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2할 자치라고 할 정도로 중앙에 비해 권한이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두루 경험한 몇 안 되는 분들 중 한 분으로서, 지방자치의 현주소가 어떻게 보이시는가?

 

박정희 정권 때 지방자치가 강제적으로 없어지지만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지방자치의 수준이 낮아졌을 리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91년 기초의원 선거, 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50여 년 앞서 지방자치를 하면서 정치의 뿌리를 잘 내린 결과, 나라의 여러 중대사를 겪으면서도 선진국으로서 굳건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흔들리더라도 지방정부가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일본이 있을 수 있었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나마 겨우 부활한 지방자치가 정치적 위기를 겪은 노태우 정권이 국민들에게 선심성으로 내놓은 카드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지방자치를 시행하기 위해 치밀하게 사전 작업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급하게 지방자치를 시행한 게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게, 마치 지방정부는 자기들이 숟가락으로 직접 밥을 떠먹여줘야 하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10년 간 민주정권을 거쳐 오면서 지방에 많은 권한이 위임되었는데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지방정부의 권한이 축소되고 곳간이 비어가기 시작했다. 제가 구청장으로 취임한 시기가 바로 MB정부 때인데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주는 패널티가 너무 많다보니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지난 3년 간 구정을 이끌면서 중앙에 예속된 자치, 앵벌이 자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앵벌이 자치라는 말이 오늘 처음 나왔다.

 

그야말로 중앙에 통제된 자치, 중앙자치다. 돈은 끊임없이 중앙이나 시에 요구하므로 앵벌이 자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균형발전이라는 얘기를 해서 또 한편으로는 지방으로 예산이 흘러갔지만 광역시 안의 자치구의 경우는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재정이 나빠졌다. 자치구라고 하는 것이 명목뿐이고 그야말로 앵벌이로 종속적인 1% 자치라고 얘기하는 구청장도 있다.

 

그런데 툭하면 또 특별시 광역시 자치구는 자치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50년 해방 이후 60년 동안 대한민국은 행정구역 개편이 거의 없었다. 강압적으로 통합하라고 하다가 통합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끝나버렸다. 17대 국회부터 50~60년 동안 일제 때 만든 행정구역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이냐를 논하다가 선거 때 없어지곤 했다. 현재 인천광역시 안의 자치구가 없어져야 한다고 얘기하거나 현재 있는 행정구역을 두고 없애자 말자는 올바른 개혁 개편은 아니라고 본다.

 

광역시의 지방자치는 외국의 경우 인구 20-30만 명이 가장 적정한 규모로 본다. 그보다 넓어질 경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영역을 나눈다. 프랑스의 경우 꼬뮌은 2-3만부터 10만까지 있다. 내가 지방자치를 20-30년 경험하고 공부도 끊임없이 한 입장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지방자치 단위는 20-30만이다.

 

그것을 더 큰 범위에서 대응할 수 있다면 100만 정도가 적당하다. 지나치게 넓은 부분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들이 다 녹여져 행정구역 개편이 되었을 때, 어느 구는 없어지고 어느 시는 남아야 하는 문제를 다뤄야지 지금처럼 똑같이 개편 없이 일방적으로 인천광역시 자치구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단순논리라고 생각한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굉장히 지난한 문제이다.

 

지난한 문제지만 우린 100년 만에 주소 개편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그건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안 맞는 옷을 입고, 사람이 침대에 안 맞으면 잘라내는 식으로 선거에 급급해 그 때마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 기득권 가진 사람에게 눈을 맞춰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과거의 법이나 제도에 대해 중요한 개혁과 개편을 놓친 부분이 많다.

 

행정구역 개편은 정부가 공약을 내걸지 않은 부분이지만. 이 시대의 현안 문제임은 분명한 것 같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관점이 중앙이건 정치권이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단체장을 하고 지방의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나 외국 사례에서 봤듯이 우리나라를 우리 후대에게 정말 자랑스럽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주고 그런 삶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성숙이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툭하면 지방자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60년대에 없애버리고 또 90년대 정치적으로 세워놓고, 정치권에서 자기 필요성에 따라서 공천을 주었다가 폐지하곤 한다. 이런 지방자치에 대한 관점은 굉장히 일천하다. 시민들은 많이 깨어나고 민주적으로 성숙했다. 또한 권리의식도 생기고, 그에 대한 책임의식도 충분히 갖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발전, 나아가 국가의 발전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어쨌든 이정도 변화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것은?

 

정당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의 지방에 대한 재정지원이 없으면 지방자치는 소용없다.

 

지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 2 정도인가.

 

그렇다. 이것은 20년 동안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사회복지 관련해서는 주민들에게 많은 복지를 제공하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비용은 6 4정도의 비율로 지방이 부담하라고 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경우는 8 2로 하고, 취득세라고 하는 지방세수의 근간이 되는 부분을 영구 감면하겠다고 하면서 지방과는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 내가 행자위를 국회에서 4년간 계속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에서의 지방정권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다.

 

그럼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법이 바뀌어야 한다. 신문에도 낫지만 국회에서 나온 법안을 기재부와 안행부는 우리 중앙정부도 재정이 없다면서 충돌한다. 지방소비세법을 바꾸든가 복지사업에 대해 국가 부담으로 하는 식의 관련 법들을 계속 바꾸어야 한다.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인천은 현재 300만을 바라보고 우리 부평구가 57만을 넘는 도시가 되고 있는데, 공무원 하나 뽑는 것도 중앙에서 결정한 총액 또는 총 정원제에 걸려서 주민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공무원을 늘릴 수 없다. 인구 32만의 서울 서대문구는 공무원이 1200명이다. 그런데 인구 57만인 부평구는, 인구는 2배인데 공무원은 오직 1,000명뿐이다. 이걸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가 결정한 인사에 따라 지방이 영향을 받는 걸 보면 가장 튼튼해야 할 말단 부분이 가장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은 시민단체나 유권자들이 얘기하기도 하지만, 우선적으로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가장 큰 변화의 틀을 가지고 있으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예산으로 주민들이 국가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중앙에서 갑자기 기초생활수급자를 이렇게 해라, 영유아 보육 이렇게 해라, 이러면 주민들이 중앙정부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도를 보고 구청에 찾아온다. 중앙에서 결정되었는데 나한테 왜 이렇게 안 해주냐며 항의하면 우리는 중앙에서 결정된 걸 쫓아서 할 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회복지 직원이 많이 자살하는 이유도 결국은 지방자치의 사회복지에 대한 제대로 되지 못한 관점과 정책을 행하는 중앙정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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