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문재인-안철수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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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2월 25일 정식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정치입문 이후 15년간의 권력투쟁 끝에 청와대에 33년 만에 재입성, 마침내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 대선까지가 정치 권력투쟁의 과정이었다면 정부 출범과 함께 역사와 대면해 대한민국의 미래의 관문을 열어 나가야 할 과제를 박 대통령이 안게 됐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박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다. 따라서 그의 말과 약속, 그의 생각 하나하나는 막중한 무게감을 지녔을 뿐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다. 그리고 그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자취는 ‘춘추필법’에 따라 후세 역사가들의 냉혹한 평가대상으로 남는다.

그러나 치열했던 지난 대선의 열기와는 다르게 국민들로선 ‘박근혜 시대’ 패러다임은 정권이 출범했음에도 그 구체적 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취임식에서 ‘국민행복’, ‘경제부흥’, ‘문화융성’, ‘창조경제’ 등의 수사들이 강조됐지만 ‘박근혜 정부’의 역사적 패러다임 제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5년이 ‘이명박 정부’나 ‘전두환 정권’처럼 과거에 고착된 현상유지형, 과거회귀 정권이란 역사적 평가로 귀결될 수 있는 우려까지 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대는 ‘근대화와 독재’란 두 개의 패러다임이 존재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공이든 과든 깊은 족적을 남긴 시대였다.

뒤를 이은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독재 패러다임을 이어받은 ‘박정희 시즌 2’였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정부인 ‘노태우 정부’는 자신을 ‘6공화국 정부’로 지칭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5.17쿠데타의 주역임에도 민주화 시대의 첫 대통령이란 과도기적 시대과제를 실천한 대통령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그가 지칭한 과도적 성격을 내포한 ‘6공화국’은 ‘87체제’란 이름으로 지금도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에 대한 국민적인 세간 평가는 부정적이지만 민주화란 시대과제를 이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역사적 평가는 얻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는 박정희 독재체제 이후 군 주도의 국가체제를 ‘문민 주도의 국가’로의 재정비란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면서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외환위기 초래 등으로 다소 빛이 바랬을지라도 대한민국을 일보 전진 시킨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이어진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부’는 4.19이후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여기에 50여년 이어지던 ‘남북대립’의 정치에서 ‘남북평화’를 국가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보스 정치, 지역주의 정치란 부정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겼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남북평화’ 아젠다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은 기존의 ‘권위적 질서 해체’와 ‘지역구도 타파’를 상징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패러다임을 실천했지만 현실정치에서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나 그가 제기한 ‘반권위주의’는 ‘소통’이란 이름으로 ‘반지역구도’는 여전히 한국정치 혁신의 최대과제로 남겨져 있다.

‘참여정부’에 이은 ‘이명박 정부’는 1987년 이후 출범한 단임 정권 중 최초의 ‘퇴행 정부’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진전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노태우 정부 이래 현직 대통령의 국정지표에다 정부의 명칭을 붙이는 것을 거부하고 ‘이명박 정부’로 명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시대정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밀어닥친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 해소’였다. 그래서 ‘경제대통령’을 희망했고 시장통을 누빈 ‘서민대통령’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를 요구하는 국민들과 ‘불화’만 겹겹이 쌓으며 ‘불통’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실패에 대해 “세계가 다 그랬다”며 변명했지만 그는 ‘부자 대통령’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이 전 대통령 자신은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평가되길 바라지만 한국경제 5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를 잔뜩 늘리고도 2007년 수준의 국민총생산(GDP)에 머물렸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 대통령’이라고 자평하지만 자신의 임기 중 그러한 대접을 받은 것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임 대통령과 전 국민들의 노고가 베여 닦아 놓은 ‘국격’이란 점을 망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시대적 과제를 실천한 정부가 될 것이냐, 아니면 전두환, 이명박 정부처럼 대한민국의 역사적 시계를 되돌리는 퇴행의 길을 걸은 정부가 될 것이냐는 오롯이 박 대통령의 몫이다.

이는 다름 아닌 18대 대선 아젠다이자 시대정신인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제도적 기틀을 얼마나 바로잡아 내느냐에 귀결된다.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대 국정지표에 ‘경제민주화’가 빠졌다.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강조했지만 우려감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부흥’ 등 개발도상국가 시절 ‘동원경제’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우려된다. 과거 패러다임의 부활 가능성 때문이다. 또 내각 인선서 ‘1인 인사’, ‘불통 인사’란 비판까지 받고 있다. ‘수직적, 권위적 리더십’의 부활을 예고하는 듯하다. ‘소통’은 멀고 ‘수직적 권력’이 강화되면 ‘박근혜 정부’는 전두환 정권에 이어 ‘박정희 시즌 3’란 불명예를 얻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고 강조하면서 부친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통령에 도전했고 또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바로 그 길에 정진해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데 초석을 다지는 것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 경제여건을 명분 삼아 후퇴를 거듭할 경우 또 다른 ‘역사적 퇴행’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박정희 시즌 3’로 이어지는 길목이 될 우려가 있다.

