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성발사: 호들갑 말고 차분한 대응을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주말에 발표된 북한의 실용위성 발사 계획으로 또 다시 한반도가 떠들썩하다.  북의 대미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 대선 개입용이라는 판에 박힌 듯한 분석이 쏟아져 나온다. 벌써부터 북의 로켓발사가 한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기저기서 주판알을 튕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위성발사 계획은 무엇보다 북한의 대내적 목적이 핵심이다. 지금 북한 상황에서 한국을 고려하고 대미외교를 심각하게 감안할 여유가 없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과 대내적 정당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잘 알다시피 지난 4월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는 최고인민회의 개최일에 맞춰 쏘아올린 은하 3호 로켓은 그들에게 ‘강성대국 진입’과 ‘김정은 시대 개막’을 알리는 정치적 축포였다. 누가 말린다 한들 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정치적 환경에 의한 것이었다. 1998년 처음으로 쏘아올린 광명성 1호도 북한에겐 기나긴 ‘고난의 행군 마감’과 ‘김정일 시대 개막’을 축하하는 정치적 행사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위기조성이라기 보다는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대내적으로 정당화하고 새로 등극한 수령을 위한 행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은 4월에 실패한 위성발사를 어떻게든 해가 가기 전에 성공해야 하고 특히 김정일 위원장 사망 1주기를 맞아 ‘김정일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정치적 강제요인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4월에 외신기자까지 초청해놓고 자신감을 보인 데다가 대내외적으로 발사실패를 자인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는 강성대국의 이정표로서 지구관측 실용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야하고 이는 곧 김정일의 유훈을 달성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좌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김정은의 권력장악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도 지난 7월 이영호 해임 이후 군부에 대한 김정은식 ‘군기잡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정책행보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민들로부터 권력의 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6.28 방침으로 경제개혁 조치가 준비되고 있고 장성택의 방중 이후 적극적인 대외행보가 모색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진입과 김정일 유훈관철의 상징으로서 인공위성 재발사와 성공은 김정은의 권력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한 마지막 정치행사가 아닐 수 없다.
 
 4월 발사 실패 직후부터 북한은 기술적 결함을 분석하고 재발사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기 선택에는 미국 대선과 중국 당대회라는 외적 요인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오바바 행정부와는 4월 위성 발사와 관련해서도 2011년 연말부터 북미간 의견교환의 정황이 포착되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전후로 한 북미간 베이징 접촉에서 이미 북은 김정은 체제 출범을 맞아 위성발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미국은 미사일 발사 자제라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북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실제로 북미간 체결된 2.29 합의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종류의 발사’라는 명확한 표현이 빠지고 미사일 발사 금지로 된 것을 두고 4월의 위성발사를 미국이 암묵적으로 묵인한 것이다는 일각의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위성 발사 직전 미국의 백악관 관리들이 미공군 비행기로 평양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로켓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오고 북한의 외무성 성명은 일각의 예상을 깨고 2009년과 달리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한다는 표현이 빠졌고 북은 3차 핵실험이라는 추가 도발을 선택하지 않았음도 내심 레드라인과 관련한 북미간 의견조율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정황에 더하여 최근 알려진 8월 미 백악관 담당자들의 방북 사실 역시 인공위성 재발사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의 모종의 의견조율의 가능성을 높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재발사 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요구가 필요했을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연말 이전에는 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요사이 미국의 ‘차분한’ 대응과 원칙적 입장 표명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위성 재발사 시도는 미국의 대선 이후에도 중국의 시진핑 체제 출범을 고려해서 12월로 미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그동안 북중간 협력 강화와 긴밀한 의견교환을 고려했을 때 중국은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대회 기간에 북한의 로켓발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중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해서 또 다시 발시 시기를 미뤘고 결국 지금에 와서야 금년을 넘길 수 없는 촉박한 그들 내부의 정치일정을 고려해 재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 특사 일행이 김정은 제1비서에게 친서를 전달한 다음 날, 북이 위성발사 계획을 발표한 시기적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은 나름대로 정중히 중국에게 위성발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고 중국 역시 우려와 자제를 요구했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대내적 정치 요구에 의한 것이고 단지 시기 선택과정에서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시기선택에서 남북관계는 그다지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미 파탄난 남북관계는 북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치행사를 미룰 만한 적극적 요인이 되지 못했고 결국 지금의 남북관계가 한반도 정세에서 실종되었거나 소외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근거일 뿐이다.  물론 부수적 효과로서 한국 대선에 일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면 이 역시 북에게는 나쁠 게 없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북의 위성발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실체와 다른 여론몰이로 과도하게 위기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된다. 이번 위성발사는 최근 잇따라 시도되고 있는 우리의 나로호 발사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군사적 위기만으로 단죄하기 어려운 분위기마저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북의 로켓발사가 성공해서 지구관측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정말로 신호를 교환하게 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북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타산해 보고 그리고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조치와 북한의 대응을 객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안보 강화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정책방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세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전개되는 상황여부이다. 정황상 로켓발사 이후에 미국과 중국은 원칙적 입장표명과 외교적 대응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불가피한 대내적 정치행사적 성격을 양해하는 분위기로 지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차원의 대북조치에도 불구하고 북은 추가적인 위기조성을 자제하면서 로켓발사로 인한 긴장국면을 넘어가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6자회담을 비롯한 각국의 대화논의가 재개되면서 결국 협상국면으로 전환되길 희망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한 대결을 겨냥한 제재일변도를 선택하지 않고 북한과의 협상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탐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발사 이후 한국의 나홀로 강경대응은 차기 정부의 남북관계 정상화에 어떤 식으로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3년에는 동북아 각국의 새로 출범한 정부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으로 다루고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후보 진영은 호들갑 대신 차분하고 신중하고 지혜로운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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