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칼럼]국회 선진화법 재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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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야당 목소리 귀 기울이지 않고 미리 선진화법 탓할 일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이른바국회선진화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국회 선진화를 위해 개정된 국회법이 소수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국회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것을 볼모로 민생을 팽개치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된 현행 국회법이 근본적으로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그들이 말하는 대의정치 원리를 위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먼저 새누리당이 전제하고 있는 정부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볼모는 일어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야당의 견제가 아니더라도 애초에 국회의 정부 예산안에 대한 헌법적 동의 기한인차기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헌법 제54조의2)’은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올해에는 더구나 정기국회를 29일이나 늦게 시작했고, 중간에 인사청문회까지 있었다. 하기야 어쨌든 법정 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국회, 국회의원의 책임이다.

     

    그동안 국회의 예산 동의 기한을 어기는 것이 오히려 상식처럼 돼 왔다.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지만 이런 절차를 어겨도 아무런 책임 없이 지나갔다. 예산안뿐만 아니다. 국회 개원, 결산 심의, 선거구 획정 등 많은 절차 기한을 어겨도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다. 일반 국민들은 절차법을 어기면 과태료 등 책임을 부과 받는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입법부인 국회는 스스로 먼저 위법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강제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든지, 지키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국회법, 이른바국회선진화법은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동의의 헌법적 기한을 지키도록 개정된, 그야말로 선진화된 것이다. 11월말까지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돼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한편으로는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면서도 소수의 무조건적인 발목잡기도 못하도록 돼 있다. 예산안의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도 제한된다(국회법 제106조의2 10). 그런데 예산안의 본회의 부의 기한과 관련된 조항의 시행일이 2014년부터로 규정돼 있다. 이 기한에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안이 좀더 먼저 확정돼 국회에 제출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법적인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극단적으로 야당이 발목을 잡으려 할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 물론 야당이 무책임한 극단적인 행위를 할 경우 국민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의 협력, 협의의 정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양보도 하고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 시점에국회선진화법재개정 운운 하는 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를 선진화시키자는국회선진화법은 단지 국회에서 일어났던 몸싸움이나 폭력을 방지하자는 것만이 아니었다. 국회를 운영하는 자세,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선진화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제 다수의 횡포가 아니라, 소수에 대한 존중과 협의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소수도 떼쓰기가 아니라 절차의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회에 임하는 자세는 다수의 횡포의 옛 추억을 버리지 못한 채, 국회선진화법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 임하는 자세를 먼저 반성하고, 법률적인 한계가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

     

    어느 법이든 예기치 못한 못했던 문제가 나타난다면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수결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이라거나, 현행법이 위헌적이라거나 하는 것을 개정 이유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먼저 그냥 다수결의 원칙이 곧 민주주의는 아니다. 민주주의의 여러 원리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칙일 뿐이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원리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예컨대 다수가 결정하는 것이 소수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하며, 소수도 다수가 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 결정이 소수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면 소수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정한 소수가 항상 소수로만 남는다면, 그 소수는 공동체의 주체가 아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원리는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채택된다. 순번제도 있고, 비례대표제도 있고, 제비뽑기도 있으며, 소수를 우선 배려하는 제도도 있다. 다수결 제도도 단순 다수결, 절대 다수결, 압도적 다수결 등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승자독식으로 이어지는 단순 다수결제를 중심으로 한 체제가 절반 정도이고, 협의제에 가까운 체제가 절반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나 소선거구제를 대표로 하는 단순 다수결의 승자독식체제이나 비례대표선거제나 국회의 교섭단체 협의 같은 제도도 있다. 다수결제가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에 선진화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이다.

     

    또 새누리당 등에서 위헌의 근거로 삼고 있는 헌법 49조도 그렇다. 헌법 49조는헌법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회 의결의 다수결제를 규정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다수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예산안과 관련된 2013년의 과도기 제도적인 공백에 대해서는 여야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회 선진화법의 취지가 여야 관계의 변화, 대의민주주의와 국회 운영의 원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동반하자는 것이었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미리 국회선진화법을 탓할 일이 아니다. 야당 또한 법의 사각지대를 무익한 정쟁의 도구로 삼는 자해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 정치학박사)

    김만흠 기자 manm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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