■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엔 성공했지만...포스트 박근혜 경쟁은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킨 주역이다. 국민적 신뢰도를 보면 지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론조사 지표상 새누리당 지지도는 40%대 중반을 유지하며 20%대 지지도에 머물고 있는 민주통합당과는 큰 격차로 보이며 ‘박근혜 정부’와 보조를 맞출 집권여당으로서 안정감을 더해가는 듯하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4.24 보궐선거와 10월 재보선에서의 승리도 낙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승자’로서의 자부심은 인수위원회 두 달과 내각 인선과정을 겪으면서 어느덧 희석되면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와 이로 인한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 ‘박근혜’가 빠진 새누리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 대선은 철저하게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2011년 12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리더십에 의해 운영돼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일구었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유일한 기둥 역할을 한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입성했다. 1년이 넘도록 ‘박근혜’에 의지해 온 새누리당으로선 향후 진로를 두고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로 간 박 대통령 스타일상 큰 정치현안이 아닌 한 당무에 일일이 개입할 가능성은 적지만 국정운영의 필요성 때문에 허태열 비서실장, 이정현 정무수석 등 청와대 라인과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중심의 친박근혜 라인을 통한 당 관리체제를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러한 당 관리체제는 ‘당’ 중심이라기보다는 정부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자율성과 자생력을 크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거수기 정당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고 국민들로부터 홀로서기의 정치력을 강요받을 것이다.

벌써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존재감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혀가는 상황이다. 대선이후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보인 꿔다 논 보리자루 같은 새누리당의 모습과 박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에 따른 독주가 겹쳐지면서 이러한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무기력한 정당이란 이미지를 강화했다.

새누리당 협상단은 아무런 역할도 없이 원안만 고수했다. 협상단이 협상과정에서 민주당과 타협점을 마련하다가도 박 대통령이 글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는 메시지 하나에 도로 물렸다. 이 과정이 오히려 협상을 난항에 빠뜨리는 요인이 됐다. 정당의 정치 기능이 멈춘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2월 27일 당 최고중진회에에서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역동성 없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순간 국민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 것은 뻔하다”며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할 일을 제때 못한다면 그 결과는 야당이 여당을 무시하고 직접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은 이러한 우려감의 반영이다.

또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도 2월 26일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에 대해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말을 빌어 “지난 (인수위) 두 달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가 완전히 분리됐는데, 앞으로도 분리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의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박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여권 내에서 견제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엔 ‘박근혜’란 확고부동한 미래권력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없다.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지사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박근혜’와는 비교하기엔 한참 못 미친다.

결국 새누리당의 정치력 복원은 ‘포스트 박근혜’ 형성과정과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박근혜’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는 한 현 새누리당 구조로는 박 대통령을 대리한 관리형 체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4월 보궐선거나 10월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다 하더라도 이는 향후 ‘포스트 박근혜’를 만들어나가는 촉매는 될 진 몰라도 박 대통령의 당 관리체제 자체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박근혜’의 부상은 박 대통령 임기 초기인 올해 중 부각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당내에서 이재오 의원처럼 아예 눈 밖에 나지 않은 한 박 대통령과 힘을 겨루겠다고 나설 인사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나선다 할지라도 여권지지층은 정권초기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주는 관성이 강해 오히려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박 대통령도 당내에서 2인자가 조기에 부상하는 것을 반길 리 없다. 대통령의 권력누수만 앞당길 뿐으로 본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을 곁에서 지켜본 박 대통령으로선 이를 오히려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선 2013년 한 해 동안 박 대통령의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야간 대치전선은 박 대통령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의 정당의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2014년 지방선거 때가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의 간판은 바뀔 가능성은 있다. 재보궐 선거 패배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높아질 경우 새 지도부가 구성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후임도 친박계 관리형 대표가 될 확률이 높아 당의 홀로서기와 변화와는 관계가 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이 새누리당을 ‘존재감 없는 정당’의 길로 견인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포스트 박근혜’의 부각이 지연까지 겹쳐져 이러한 현상은 가중될 것이다. 올 한 해 나아가 내년까지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미래의 권력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정치경쟁을 옆에서 구경하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2008-2011년까지 미래권력 ‘박근혜’를 가졌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 민주당과 박근혜 정부

민주당은 대선패배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겹쳐지고 그의 국정수행지표가 하락하면서 반사적으로 기운을 되찾는 분위기다. 견제세력으로 민주당의 역할이 가져다 준 행운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관련해 두 개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 쪽은 박 대통령의 공약실천에 야당이 나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병두 의원 중심의 ‘역발상론’이며 또 다른 한 쪽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을 실천할 경우 돕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와 언제든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기류이다.

