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프레임은 지방선거 의식한 정략적 의도

사진=새누리당 제공
▲ 사진=새누리당 제공
지난 며칠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과 양승조 최고위원의 박정희 ‘전철’ 발언으로 다시 한 번 정국이 요동쳤다. 장 의원과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국가 위기조성, 대통령에 대한 암살 선동, 언어 살인이라며 규정한데 이어 박근혜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라 언급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초강경 입장을 보이자 새누리당에서는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양승조 의원은 ‘대통령 암살 선동’을, 장하나 의원은 ‘헌정질서 중단 획책’을 사유로 들어 의원직 제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에는 수시로 욕설에 가까운 언사를 퍼붓고 급기야 탄핵사태로까지 몰아갔던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의원직 제명안을 이처럼 쉽게 제출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과민한 대응은 ‘종북 프레임’에 이어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 갈라 내년 지방선거까지 야권에 밀려 정국 주도권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50%를 웃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선불복’ 프레임을 적극 활용할 경우 지지층만 결집시켜도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모습

사진=민주당 제공
▲ 사진=민주당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원 개인의 소신발언이 내부를 편가르기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는데 김 대표가 말한 단결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누구의 이해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당의 공식 지도부로서 예기치 않은 소속 의원들의 언행으로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는 일들이 적지 않았기에 그때마다 당혹스럽고 무력감도 느꼈을 것이라 이해가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권 일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정원 개혁특위를 가동시키기로 했고 예산안과 법안 등 다루어야할 현안들도 많아 정국이 다시 파행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상대 당에서 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을 거론하는 시점에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제명안 제출에 대해서는 “의사일정과는 무관하다”며 사실상 묵인하면서 자당의원들의 입단속에 나선 것은 아무리 국회정상화를 위한 고육책이라 하더라도 참으로 무책임한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막바지 국회가 다시 파행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자 하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판세력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공안통치로 꽉 막힌 불통 정국을 만들어온 책임을 면키 어려운 정부 여당이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까지 재갈을 물리려는 것에 대해 당이 수수방관한다면 앞으로 야당에서 누가 소신 있는 행보를 펼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 치하인 1974년 국회에서 당시 야당의 원내 최고령, 최다선 의원인 정일형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하야 용의를 묻는 소신 발언으로 국민의 억눌렸던 가슴을 대변한 바 있었다. 그때도 정부 여당은 국론 분열 운운하며 발언을 취소할 것을 종용했지만 정일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할 수는 있어도 발언을 취소할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동료 국회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분란하게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당당히 맞서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위해 당이 단결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지키고자 하는 당의 이해는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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