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재편 주도권 장악, 민주당의 위기와 문재인

■ 인사난맥 넘은 박근혜, 대북관계 새로운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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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3월 말 한 때 40%선 방어선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4월 들어 반등해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49.9% 수준까지 회복했다.

연속되는 인사난맥의 후폭풍으로 ‘불통’, ‘나홀로 인사’란 여론의 비판이 비등했으나 정부조직법 처리, 장관 인선과 임명 마무리, 4.24재보선 승리 등으로 숨통을 튼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아있다. 북한문제와 이와 연동된 한미정상회담이란 시험대이다.

박 대통령은 4월 27일 한 가닥 가능성만 남겨두고 있던 개성공단을 두고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통일부를 통해 이틀 전인 25일 개성공단 문제해결을 위해 회담 여부를 26일 오전까지 통보하라며 통보가 없을 경우 개성공단 잔류인력을 철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선 굴욕에 가까운 협상재개 통촉이었고 당연히 4월 27일에 잔류인력 철수 시작은 당연한 결과였다.

박근혜 정부로선 잔류인력을 철수함에 따라 이제 개성공단에 대한 처리문제는 이명박 정부시절 금강산관광사업의 자산동결 위기에 내몰렸다. 잔류인력을 철수함에 따라 개성공단에 대한 처리 주도권은 북한이 쥐게 됐고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라곤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앞서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폐쇄와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 방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해 남북한 간 냉기류는 내달 7일 있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서 북한문제 해법에 대한 가닥이 잡힐 때까지는 일단 잠복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새로운 불씨가 추가된 셈이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선택은 대북정책 원칙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수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덴 일정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과 ‘닮은 꼴’이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따라서 내달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이 도출될 지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모이고 있다.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계승인지 아닌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제적 핵 조치란 원칙에만 매달릴 지 아닐 지의 여부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보다 진전된 방향 즉 북핵 포기와 관계개선 병행추진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변화의 바람을 탈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지금 현안으로 대두된 개성공단 문제는 과거 금강산관광사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에 따라 국내정치도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시즌2’로 귀결됐다고 판단될 경우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기대했던 야권지지층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다 진전된 대북정책이 나올 경우 보수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새누리 4.24 재보선 승리, 김무성-이완구 복귀

조용하던 새누리당이 4.24 재보선 승리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두 달 동안 이어진 정부조직법 개편안 장기 표류와 인사난맥 와중에 당 지도도부의 지도력 부재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무능한 여당’이라는 비판 여론 때문에 뒤숭숭했으나 지금은 평상심을 되찾은 상태다.

무기력하고 생동감 없어 보이는 새누리당이 4·24재보궐 선거 이후에는 여권은 변화의 기류 속으로 한 발 내딛은 모양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원조 친박 김무성 의원의 복귀가 그 시발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 맹주를 자임하는 이완구 의원의 가세로 박근혜 정부의 지지기반이 영남-충청의 두터운 기반을 확충하는 계기가 됐다.

김무성-이완구 두 거물의 귀환으로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던 새누리당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들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황우여 대표체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조기 전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배경에는 김무성 의원의 국회 복귀에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지도부 ‘무능’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고 강한 리더십을 갖춘 힘있는 ‘여당’을 만들기 위해 조기 전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 황우여 체제가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다.

김 의원 역할론을 내세우는 목소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당내에서 소외된 그룹, 당청관계에서 당이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수직적 당청관계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전대’ 주장이 당내에서 수용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먼저 친박근혜계 주류 쪽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권력기반을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이다. 게다가 김무성 의원 본인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우선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상황이다. 이는 이완구 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4.24재보선에서 승리한 마당에 이 선거를 이끈 황 대표 지도체제를 흔들 명분도 없다. 청와대 주도의 황 대표 관리체제가 원만한 상황인데 별 다른 계기 없이 ‘조기 전대’ 여론을 형성할 경우 청와대와 맞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김 의원이나 이완구 의원 모두 ‘조기 전대’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여권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치는 선거란 이벤트를 통해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고 이에 맞춰 권력지형의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다. 이번 4.24 재보선의 새누리당 승리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체제의 연장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결과로 해석되기에 섣부르게 권력투쟁에 나설 경우 당내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권력재편은 10월 재보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10여 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고 황 대표가 사퇴한 뒤 새로운 대표를 뽑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곧바로 이어지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첫 시험대이다. 여권으로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2016년 총선까지 국정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권 심판’으로 아로새겨질 경우에는 정권 중반기 국정추진 동력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10월 재보선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황우려 체제가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다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선거를 책임지는 지도부를 새로 만들어낼 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무성-이완구 의원은 10월 재보선 성적표가 나오는 6개월 동안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망된다.

