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고부가가치 산업발전, 정부의 청년실업 극복정책과 일맥상통해

지난 7일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모습
▲ 지난 7일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모습

 

전국 기초단체장 중 가장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사람. 2013년 9월 현재 98만 명의 거대 도시 성남을 이끌어 가는 선장. 시의 곳간을 물려받은 2010년 당시 7285억이라는 빚더미 속에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3년 만에 재정건전화 원년을 선언한 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전임 시장이 물려 준 유산 가운데 하나인 건축비 1천 636억 짜리 ‘호화청사’에서 만난 이재명 시장에게 ‘물려받은 유산’에 짖눌린 그늘은 없어 보였다. 시장실 또한 호화청사에 어울리지 않게 좁고 집기도 집무용 책상과 회의용 탁자로 단출했다. 흔한 소파조차 없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최근까지 지역 내 반대세력, 정치권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가 물러 선 적은 없었다. 이 시장은 자신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외부적으로 이미지에 끼칠지 모를 악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원칙을 고수하려는 태도가 그 원인”이라고 자가진단을 하면서도 “시민들과 함께 뜻을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의회와의 충돌”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성남시정을 둘러 싼 갈등을 지방자치의 성숙 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 시장은 “신도시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약을 시의회 심의를 거쳐 추진”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와의 갈등으로 일을 못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시장의 호언대로 성남시의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스스로 시정에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주민자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4년이란 시간을 짧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많은 현실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자신에게 유리한 단체장 공천 폐지’조차 흔쾌히 동의하기보단 ‘제도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합리적인 태도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단초일 것이다.

 

정당공천제는 제도가 아닌 운영상의 문제, 실질경쟁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해야

▶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성남시의 사례를 근거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가 잘못 운영되다보니 문제가 발생해 비난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체가 실시된 초기에 무공천 방식으로 인해 발생한 (지역)토호화의 문제를 시정하고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제도다. 그런데 정당공천제가 시민들의 참여를 사실상 박탈해버리는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렸다.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지역)토호화의 문제와 기득권의 문제가 있고, 공천을 할 경우 시민들의 선출 권한, 참여자치권한이 박탈되는 문제가 있다. 특정 정당의 세가 높은 지역의 경우 그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곧 정치로부터 배제됨을 의미한다. 그렇다보니 공직자가 시민을 위한 봉사가 아닌 당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됐고 이런 경향이 수도권의 기초의원들에게서 나타났다. 예전에는 기초의원을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아서 후보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는데, 이제는 2인 선거구로 바뀌면서 양당이 각각 한 명씩 공천한 후보가 대부분 당선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역구가 큰 곳에서는 공천 여부에 상관없이 후보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지긴 하지만, 수도권만 해도 이런 지역이 거의 없고 그렇다보니 이렇게 선출된 사람들이 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현재 기초의원 2인 공천제에서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시 정리해 말하자면, 정당공천제가 시민들의 자치 주권을 박탈하고 선출직 공무원들로 하여금 시민들의 이익이 아닌 정당의 이익에 부응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공천제 폐지를 묻는다면 공천제 폐지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정당 공천제 폐지가 아닌 후보 간의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정당공천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잘 진척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 성남시의 경우 인구 100만의, 예산 2조 3000억 이상을 집행하는 지방 광역시 수준의 도시인데, 기초단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천하지 않게 된다면 물론 저야 유리하겠지만 제도 자체로만 볼 때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시골 지역의 경우 군수 한 명에 국회의원이 4명이나 있는데 사실상 군수가 국회의원의 집사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다 보니, 공직자가 시민이 아닌 자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게 되어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치권, 자치주권, 선출권, 선택권을 빼앗아가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성남시의 고부가가치 산업발전은 정부의 청년실업 극복정책과 일맥상통

▶ 시장님께서 판교테크노밸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곳의 전망은 어떤가?

- 이미 상당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원래 성남은 지리적, 인구통계학적, 제반환경에 있어서 워낙 좋은 조건을 갖춘 도시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은 지역이다. 판교 이전에도 야탑밸리, 정자동 등에 IT, BT 등 첨단벤처사업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전국에 내로라하는 IT컨텐츠 업체들이 판교에 대거 입주하게 됐다. 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IT컨텐츠 사업이 판교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통해 성남시가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발전시켜 청년 실업 문제를 극복하는 등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총 몇 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했나?

- 1137개까지 보고받았는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게임 산업의 경우 4 곳의 메이저회사가 성남시에 있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반 이상이 성남시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성남보호관찰소 님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여론 조정과정이 중요

▶ 최근 성남보호관찰소 입주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는데, 이 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 저는 그 문제를 단순히 님비현상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사업 추진으로 인해 특정 주민들이 피해보는 것에 대해 그 분들의 입을 봉쇄해버리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다. 사회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특정 집단이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면 사회공동체 전체가 특정 집단이 손해를 입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 특정 집단이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여론을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보호관찰소 입주는 당사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야밤에 기습적으로 진행된 것이고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던 적이 있기 때문에 성남시민들도 당연히 반발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복면하고 야밤에 집에 들어오면 집 주인으로서 내쫓는 게 당연지사다. 다만 보호관찰소가 성남에 있어야 할 근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토론과 같은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경호․경비의 강화를 통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합리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가 직접 알아보니 경찰서에 드나드는 범죄자들보다 보호관찰소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더 적고 위험성도 낮던데, 마치 경찰서보다 위험한 기관인 것처럼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다. 그래서 이를 주민들에게도 이해시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법무부와 연계해 관련 기구를 만들었고 공개적으로 논의할 사람들을 모집하해 1주일 만에 400여 명이 신청했다. 현재 서현동으로의 보호관찰소 이주가 무산되면서 성남시의 다른 지역이 논의되고 있는데, 낙하지점을 잘 골라서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시장인 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 성남시는 분당구와 중원구의 격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두 지역 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 잘 아시다시피 성남에는 대한민국의 개발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다. 전자(분당과 판교 그리고 위례신도시)는 강남의 고급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신도시인 반면 후자는 빈민들을 강제 수용한 천막촌에서 시작된 지역이다.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지역과 빈민들을 위한 지역이 성남시 안에 같이 있다 보니 그 기저에 본질적으로 갈등이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분당구와 중원구를 분리하자는 운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고 이런 구호를 외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분들이 몇 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분리해버리면 공동체에 무슨 의미가 남아있겠나. 남과 북이 왜 통일해야 하고 동과 서가 왜 화합해야 하겠나. 4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2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따로 분리하자는 것은 아예 공동체를 깨버리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분당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서 중원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주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는 분당구민들, 남의 집 앞마당에 집 지어놓고 먹고 살 만하니까 연을 끊자는 거냐며 반감을 드러내는 중원구민들, 이들의 뿌리 깊은 갈등이 표면에서 드러날 때가 종종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원구의 도시환경을 분당구에 못지않게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방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분당구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고 이렇게 하면 갈등이 극심해지게 된다. 그래서 유일한 대안은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서 중원구의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에, 도시공사를 통해 토지개발에 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약 1조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개발이익을 낙후된 지역의 도시 개발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쓰면 갈등이 적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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