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중간층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개혁의 물타기·후퇴로 귀결될 것”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div>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는 세력 간 통합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는 세력 간 통합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진보정의당 18대 대선 후보. 진보정치의 여전사이자 1980년대 구로동맹 파업을 이끈 노동계의 전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원내 진입.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어젠다를 정치권에 공론화시킨 재벌 저격수.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 얘기다.

그는 한국 정치의 아웃사이더다. 해방 이후 고착된 거대 보수양당 체제 속에서도 줄곧 진보의 길을 걸었다. 심 후보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 그의 친정 어머니는 “이제 그만큼 고생했으면 되지 않았느냐. 출마를 하려면 이제 큰데 가서 하라”며 펑펑 울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비주류라 부른다.

심 후보는 ‘저평가 우량주’다. 대선판의 블루칩이다.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갔다. 그는 10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진보정의당 창당과 관련, “작은 집이지만 어렵게 만든 집을 내놓고 사글세 얻어서 나온 격”이라며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민생정치를 하지 못했다.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인터뷰 내내 정권교체, 그것도 ‘진보적’에 방점을 찍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진보적 정권교체는 변화와 개혁을 책임지는 정부다. 그것은 새로운 주체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지금 (문재인 후보 등 이) 여러 공약도 내고 현장도 많이 다니고 계시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서민의 태내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성장해온 진보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을 겨냥, “요즘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재벌개혁이니 하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구호가 시대정신이 되도록 만든 ‘나쁜 정치’의 당사자들이 국민의 요구에 떠밀려 지금 그런 정책을 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변화가 있겠나. 정말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분들을 조직화하는 임무가 진보정당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국회의원 정원 축소-중앙당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신 배경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를 하나, 번지수는 좀 빗나간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는 정치개혁 열망을 받아 안은 후보이고, 실제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본다”면서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언급하며 “정치가 좀 더 개방되고 적극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심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00석 비례대표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전향적이라고 보지만 우리 목표에는 좀 미달했다”면서 “안 후보는 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안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석수를 줄이자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당황했다”고 전했다.

심 후보는 “국민 표심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제도(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하에 진보정당이 있었다면, 이미 2004년도에 4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거대 보수양당이 제도적으로 진보정당을 귀퉁이로 몰아넣고,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을 수혈로 채우고 하다가 이미 임계점을 벗어난 형국이 올해”라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진보정당의 ‘독자성과 대중성’의 조화는 “진보정당의 숙명과는 같은 어려움”이라며 “당면한 국민 요구에 비중을 두다 보면 진보정당의 독자적 발전, 전망 등이 불투명해지는 측면이 있고, 거꾸로 독자성만 강조하면 소수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이를 진보정당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심 후보와의 인터뷰는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의 ‘대선진단’ 코너를 통해 대담형식으로 이뤄졌다. 토마스 모어는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 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고 명했다. 심 후보의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그의 대선 출마가 한국 정치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극복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까.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1

“진보정치의 십자가 지는 심정으로 출마”

-통합진보당과 분당한 뒤 진보정의당을 만들고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항간에는 통합진보당 내 다툼의 원인이 대선 출마가 아니었느냐는 말도 있다. 여전히 진보진영의 자숙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어떤 계기로 출마하게 됐나?

진보정치가 (1997년 국민승리 21을 지나) 15년 됐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때도 후보를 내고 풍찬노숙(風餐露宿) 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 결정은 좀 어려움이 있었다. 진보정치의 책임 있는 태도, 또 진보를 살리는 길 등에 대한 논쟁이 길게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의당 절대다수 당원들은 출마하는 것이 진보를 살리고 진보정치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에 대한 책임이라고 결론을 냈다.
 
