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을 읽고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고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이는 공정과 복지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고 또 어떤 이는 소통과 상식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라면 정치 개혁과 경제 민주화 및 보편적 복지 구상과 함께 반드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하히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문제와 통일문제는 그 자체로 우리만의 독특한 이슈이자 아젠다다.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문제가 우리에게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첨예한 전선이 되어 있다.
 
가장 한국적인 아젠다로서 평화와 통일에 관해 최근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책 하나가 출간되었다.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의 {새로운 100년: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이야기}가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통일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었고 부담스러운 주제가 되었고 심지어는 짜증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분단이 지속되고 있고 핵문제는 답보상태이고 북한의 비정상성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통일은 어렵고 복잡하고 따분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100년}은 서랍 속에 먼지 수북히 쌓여 있던 통일 이야기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희망 가득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반드시 이뤄야 할 통일, 그러나 왠지 부담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지던 통일이 이 책을 읽어가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슴을 설레며 매진해야 할 시대적 소명으로 신바람 나는 운동으로 다가온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우리 사회에 중요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우선 통일의 필요성을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과 대부분의 기성세대조차 통일에 시큰둥한 이유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절박하고 실감나는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은 제공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저자는 ‘통일이 밥 먹여준다’고 당당히 말한다.
 
통일의 필요성을 단순히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정상성을 정상화시킨다는 과거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또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지불하고 감수해야 하는 폐해 때문이라는 현재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결합된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즉 과거청산적 통일이 아니라 ‘미래 비전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 통일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 꿈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바로 미래와의 결합이 핵심임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을 우리의 설레는 꿈으로 설명하고 나서는 결국 나눔과 포용이라는 남북관계를 통해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시기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확히 평가한 기초 위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가 최악의 파탄지경임을 통렬히 비판하고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통일을 이루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임을 역설한다.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의 정당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노무현 정부의 아쉬움을 표한 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도 관리 못하고 교류협력도 문닫아버린 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최악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통일이라는 꿈은 화해협력의 대북포용정책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또한 스님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되겠지만 이는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의 마음을 사서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만 평화적으로 통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체제를 기반으로 통합이 이뤄지지만 이를 이루는 방식은 반드시 대북포용정책에 의한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보수 진영은 대북포용의 불가피성을 수용해야 하고 진보 진영은 결과적인 흡수통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바, 이는 필자가 일관되게 주장한 ‘친남도’ 제고를 위한 햇볕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주장은 사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본심과도 닿아 있다. 햇볕정책은 북을 포용하고 끌어 안되 결국은 북한 구성원의 마음을 사서 우리 주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구상이었다. 단지 김대중 전대통령은 정치 지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대통령의 지위에서 본심의 전부를 다 털어놓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햇볕정책은 보수 진영에 의해 ‘퍼주기’로 매도당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은 친북주의자로 비난당하기도 했지만 역사적 사실은 분명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이야말로 우리 주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정당한 전략이었음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스님은 북한과 싸워서 이기는 통일이 아니라 좌우를 아우르고 남북을 아우르는 통합의 과정으로서 통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기에 스님은 혁명과 달리 ‘건설’은 통합의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잖아도 남남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통일이 한쪽이 한쪽을 먹는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를 포용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윈윈의 결과여야 한다는 스님의 가르침은 청정한 시냇물처럼 들린다.
 
{새로운 100년}이 우리에게 주는 신선함은 또한 통일이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파고는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전세계적 현상이 되버렸다. 그 속에서 우리도 경제불황과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모든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도 기실 신자유주의의 폐해로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시대적 과제인 양극화 해소를 통일문제와 연관시켜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대목은 그래서 또 한번 통일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필자 역시도 북한이 지금은 애물단지지만 언젠가는 보물단지가 되고 지금은 부담스러운 관리 대상이지만 남북관계 진전과 경제공동체가 확보된다면 오히려 북한은 우리만 갖고 있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결국 북한과 통일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파고를 넘어갈 수 있는 우리만의 해법이자 출구인 셈이다.
 
우리가 젊은 시절 대학을 다닐 때, 민족과 역사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 뛰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혁명과 변혁이라는 과제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 있었다. 이 책은 통일이라는 단어가 그 시절처럼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설레게 한다. 지난 100년을 성찰하고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고 희망을 쌓아가는 통일, 멍에가 아니라 축복인 통일, 고통과 부담이 아니라 기회이자 희망으로서의 통일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그려주고 있다. 대선을 준비하는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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