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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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직은 국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자리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2월 4일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여수 앞바다 기름 누출 사건과 관련하여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부실신고와 사후대처가 미흡했던 점이 매우 유감"이라고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언론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이번 기름 유출 사태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윤진숙 장관에 대한 경질 여론이 빗발치지만 대체로 다시 유임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개인 책임이라 규정하여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경질 여론이 높았지만 대통령이 경고 한마디로 이를 묵살하고 유임시키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초 기자회견 당시 개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집권 2년차를 맞아서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 1초도 아깝다"면서 "정부 전체가 힘을 모아서 국정 수행에 전력투구를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특히 내각이 흔들림 없이 맡은바 업무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담당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전제는 내각의 각료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불의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력까지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단행하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무능과 방치로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데도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국민을 탓하고 있고, 생업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오염 현장을 찾아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고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느니,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인기 덕분이라 생각한다"는 등 상식 밖의 언동을 하는 수준의 장관들에 대해서조차 몇마디 질책만 하고 감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면 이 정부의 장관직은 국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자리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중립을 강조하려면 드러난 불법 선거 책임자들부터 법에 따라 처벌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 선거중립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할 시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구정 전에 선거에 이용될 수도 있는 대통령 시계를 여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돌린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정권에서 자행된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한편 다시는 이 같은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단행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같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비호하는 것으로 비쳐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청와대에는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대선개입을 총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연제욱 비서관이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 연제욱 비서관이 초고속으로 승진하여 군의 요직인 청와대 국방비서관 자리를 차고앉은 것이 지난 대선 논공행상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 사이버사령부 수사과정에서 연루혐의가 드러난 이상 그 자리에서는 일단 물러나 수사에 임하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난 시기에 선거 중립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사람들을 중용하면서 앞으로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드려 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지난 대선에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기는커녕 승승장구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선거 시기에 줄을 잘 서는 것이 결국 자신의 입신영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공수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서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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