‘역발상론’의 경우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복지-한반도평화’ 관련 대선공약 실천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재벌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박 대통령의 힘만으로 관철하기 어렵다고 본다. 당연히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선 박영선 의원의 경우처럼 박 대통령의 공약이 대선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급조된 ‘좌클릭’으로 본다. 따라서 실제 경제민주화-복지-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을 실천할 의지는 약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공약 실천은 박 대통령의 ‘몫’이며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고 벼루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두 입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 공약실천을 ‘정치현안’으로 삼겠다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근혜 대선공약 실천’을 올 한 해 최대 정치이슈로 해 정치 쟁점을 삼을 것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6개월 내 자신의 대선공약 중 70%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대선공약 실천’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의 치열한 정치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이러한 정국 조성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대선공약 실천을 매개로 해 민주당은 ‘상생의 정치’, ‘민생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데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실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야당으로서 반사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당 안팎의 혁신요구를 무마하고 안철수 정치세력과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할 가능성조차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러한 시도는 국민들, 특히 ‘안철수’ 중심의 비민주당 성향의 야권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야당의 전통적인 반사효과 전략으로 민주당의 위기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박 대통령에게 대선공약 실천을 압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가 지난 대선국면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쇄신이행을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스스로가 약속을 파기하면서 박 대통령에게만 약속 실천을 강조할 경우 이 또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5월 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지난 대선 때 약속한 ‘국민정당’의 틀을 국민에게 제시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철수 교수를 비롯한 안철수 세력이 요구한 정치쇄신방안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그리고 계파 패권주의 해체와 함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권 폐지, 중앙당 축소, 원내정당화의 길로 들어서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출범 초기의 강한 혁신에 대한 결의가 약해지면서 이러한 길로 나아갈지 의문시 되는 상황이다. 벌써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당내 주류세력은 안철수 교수의 정치세력화를 견제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권 폐지 등 핵심적인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형편이다. 중앙당 축소와 원내정당화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듯하다.

지금 민주당의 모든 관심은 2014년 지방선거에 가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차기 당권을 두고 주류-비주류는 서로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일 기세이다. 이러한 흐름은 5.4 전대가 ‘민주당의 거듭나기’가 아니라 ‘민주당의 과거로의 퇴행’을 야기할 가능성마저 있어 우려된다. ‘혁신’은 실종되고 ‘당권’만이 부각되면서 또다시 ‘계파주의 폐해’를 반복할 개연성이 크다.

128석이란 강고한 견제세력의 힘은 분명 민주당의 자산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를 획득해 국민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수단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 지금의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그 전제조건이 무너진 탓이다. 그야말로 의석수만 많지 속은 텅 빈 정당이다.

민주당은 지금 자신의 핵심지지층인 젊은 유권자 흡인력을 상실하면서 전통적인 비기득권 정당의 지지 확충의 보급원을 잃었다. 민주당 60년은 새로운 세대를 지지층으로 흡수한 역사이다.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바람’은 당시 ‘청년’세대였고 매 선거마다 새롭게 수혈된 젊은 유권자는 민주당의 동력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노인정당’이다. 당원이 200만명에 달하나 명부를 정리하면 1/5에도 못 미치고 당비납부 당원은 10만여명 수준이다. 이들 당원 대부분도 고연령층에 호남편중이다. 그럼에도 2010년 지방선거와 총선-대선서 젊은 유권자 등 야권지지층이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대체정당’이 존재하지 않은 덕분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정당구조로 해소하려는 혁신의 노력을 펼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안철수 정치세력’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지금 ‘안철수 신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현재의 민주당 구조를 혁신하는 길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혁신하지 않은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공세에도 취약하다. 박 대통령 주도로 새누리당이 선제적으로 정치쇄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경우 민주당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 매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공약실천’을 무기로 견제세력으로서 존립기반을 마련코자 하지만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약속한 민주당의 근본적인 혁신과 함께 정치쇄신에 대한 약속 이행이 선결적 과제가 될 것이다. 국민들로선 약속에 대한 실천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만의 의무가 아니라 민주당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문재인과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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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주류-비주류 갈등의 원인은 ‘당권’을 둘러싼 정치경쟁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이러한 당내경쟁의 외적 환경엔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자리 잡고 있다. 주류든 비주류든 암묵적인 집단적 정치 행위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리더와의 관계설정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내 세력프레임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관통한 친노무현-비노, 또는 반노프레임이 점차 옅어지면서 주류-비주류로 프레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류는 과거 친노를 포함해 대선과정 선거를 책임졌던 486 등 여러 정치그룹을 의미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친문재인이다.

