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사과한다’는 빗나간 발언은 뒤틀린 ‘甲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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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가 온통 황색 추문으로 물들고 말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저질렀던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행적들은 차치하고 사후에 이를 얼버무리려 했던 참모진들의 행태 또한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윤창중이 상식을 벗어난 언행들로 인해 대변인 임명 당시부터 ‘불통인사’ ‘오기인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자임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이런 자가 청와대 대변인 자격으로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따라 나서서 나라 망신을 시키고 ‘國格’을 완전히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동을 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수행한 비서진들이 사태의 엄중함을 모르고 범인을 한국으로 빼돌린 다음 대통령에게 뒤늦게 보고하고, 정작 귀국 후에는 가자들 앞에서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는 번지수가 빗나간 발언을 했다.

그런데 윤창중 성추행 파문을 접하면서 최근 우리 사회의 뒤틀린 ‘甲乙’관계에 대한 새삼스러운 여론의 질책이 떠올랐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태를 되짚어 보면 ‘갑을’관계가 단순히 기업관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윤창중은 저급한 변명으로 일관한 회견에서 자신을 도왔던 ‘인턴’을 ‘가이드’라 격하하기까지 했는데, 그가 행했던 일련의 행태들을 보면 마치 빗나간 ‘갑을관계’의 전형을 보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대통령께 사과’ 운운하는 발언도 책임 있는 참모의 모습보다는 대통령만 ‘甲’으로 바라보는 비굴한 ‘乙’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기간 중 대니얼 애커슨 GM회장과 나눈 대담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한국GM이 노조 측과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소송의 일방  당사자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언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세일즈 외교와 외자 유치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이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3권분립의 기본을 망각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다국적 대기업과 재벌들이 ‘甲’임을 다시 확인시키고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조차 그들 앞에서 ‘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甲’은 국민이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은 국민에게 오직 ‘乙’일 뿐이다.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들에게는 그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으로 이를 응징, 단죄하는 것이 '을'들의 책무라 할 것이다.

이런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을 남용하여 나라 망신을 시키는 자에게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물어 진정한 ‘甲’인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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