그 배경은 진보정치가 그동안 해왔던 뚜렷한 자기 역할이 있는데 올해 대선 같은 시기에 그 역할이 더욱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요즘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재벌개혁이니 하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구호가 시대정신이 되도록 만든 ‘나쁜 정치’의 당사자들이 국민의 요구에 떠밀려 지금 그런 정책을 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변화가 있겠나. 정말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분들을 조직화하는 임무가 바로 진보정의당이 할 일이다. (그것이) 진보정의당 후보가 해야 될 사명이라고 본다.
 
진보정치가 자숙한다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은 주관주의이고 무책임이다. 아직 채 몸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몸을 이끌고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그 분들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그 사명 다하는 것이 진보정의당을 서둘러 창당한 이유 아니겠나. 

-경제민주화, 복지 등의 이슈는 일찍이 진보정당이 주창했던 부분이다. 진보정당이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었지만 그 방향으로 지금의 시대적 과제가 잡혀 가고 있다. 예컨대 정당명부가 수용됐다면 (이번 총선에서) 30석도 가능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사태로 진보정당이 정치의 패륜아 식으로 결론나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께도 크게 실망을 드렸다. 평생을 진보운동, 진보정치에 몸담았던 저로서도 너무나 뼈아픈 일이다. 만약 우리가 상반기에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지 않았다면 이번 대선에서 아주 화려한 조연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나. 또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대안으로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뼈아픈 일이다. 국민들께서 진보정치에 220만 표나 줬는데, 내부에서 발목이 잡혀서 민생(정치)을 거의 못했고 갈라졌다.

당리당략만 생각했다면 갈라지지 않고 대선 이후에 (분당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는 대의가 중요하고 명분이 중요하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세력과 공존한다는 것은 진보를 통째로 어렵게 하는 것 아니겠나. 작은 집이지만 어렵게 만든 집 내놓고 사글세 얻어서 나온 격이다. 이번 대선출마도 그렇다. 어쨌든 우리는 몸부림치며 혁신정당을 만들기 위해 다시 시작한다. 제대로 못한 그 책임을 온몸으로 지겠다는 각오로 출마했다. 고단한 과정이 될 것이다.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의 대선진단 대담을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의 대선진단 대담을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진보적 정권교체 통해 대전환의 전기 마련해야”

-역대 진보정당 후보 중 가장 낮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은 심상정”이라며 출마 선언을 했다. 정권교체 말 앞에 ‘진보’가 들어간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어떤 의미인가?

우리 정치에서 연합·연대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있었고 노무현-정몽준 연합도 있었다. 중간층을 일부 당겨서 한 정권교체였다. 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성공하는 정부는 되지 못했다. 여러 개혁에 대한 약속이 외부요인 때문에 안 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서로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결국 갈라지지 않았나.

지금 정권교체니 시대교체니 새로운 대한민국이니 대전환이니 하는 말을 여야 불문하고 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주제도 ‘대전환’이었다. 이 대전환을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는 나라는 디스토피아(Dystopia-유토피아의 반대말) 망령, 재앙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우리나라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전환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디스토피아 재앙의 가장 혹독한 나라가 될 것이다.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것은 단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서 국민의 삶이 달라지고 우리 사회가 변화될 수 있는 정부로 만들어야 된다는 거다.

그러려면 두 가지가 중요한데, 지금 정책과 슬로건은 많이 수렴된 것이고 (지금) 국민은 ‘과연 여러분은 실제로 그렇게 하겠느냐’는 걸 묻고 있다. 과거 선거연대처럼 중간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거냐 하는 이른바 ‘스윙투표’에 야권이 집착하고 이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결국 개혁의 물타기가 되고 개혁의 후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정치를 불신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40~50% 미투표 국민들을 최대한 정치에 희망을 갖도록 해서 참여시킬 때, 즉 새로운 투표층을 최대한 확장하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 그것이 개혁과 변화를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아니겠느냐. 저희 문제의식은 그렇다.

