 공조를 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양 강대국이 남한을 놓고 외교적인 당기기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지점에 남북관계가 놓여 있다고 보인다. 우리가 양쪽을 끌어안고 가게 되기도 하고, 한쪽으로 잘못 가게 되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이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일본 문제는 사실 국민 정서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템포를 굉장히 늦추고 있는 상황인 거 같다. 이성적으로 보면 국제관계에서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도록 방치해두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일본이 국제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더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북일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정서적인 차원에서 방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어쨌든 중일간의 갈등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라는 부분에서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일방적으로 일본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동맹 일변도로 나아가서는 아무리 개인적으로 박근혜, 시진핑 두 정상간의 관계가 가깝다고 해도 그것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의 상황 자체가 한국 외교의 기본틀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호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그 속에서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갈등을 완화하고 조정해 나아가는 역할로 동아시아의 허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틀로 우리 외교의 기본 방향이 바뀌어가는 과정과 관련해서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현명하게 움직일 것이냐는 부분에서 일종의 시험대에 서 있다고 보여진다. 일본 문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보인다.

- 연초에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포함해서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을 내놓았다. 그동안 MB 정부에서 통일 문제가 거론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가 이런 상황이 되니까 얼떨떨하다. 한쪽에서는 평화 문제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이 상당히 공허하고 허구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대표께서는 그동안 남북문제 해결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해온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으로 간다고 했을 때 평화의 문제, 민간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또, 어떤 역할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지?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론, 조선일보의 ‘통일은 미래다’ 등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부분들에 평화의 문제라든가 이른바 시민 참여, 민간이 적절하게 함께 하는 통일 과정에 대한 고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나 구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담론과 관련해서 본다면 진보적인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얘기하는 것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런 점이 있다. 평화를 강조해왔던 입장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이른바 평화번영론의 입장에서 보면 평화경제론이 있다. 평화가 곧 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평화를 통해서 경제로 바꿔 나아가는 논리가 있다. 또 한편에서는 ‘평화냐 전쟁이냐, 평화를 하려면 협력을 해야 하고 아니면 전쟁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냐’는 식으로 접근해온 것이었다. 사실 평화를 중심으로 한 접근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약점을 노정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로켓 발사하고 때로는 연평도 포격 같은 사태도 발생했다. 사실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로서의 북한이 있기 때문에 진보 진영이 아무리 평화를 얘기해봐야 북한군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얘기가 상당히 공허한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 파고 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라고 하는 것은 전쟁이냐, 평화냐고 하는 점에서 한편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원칙적 입장이라고 하는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유지하고 관철시키면서 한편으로는 통일을 경제를 위주로 해서 경제적인 흡수, 그리고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남북 사이를 특수한 행정구역으로 해서 두 지역 체제를 유지해 나아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화론에 있던 일정한 허점을 병행 전략을 통해서 돌파해 나아가려는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경제 혹은 전쟁이냐, 평화냐고 하는 그래서 화해, 협력만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식의 단순 논리가 포용정책 1.0이라고 하는 수준의 것이었다. 특히 보수 진영의 그동안 핵심적인 논리는 두가지다. 하나는 ‘북한 체제를 바꿔야 한다’,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하는 행동만이 올바른 통일 행동이라고 보는 입장이 그 하나다. 또 하나의 입장은 ‘남한은 잘 살고 있는데 굳이 통일이라고 해서 얽힐 필요가 있나, 북한은 상관 없다’고 하면서 남한의 현상 유지를 잘하자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정전 협정을 바꿀 필요도 없고,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닌 것이었다. 이제 북한 체제 변화를 급진적으로 진행시키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서부터 통일 대박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한편으로는 국내 여론에서 보수 진영의 우위를 관철하는 담론과 대북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로 나아가면서 이런 문제들을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남북관계 구상과 관련해서 진보 진영도 새로운 입장과 구상이 훨씬 더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백낙청 선생은 포용정책 2.0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포용정책 2.0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남한의 존재 자체가 북한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이고, 아무리 평화 협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남한의 북에 대한 적대성이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북한이 그렇게 하기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남북이 서로 간에 위협을 감소시켜야한다. 