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 끝나지 않은 전쟁

▲  
▲  

3년 동안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고 민족 전체에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겼던 6.25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어느덧 60주년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는 북과 남에서 핵실험과 대규모 군사훈련이 반복되면서 국지적 충돌 가능성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계전쟁사에 유래가 없는 길고 긴 정전(停戰)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60주년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국과의 동맹관계의 공고화를 성과로 얻고자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에 매달리는 것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일 것이다.

북핵문제만 하더라도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어렵고,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만 하더라도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4자가 머리를 맞대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6자회담과 4자회담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 남북관계의 개선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채널을 통한 대화일 것이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해법을 펼쳐나가기 어렵게 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의사를 내비치는 시점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실패한 비핵개방3000 전략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에 모든 것을 묶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북한이 6.15 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성 또는 금강산에 치르자고 제의한 것에 대해 정부가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술책으로 본다며 이를 거부했다.

나아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내외신 회견을 통해 "소쩍새가 한번 운다고 해서 국화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며 북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할 뜻이 없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그런데 시인은 국화꽃이 피기 위해서는 소쩍새 울음만이 아니라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어’야 한다고 노래한 바 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여기에 묶어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愚를 다시 범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좌초할 위험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하루하루 숨이 가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기울여 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고 중단된 금강산 관광도 재개해 나가는 등 남북한 간에 신뢰를 쌓는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평화공원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측과 모든 대화 채널이 단절된 채, 팽팽한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6월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고 6자회담 관련 당사국 간의 협의도 있을 예정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놓고 다양한 외교적 채널이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에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놓여 있고 이를 통해서만이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는 4자회담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