이들 의원들로선 10월 재보선 결과를 보고 움직이는 것이 유리한 여건이다. 당장은 청와대의 의중에 벗어나는 행보를 하기보다는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승리할 경우 5월 정기전대를 겨냥하고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에 편승해 ‘역할론’을 내세우면 된다. 굳이 일찍 움직일 이유가 없다.

이보다는 당장의 관심사는 내달 초 있을 원내대표 경선이다. 이한구 원내대표 후임 인선이다. 이 원내대표의 임기가 다음 달 8일 종료됨에 따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해야만 한다. 친박 쪽에서는 이주영, 최경환 두 의원이 일찌감치 나선 상태이고 비주류 쪽에선 김기현 의원이 나선 상태이다.

이주영-최경환 두 의원간의 교통정리 문제가 남겨져 있지만 친박 주류 쪽에서 원내대표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친박 비주류나 비박계에서 어느 정도 역동성을 보여줄 지가 오히려 주목거리다. 비박 쪽에서 새 정부 두 달 동안 보인 새누리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재차 반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은 ‘친박계’ 일색의 당이 얼마나 분화할 것인지가 주목거리다. 당내 친이계가 거의 소멸되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라는 과제가 달성됐기 때문에 더 이상 친박의 의미가 없어지고 관성만 남아있는 것이 현재의 친박계이다. ‘박근혜’란 현실적 당내 중심이 없어진 만큼 새로운 구심점으로 흩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새 정부 인사에서 소외된 친박진영 인사들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지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안철수 야권재편 주도권 장악, 민주당과의 경쟁 본 궤도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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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결과로 야권재편의 주도권은 일단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의원이 장악했다. ‘4.24선거 민심’은 지금의 민주당으로선 희망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안철수’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을 어떻게 재편해 가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에 따라 야권재편의 경쟁은 ‘선수(先手)’를 쥔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핵이 되고 민주당은 안 의원의 행보에 따라 ‘후수(後手)’를 두는 게임의 룰이 형성됐다. ‘안철수의 전략’에 따라 야권구도는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민주당은 야권재편의 주도자, 설계자가 아닌 피동적 ‘대상’으로 안 의원 쪽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의회에서 송호창 의원과 호흡을 맞추겠지만 혈혈단신에 가까워 127명의 의석을 가진 공룡 민주당과 경쟁하기란 벅찰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쪽의 장점은 대국민 소통능력에서 민주당에 앞서 있다. 여기에 소수집단의 특성인 빠른 의사결정력과 수렴능력, 행동력은 야권재편과정을 ‘안철수’ 주도로 풀어내는 동력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반면 민주당은 몸집은 거대하지만 개별 신체부위 통제력이 약한 ‘공룡’이다. 의사결정시스템이 무너졌고 의사를 결정해도 이를 집행하는 구조도 갖추지 못해 몸과 머리가 따로 움직인다. 대선패배 이후 5.4 전당대회를 두고 벌어지고 ‘계파주의’, ‘패권주의’로 도배되는 당내논란에서 이러한 민주당의 모습을 만천하에 노출시켰다.

당은 주류-비주류로 대별되지만 그 내부만 해도 다양한 세력으로 얽혀 있다. 친노무현세력부터, 정동영-손학규-정세균 등 유력 정치지도자들도 자기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 박지원 의원 등으로 상징되는 호남, 정통민주세력, 486, 민평련, 중도블럭, 진보블럭까지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당이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을 거치면서 당의 힘을 모으기 힘든 구조란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선거 때마다 상시적인 ‘책임론 공방’, ‘퇴진 공세’, ‘패권주의’ 논란으로 점철돼 왔다. 이에 국민들이 이러한 민주당을 ‘권력 다툼집단’으로 바라보고 신뢰를 접는 사태에까지 직면한 것이다.

야권재편 경쟁에서 안철수 의원이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판을 형성시킨 것은 다름 아닌 현재의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야권재편과정에서 안철수 세력에게 선수(先手)로 뭔가를 내놓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탓이다. 오히려 안철수 의원이 내놓는 ‘전략’에 따라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야권재편의 출발점은 민주당의 5.4 전대결과가 아니라 안철수 의원이 내놓는 ‘재편 전략’이다. 따라서 안 의원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 지가 10월 재보선까지의 최대 관전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의 변화는 ‘안철수의 전략’에 따른 후순위 관심사이다.