예를 들면 남한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흡수하거나 힘의 우위를 통해서 북한을 압박하는 국가주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친일파 나라인 남한을 물리력을 통해서 민족해방을 시켜야 한다는 국가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일방적인 남북 국가주의를 상호 제약하겠다는 약속을 통해서 위협을 해소하고, 이 과정에서 다층적으로 시민 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통일 과정들을 준비함으로 새로운 포용정책 2.0의 시대를 열고 갈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그것의 핵심인 키워드가 남북 연합과 시민 참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이 포용정책 2.0의 문제의식을 더 발전시켜서 보수의 통일론에서의 대담한 변화에 대응할만한 진보의 대담한 변화와 담론의 발전을 추구해 나아가서 실제로 조금 더 생산적인 담론 경쟁을 이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남북관계 변화의 조짐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 군사적 대치 상황이 정점까지 갔다가 물밑에서 대화가 진행돼서 7.4 공동성명을 발표해 온 국민이 깜짝 놀라고 했다. 그 뒤에는 남북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그것을 악용하는 상황을 겪었다. 트라우마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은 어떻게 보나. 단적으로 얘기해서 진짜 통일을 염두하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일이라는 화두로 남한 내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정치적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 길이 다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으로 갈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인다. 지금까지 1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남북관계는 원칙주의도 있지만 철저하게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었다. NLL의 정치화, 종북 공세를 진행하고 그것을 갖고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덮어왔던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북한 체제를 가장 정치에 잘 활용한 것이 과거 유신체제였던 것이고, 그런 점에서 유신체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그렇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박근혜 정부의 선택과 시민사회가 얼마나 이런 상황을 견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종북 공세와 통일 공세를 묘하게 병행하는 양상을 띌 것이라고 말했는데 남북관계에서는 예를 들면 남북관계는 진전시키지만 그러나 상호 민감한 정치적 문제와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눈 감고 가고, 이러다가 남북간에 일정한 수 틀림이 발생하면 과거처럼 7.4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가 그냥 상호 체제 강화로 치닫는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이미 시대가 다르다. 87년 체제 전후의 차이라는 것은 굉장히 크다. 그런 점이 있다. 그때와 지금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을 얘기하면 닉슨 전 대통령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냐. 미국 역사상 닉슨 전 대통령은 새로운 보수의 시대를 연 것이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착종되어 있지만, 진보의 여러 가지 문제와 일정한 진보적 이슈들을 끌고 들어와서 보수의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닉슨 전 대통령이다. 그래서 결국 닉슨 전 대통령이 데탕트의 시대를 연 것이다. 박 대통령이 보수로서 데탕트를 연 닉슨 전 대통령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길을 갈 것이냐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선택하는 일이다. 얼마나 시민사회가 강력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보여진다. 이런 변화가 긍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사회 각 분야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야당도 그렇고 시민사회도 그렇다.

- 한쪽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에 비해 야당이 통일 문제에서도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저쪽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유지한 스탠스도 제대로 못 지키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별로 내놓은 것이 없는 거 같다. 지방선거가 곧 다가온다. 당장 지방선거에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는 천안함 문제가 있은 직후였고, 무상급식 문제가 이슈가 됐다. 내세울만한 게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야권에 대해 시민사회도 지켜보고 관망하는 거 같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담론도 진척이 돼서 국민들에게 내놓을 만한 것이 나와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야당 지도부나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를 보면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색채를 분명히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런 기계적 중도가 문제라고 보는 편이다. 북한에 대한 입장, 북한의 행위와 여러 부분에 대한 입장은 현실화되는 게 맞다고 보는 편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입장과 태도를 갖는 것과 남북문제나 통일문제에서 담대하고 전향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양립할 수 있는 문제다. 두 개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석기 사태라든가 현재 통합진보당의 문제 등이 있다. 특히 이석기 의원의 경우 이렇다 저렇다 논평할 입장에 있지는 않지만 녹취록에 나타난 기본적인 입장을 보면,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입장에 있다기보다는 분단체제 기득권에 서 있는 어떤 입장에 서 있다고 보여질 정도다. 적어도 우리가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입장에 명백하게 선다면 남이든 북이든 적극적인 비판이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북한과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 나아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두 개가 혼동되면서 서로 무력해지는 양상들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 특유의 남북관계와 관련된 색깔들이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민주당과 연대했던 혹은 종북세력을 방조했던 이미지들만이 일반에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야당이 통일과 관련되 합의를 위해 여야 논의를 하자고 하는데 그전에 기존 민주진영의 대북정책과 통일 담론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하고 고민한 새로운 입장들을 정립하고, 그것을 갖고 여당과도 적극적으로 초당적으로 대처하자고 하는 방향으로 가야 야당의 색깔과 일정한 정책이나 담론 논의의 주도성을 민주당이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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