진보적 정권교체는 변화와 개혁을 책임지는 정부다. 그것은 새로운 주체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새로운 주체는 이른바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변화를 가장 열망하는 분들을 얼마만큼 투표장에 불러내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문재인 후보 등 예비후보들이) 여러 공약도 내고 현장도 많이 다니고 계시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서민의 태내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성장해온 진보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저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진보인사들의 모임인 ‘원탁회의’가 야권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면서 민주당에 정권교체 이후 공통의 가치와 정책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봐야하나?

저는 처음부터 정당을 넘어선 세력의 통합을 분명하게 제기했다. (단순 정당이나 후보간 통합은) 감동도 없고 국민이 정권교체의 장으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가치와 정책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가능한 지금부터 신뢰를 보여주는 전제가 된다면, 후보단일화는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방법이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비전과 정책, 실천연대의 공통의 기반 없이 단일화 그 자체에 매달린다면 단일화된다 하더라도….(정권교체가 어렵다)

이것은 진보정치인 상술의 주장이 아니다. 이는 일관된 주장이고 (지금은) 굉장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올해는이런 과정들이 필수적 절차가 될 것이다. (진보정의당이) 그것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보정의당에서 심상정이 대선 후보로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진보정의당과 심상정이 주장하는 여러 정책과 의견제시에 대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까지도 매우 민감하게 경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div>와 인터뷰를 통해 출마 결심 배경에 대해 '진보정치의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말했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출마 결심 배경에 대해 "진보정치의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말했다.@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야권단일화 세력 간 통합돼야…심상정이 역할 할 것”

-진보정의당과 함께하는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선거공학에 대한 비판을 할 수는 없겠다고 보는 것인가?

물론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굉장히 현명해지셨다. 자기 요구와 뜻이 있다. 지지자가 무원칙적으로 단일화한다고 해서 국민이 쫓아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단일화가 정말 국민의 삶을 걱정하고 책임지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 된다면, 아마 그 감동에 따라 힘이 모아질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당리당략이나 후보 개인의 정치적 위상, 정치적 진로만 고려해서 간다면 아마 (국민) 대다수가 이탈해나갈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가 돼도 각 지지자 중 20%가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해가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도 높다.

-최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공동성명을 제안했다. 어떤 내용인가?

단일화 논의 자체에 대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당사자들의 생각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다. 이제 나왔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로 수렴되는 제안은 좀 부담이 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해결의지를 갖고 계신, (가령) 쌍용자동차, 현재자동차 사태에 대해 해결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지부 단식농성이 (10월 29일 현재) 20일째로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 문제도 너무나 위태롭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 재벌이 안 받아들이고 있다. (그곳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이고 현안이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백혈병 없는 삼성-정리해고 없는 쌍차-비정규직 없는 현차’를 위해 세 후보가 힘을 모으면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이 해결 촉구를 위한 공동성명, 아주 낮은 수준의 실천연대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각계 시민단체가 공동 주관한 토론회가 열리는 10월 29일, 노회찬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한다. 여기서 그 제안을 해도 무관하지 않나?

오늘은 정치개혁 토론회니까 진짜 대한민국 정치의 무엇이 바뀌어야 되는지, 시급한 것은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혁, 무엇보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단일화가 필요 없는 결선투표제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진보정당 그 자체가 시쳇말로 정치개혁 몸빵을 지금까지 해온 거다.

“진보정당과 심상정, 특권정치 온몸으로 거부하고 싸워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기존 정당이 기득권 내려놓고 국민 뜻에 따르는 정치를 하라고 했다. 결국 국민의 뜻에 따른 의석 분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 아닌가?

안철수 후보는 정치개혁 열망을 받아 안은 후보다. 때문에 실제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본다. 특권정치를 개혁하자는 안철수 후보의 의지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 특권정치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싸워왔던 사람이 바로 저다. 그리고 진보정당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를 좀 더 개방하고 정치적 적극성을 좀 더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그럴 때 기득권정치, 특권정치를 완화시킬 수 있다. 안철수 후보가 말씀하신 배경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하나,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너무 짧은 것 아닌가, 혹은 번지수가 좀 빗나간 것 아닌가 (생각한다).