‘안철수의 전략’의 1차 선택지는 신당 창당 등을 통한 ‘독자세력화’와 ‘민주당 입당’ 둘 중의 하나이다. 지금의 정국흐름을 보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만큼 5.4전대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김한길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민주당 입당’보다는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세력화라는 카드를 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철수 의원으로선 독자세력화라는 1차적 정치적 목표 달성 없이는 그 다음 정치행보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세력화가 성공하지 못한 상태라도 현재의 국민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향후 정치과정에서 민주당을 얻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안 의원은 ‘민주당 세력’에 얹혀가는 신세가 되면서 당 내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세력의 구심점 형성이란 1차적 과제 수행이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신당창당’을 통한 민주당과의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안철수 세력’을 결집하고 이것이 선거결과로 도출시켜나가는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이다. 선거 성적표가 그의 ‘독자세력화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가치와 지표를 확인해야만 그 다음 정치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뒤이은 ‘안철수 전략’의 수순으로 ‘10월 재보선’과 ‘2014년 지방선거’ 중 어느 관문을 자신의 시험대로 삼을 지 여부이다. 정치전문가들은 10월 재보선이 ‘안철수’의 독자세력으로서의 지표를 확인하는 시험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안 의원의 신중한 성격을 감안하면 10월 재보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 두 개의 시험관문을 모두 거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0월 재보선 한 번으로 민주당과의 경쟁이 정리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10월 재보선의 승패여부에 따라 안철수의 ‘전략적 선택지’는 갈릴 전망이다. 10월 재보선 결과 민주당에 완승할 경우 본격적인 안철수 중심의 ‘민주당 와해 -> 안철수 신당으로의 흡수’란 전략적 흐름을 타면서 야권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127석의 공룡이 무너지는 현장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10월 재보선마저 패배할 경우 당은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당을 지키겠다는 세력보다는 안철수 신당 쪽으로 가닥을 잡는 세력이 큰 줄기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서 야권재편은 ‘안철수’ 중심으로 완성되고 2014년 지방선거의 야권의 전열이 구축돼 나갈 것이다.

그러나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과의 승패구도가 불명확하거나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에게 패배할 경우의 ‘전략적 선택지’는 내년 지방선거로 옮겨갈 것이다. 민주당과의 ‘분립’구도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냐, 아니면 민주당 주도의 ‘야권통합’에 참여할 것이냐는 두 개의 선택지를 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철수 의원 쪽은 야권재편과정의 선수(先手)가 훼손되고 민주당의 야권재편에 대한 주도권이 강화됨을 의미하지만 안철수 신당으로선 지방선거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서의 승부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전술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기초선거를 포기한 이상 무리한 인재영입보다는 주요 포스트에 명망가를 끌어와 선거국면에서의 돌파력을 높일 수 있다.

10월 재보선도 또한 주요 전략지역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하고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 집중할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 또 이 과정에서 호남을 공략해 민주당의 기반을 약화시킬 경우 향후 2016년 총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으로선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 두 개의 관문을 통해 민주당 분당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민주당 내부구조상 ‘안철수’의 흡인력에 빨려갈 세력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를 야권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분열돼 치러야 한다는 부담도 안는다. 분열된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여권에게 패할 경우 나타날 후폭풍은 안철수 신당에게도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민주당의 위기와 문재인

민주당은 4·24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 뿐 아니라 군수 2명,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3명 등을 뽑는 선거에서도 전패했다. 민주당 득표율은 평균 24.6%로 지난 대선 문재인 대선후보가 얻었던 득표율 48%의 절반으로 추락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무공천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민주당은 공천을 감행해 조직선거에 나섰음에도 전패했다. 가평군수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 4명과 붙어 9.3%의 득표율 로 4위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대선 때 약속을 져 버렸다면 실리라도 챙겨야 하지만 그마저도 못해내는 무능함을 보였다.

