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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김정은의 북한이 나름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6.28 방침에 따른 경제개혁 구상과 대외적으로 북중협력 강화 등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 모색이 의미있는 실질적 변화로 항상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주체적 의지만으로 성공적인 변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물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주체적 역량과 객관적 조건이 선순환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북한의 변화 역시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당국의 주체적 의지만으로는 실질적 변화를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주체적인 변화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조건으로서 우호적 대외환경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남북관계의 역할이 핵심이다. 우선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내부의 변화 결심을 이끌어내는 데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외환경의 개선은 남북관계에서 비롯된다. 1991년의 변화 시도와 2002년의 변화 모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세변화가 최초의 모티브로 작용했다. 냉전 이후 남북의 평화공존을 통해 북한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부터 북은 기본합의서 채택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고 그것이 개방 시도의 환경으로 작용했다. 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나진선봉 개방이 그랬고 6.15 공동선언 이후 7.1 조치와 신의주 개방이 그랬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고 결심하는 데서는 우선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외 조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변화를 유도하는 필요조건일 뿐 아니라 변화를 장애하는 비우호적 대외환경을 그나마 개선하고 완충시켜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02년의 김정일의 두 번째 실패는 핵문제로 인한 북미관계 악화가 원인이었다.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개선되어도 결국 북미관계를 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북한을 둘러싼 우호적 대외환경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내고 그 여세로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도출해내고 북일평양선언까지 이끌어냈지만 그래도 결국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과 2차 북핵문제는 북미관계를 악화시켰다. 그만큼 북한변화의 필요조건으로서 대외환경의 핵심 중 핵심은 역시 북미관계이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갈등을 거듭할 경우에도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의 기조를 지속하고 핵문제와 병행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그나마 북미갈등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위기를 완화시키고 관리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강경 대 강경의 대립이 지속되어도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지속되는 것은 북미대결로 인한 한반도 위기고조를 막아내고 결국은 북미협상을 이끌어내는 유용한 객관적 환경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남북관계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해내고 2007년 2.13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다 알려진 사실이다.
 
 남북관계의 역할은 북한변화를 추동해내고 그 변화를 제약하는 비우호적 북미대립을 완화시키고 개선해내는 데서만 멈추지 않는다. 역으로 남북관계가 중단되고 악화일로일 경우에는 사실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북미협상이 진전되어도 이를 방해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한미동맹의 위력을 고려해보면 남북관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고 배제한 상태에서 북미협상과 관계개선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은 현실상 어렵다. 북한의 버릇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대북강경정책을 고수하고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하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북미관계 진전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악화만으로도 우호적 대외환경의 발목을 잡기에는 충분하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중단상황을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변화를 모색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파탄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거 북미관계 대결이 북한의 변화실패 요인이었듯이 지금의 남북대결 역시도 한반도 긴장고조의 원인이 되고 구조적으로는 비우호적 대외환경의 조건이 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결국 장애하고 말 것이다. 김정은이 북중협력을 시작으로 나름의 변화구상을 실천해갈 때, 정작 우호적 대외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탈냉전 이후 세 번째 북한의 변화시도는 또 다시 좌절될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그만큼 더 미뤄질 것이다.
 
 북한 변화에 기여하는 우호적 대외환경의 필요조건은 바로 남북관계 개선이고 종국적으로 북한변화를 보장할 최후의 충분조건은 북미관계 개선이다. 향후 북한 변화의 성공 여부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달려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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