비주류는 지난 대선국면에서 소외된 그룹으로 문재인 의원과의 관계설정이 안 된 정치그룹을 포괄한다. 그러면서 문 의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안철수 전 교수에 정치적으로 공감하는 그룹이다. 정치세력의 관점으로 보면 친안철수 성향이다. 따라서 지금의 주류-비주류 경쟁을 달리 민주당내 문재인-안철수 경쟁으로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전체야권으로선 비록 지난 대선에선 패배했지만 미래권력에 가까이 다가간 두 명의 정치지도자를 갖게 된 것은 큰 위안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국민들은 문-안 경쟁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두 지도자에게 갖는 관심이 지대한 것은 민주당에게 크나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2월 26일 문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난 그 자체가 뉴스거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4.24 보궐선거와 관련한 안 전 교수의 동향을 다루는 뉴스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야권이 2007년 대선패배 이후 2011년까지 약 4년 동안 뚜렷한 대선주자 없이 ‘박근혜 대세론’에 휘둘린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이다.

여권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상 유력한 대선주자가 부상되기 어려운 여건이란 점까지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하에서의 야권의 정치지형은 5년 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문 의원이나 안 전 교수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차세대 주자군까지 대기하는 상황이다.

문 의원과 안 전 교수는 향후 5년 동안 여러 부침과 새로운 정치리더의 등장으로 분명 정치적 위상에 변화가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 펼쳐질 정치무대의 주연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정국의 중심축이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라면 야권에선 문재인, 안철수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역할은 문 의원이나 안 전 교수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보다 엄밀하게 보면 냉혹한 정치 검증의 과정이 될 것이다. 문 의원이나 안 전 교수 모두 제대로 된 정치력의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다. 이들은 향후 1-2년 내 자신의 정치력을 국민들에게 검증받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 모두는 혹독한 정치력 검증의 관문을 거치면서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인물 경쟁력에서 문 의원이나 안 전 교수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한계지점 또한 여기에 있었다. 대통령 리더십은 국민들과의 오랜 정치 소통과정을 통한 획득한 신뢰가 바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두 지도자의 정치적 검증의 첫 관문은 ‘정당 혁신’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요구한 지점을 누가 정치적으로 제대로 돌파해내느냐는 경쟁이다. 문 의원으로선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이 제시한 ‘국민정당’을 국민들에게 제시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이며 안 전 교수 또한 새로운 정당정치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내야 무거운 책임을 졌다는 뜻이다.

결국 두 지도자간의 정치경쟁의 장은 ‘정치혁신’이며 누가 이를 잘 실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문 의원으로선 대선패배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당장 전면에 나설 수는 환경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민주당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현실정치에서 혁신된 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우뚝 서야만 한다.

‘신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는 안 전 교수 또한 ‘신당’이 기성정당과 차별되는 지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을 현실정치에서 펼쳐내야 한다. 그리고 그 지표는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비교해 국민적 신뢰를 얼마만큼 받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열한 정치경쟁은 그들을 ‘패거리 정치질서’의 중심으로 밀어올리는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 의원이나 안 전 후보가 민주당내 주류-비주류 경쟁 등의 틀 속에 갇혀서도 안 된다. 대선후보는 정치집단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국민대중과 직접 거래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리더십이란 면만 보면 국민의 1차적 관심사는 정치 지도자에 있다. 국민들은 정치집단을 유력 지도자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으로 본다. 정치 지도자에게 배경이 없으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 배경이 지나쳐도 신뢰도는 마찬가지로 떨어진다.

지난 대선국면에서 안 전 교수는 배경이 없어 막판 단일화 관문을 뚫지 못한 전례가 있다. 또 문재인 의원은 국민에게 민주당이란 배경에 싸인 지도자로 비쳐져 국민과의 직거래 정치를 의미하는 ‘결단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박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 했다.

국민들은 지금 ‘정당혁신’이란 과제수행을 누가 제대로 수행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문-안 경쟁 2라운드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1차 시험대인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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