이 같은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에게는 사망선고에 가깝다. 5.4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겠다지만 국민들은 시선은 싸늘하다. 당권에 가장 가까운 김한길 의원이 무얼 해낼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에 맞선 강기정-이용섭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한다고 하지만 왜하는지에 대해 대해 크게 궁금해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5.4전대가 ‘그들만의 잔치’로 가고 있는 반증이다. 지난해 1월 통합전대서 약 80만 명의 모바일 투표 참여열기를 불러일으켰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미 국민들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났다. 다만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국민의 시선을 잡고 있는 것은 지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뿐이다.

지난 4월 13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쓰레기”라고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진 교수가 글을 올린 다음 날 민주당 민원센터에는 민주당을 비난하는 민원이 폭주했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은 커지는 상황임에도 문재인 의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함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대선국면에서 40%대까지 치솟았던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대선패배 직후 벌어진 대선책임 공방에서부터 벌어진 장장 4달 동안 ‘계파간 권력다툼’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모두가 ‘계파 해체’와 ‘혁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계파별 권력투쟁 이상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5.4 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당이 제대로 혁신해 정상적이고 일사분란한 체계로 당을 운영해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로지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만 기생해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정당 이상이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통제가 안 되는 구조에 있다. 의견수렴도 안되고 의사결정도 어렵고 설사 의사가 결정된다 해도 집행이 불투명하다. 127명의 의원이 따로 노는 리더십 부재의 상황이다. 리더십이 없는 정당을 국민이 지지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또 지금 누가 나서도 당내 얽히고설킨 세력들을 통합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이다.

민주당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구축돼야만 가능하다. 즉 차기 대권가능성이 높은 인물 중심으로 당이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신당창당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을 위기로 몰고 있고 문재인 의원은 대선책임론 때문에 당내에서 강한 견제를 받고 있는 처지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국민적 신뢰도를 가진 지도자를 중심으로 당의 의사결정구조를 형성해야 흩어진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모아낼 수 있으나 5.4 전대는 그 길과는 반대의 길을 가면서 더 큰 위기의 수렁 속으로 빨려가는 흐름이다.

이는 민주당의 위기상황을 해소하는 동력은 일단 문재인 의원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되면 ‘친노’라는 굴레와 대선책임 때문에 당장 나설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의 역할은 증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경쟁하기 위해선 ‘문재인’을 동원해야만 국민적 신뢰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가는 근저에는 ‘문재인’과의 경쟁과 결부된다.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 문 의원의 입지를 좁혀야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이 결국 문 의원을 전면에 세워야 하는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 의원이 과연 당내 권력투쟁 속에서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문 의원은 리더십을 검증받지 못했다. ‘좋은 후보’라는 평가는 얻었지만 ‘정치적으로 진영을 통솔해내는 강한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 즉 ‘친노-호남 연대’의 축에 끌려나온 차출된 후보라는 인상을 지워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에선 대선책임 지수가 이해찬-한명숙 두 의원보다 낮게 평가되는 기현상마저 벌어졌다. 대선후보가 제1의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의 상식임에도 이러한 평가가 나온 것은 문 의원이 정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정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선함’과 ‘옳고 그름’이란 합리적 상식에만 기반하지 않는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정치적 강함’을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이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해 “착하다고 해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니다”며 선한 의도를 넘어선 결과를 도출하는 유능한 리더십을 보이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위기가 보다 가시화되면 문 의원은 당 수습을 위해 어느 시점엔가는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그는 과연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당을 수습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야만 민주당을 위기에서 추스를 수 있다. 그 반면교사는 2004년 17대 총선과 2011년 말 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안철수 의원이 본격 시험대에 올라섰듯이 문 의원 또한 이때 비로소 본격적인 정치리더십 시험대에 오른다. 그가 당을 추스르는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들은 주목할 것이고 그 과정은 ‘노무현의 그늘’에서 벗어난 ‘문재인의 정치’를 구축하느냐 마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현 민주당의 위기가 리더십의 부재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만큼 민주당 위기의 극복은 문 의원 자신이 민주당 리더십의 중심축에 서야만 가능하다. 이는 결국 그가 당내 권력투쟁의 전면에 나서야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리더십 구축의 본질은 호남과 친노, 그리고 486과 민주화운동세력 등의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내 모든 세력을 아우르면서 당의 중심축이 됐고 이때 민주당은 가장 결속력이 강했다. 그리고 지금 ‘계파갈등’의 연원은 김 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부터다.

문 의원으로선 이러한 정치적 시험대에서 ‘문재인의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비로소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을 인정받게 될 것이고 민주당도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은 문 의원을 외면할 것이며 민주당도 자연스럽게 와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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