- 안철수 후보 측은 정치개혁에 대한 여러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안 후보가) 엊그제 이런저런 말씀도 하셨다. “의도를 왜곡하지는 말아 달라. 모든 문제는 앞으로 논의해서 합의해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저는 받아들인다.

-기득권을 타파하고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안철수 후보의 기본방향이라면, 국회의원 수 축소나 중앙당 폐지 등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 안 후보가 여야 불문하고 기존정치권으로부터 따갑게 질타받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께서도 “공부 더 하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는데?

(같은 날) 저도 정치개혁 관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1시 30분에 안 후보께서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해서 그 내용까지 담아서 하려고 기다렸다. 기다릴 때 어떤 기대가 있었다. 전날(10월 28일) 문재인 후보는 100석 비례대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향적이라고 보지만 우리 목표에는 좀 미달했다. 안 후보는 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안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석수를 줄이자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렇다고) 제가 “공부 더 하라”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들으시라”고 말씀드린 것이다. 사실 정치개혁 의제와 그 해법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불거졌고 선거 때마다 수많은 토론을 통해서 이미 입장이 다 검증돼 있다. 예를 들어 의석수를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하자고 하는 문제도 다 제기됐던 문제다. 적어도 시민사회계나 진보진영 등 정치개혁을 위해 애써온 진영에서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에 추려졌던 의제라는 것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의 과정, 일정하게는 정리돼 있는 개혁방안 등에 대해서 (안철수 캠프)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조언 드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드린 말씀이다.

“보수양당, 제도적으로 ‘진보정당’ 귀퉁이로 몰아넣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2010년, 2012년 다 연대를 하다 보니까 진보정당의 칼날이 좀 무뎌진 것 같다. 진보정당이 야권연대로 인해 자기 정체성이 더 흐릿해지면서 종북문제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 유독 그 문제만 국한해서 보게 되는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나?

보수양당체제 하에서 진보정당의 숙명과도 같은 어려움이다. 지적하신 게 맞다. 모든 선거에서 독자성을 강조해 완주하면 대중정당으로서 설 수 있는 발판이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대중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춰나가려면 독자성과 국민의 당면한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내느냐가 진보정당의 생존전략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돼 있다. 당면한 국민 요구에 비중을 두다 보면 진보정당의 독자적 발전, 전망 등이 불투명해지는 측면이 있다. 거꾸로 독자성만 강조하면 소수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이를 진보정당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다.

그동안 진보정당의 자기한계도 많았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 같은 경우도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분열에 의한) 자기한계다. 그런 점에서 환골탈태해야 될 자기한계도 있다. 다만 진보정당이 이렇게 칼끝위에 서게 된 과정에는 제도적 제약이 훨씬 더 컸다. 예컨대 국민 표심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제도(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하에 있었다면, 이미 2004년도에 4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올해 진짜 권력을 두고 다투는 형국이 됐을 것이다. 거대 양당이 제도적으로 진보정당을 귀퉁이로 몰아넣고,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을 수혈로 채우고 하다가 이미 임계점을 벗어난 형국이 올해다.

진보정당의 여러 가지 몸부림을 진보정당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정당치 않다. 그야말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특권층에 맞서 싸워온 당사자들이 진보정당이다. 또 정치개혁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가장 분명히 알고 있는 세력이 진보정당이다. 제가 이번에 출마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성정당, 기성정치인의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는 이런 출마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개인의 정치적 진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진보정당이 진보정치를 살리고 그래도 번듯한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노력을 앞세우고 거기에 합류하는 것, 그것이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서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하는 내면의 갈등을 이번 결정과정에서 수도 없이 하게 됐다. / [폴리뉴스 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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