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후보군’ 넘쳐나 - 경선방식, ‘친노세력’ 집결여부 변수

정치권이 '색깔정국' 소용돌이에 휩싸여있지만 열린우리당 물밑은 또다른 소용돌이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새로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다. 내년 전대에서 탄생될 새지도부는 과반수 집권여당의 지위를 상실해 정국주도권마저 빼앗기고 있는 집권여당을 다시 기사회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임무가 매우 중차대하다.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논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칼끝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철우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당력을 총 동원해 물러서지 않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열린우리당 역시 당내 모든 역량을 총 집결해 한나라당의 이념공세를 차단하는 모습이다.

지금의 열린우리당은 최대 화두가 국보법 처리 문제, 이념공세에서의 대응에 집중되어 있지만 2004년을 마감하고 2005년 열린우리당의 중요일정은 오는 4월 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그 중심이 되고 있다. 이부영 당 의장 중심의 국정운영이 그 임기를 다 해감에 따라 이미 내부적으로 각 계파와 세력별 당권경쟁은 준비태세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촉발될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지금 전당대회를 논할 시기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당 주변에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예상 후보자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전당대회 당 의장 선출방식에 대해서도 각 세력간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각 세력들은 당대표 경쟁에 앞서 당원 직선의 상임중앙위원 선출에도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5명의 상임중앙위원과 당 의장이 임명하는 임명직 상임중앙위원의 7명이 사실상의 당 지도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더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을 치루면서 정동영, 신기남 의장이 잇따라 사퇴함에 따라 상임중앙위원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기도 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 중진들과 친노세력 핵심인사들을 기획자문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편법에 의한 당 운영’ 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열린우리당은 상임중앙위원회 강화 차원의 당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권경쟁에 도전하고 있는 예비후보자들의 상임중앙위원 당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내년까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념 대치정국, 색깔정국'와중에서도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4월 전당대회는 △당 지도부 정체성 △5대계파의 세력간 합종연횡 △당대표 후보군 인물 △중앙상임위원 구성 △진성당원 구성 △1인1표제냐 1인3표제냐의 투표방식 △4대입법 처리 등 현 지도부 평가 등의 복잡다단한 변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열린우리당은 17대총선에서 달성한 '과반수 집권여당'이 스스로 무너진 형국이고 또 지지율도 바닥세를 면치못한채 정국주도권도 상실하고 있어 내년에 선출되는 새 지도부의 어깨는 매우 무겁다.

5대 계파 ‘자의반 타의반’ 후보 난립 ‘춘추전국시대 예고’
염동연, 안영근 ‘도전’- 문희상, 신기남, 김원웅, 장영달, 한명숙, 김두관, 김혁규, 김부겸 ‘출마설’

지금까지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군은 2명에 불과하다. 바로 염동연 의원과 안영근 의원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지금 열린우리당 주변에는 김원웅, 문희상, 신기남, 장영달, 한명숙, 김두관, 김혁규, 김부겸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의 개막이다.

후보군이 많은 만큼 중요한 것은 각각의 예비 후보군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당내 세력, 열린우리당 창당 전 출신별, 조직별 세 대결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세력간의 합종연횡, 연합전략의 가시화 구도를 분석하는 것에 있다.

지금의 열린우리당은 기본적으로 5개 그룹의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정치권 전반에 친노세력의 영향력을 가장 강력히 하고 있는 < 청와대 출신 > 세력이 있다. 바로 문희상 의원과 염동연 의원이다. 참여정부 출신인 이들은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전 정무수석, 노 대통령의 최 측근인 이광재 의원, 정무비서관 출신의 김현미 대변인 등이 속해 있다. 특히 이들 그룹은 염동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모임과 과거 민주당 계열 의원들과의 연대가 본격화 되고 있기도 하다.

청와대 출신 세력안에서는 문희상 의원의 출마설과 함께 문 의원이 염동연 의원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염동연 의원 역시 자신의 출마를 공식화 하면서 “당 의장은 몰라도 상임중앙위원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 그룹의 파괴력이 상당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현재 참여정부의 팀장제 국정운영의 한 축이 되고 있는 김근태 장관을 중심으로 한 < GT 계열 > 역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4선 의원인 장영달 의원이 지금의 열린우리당 ‘김근태 사단’의 대표선수로 전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장 의원은 선수로는 열린우리당 최 고참에 해당하지만 그동안 정치적 실세로 부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 의장’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가의 부분에서 당내 세력이 확산될 것인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친노직계, 열린우리당 창당공신을 자임하고 있는 개혁당 출신 그룹인 < 참정연(참여정치연구회) >도 독자 후보를 낼 준비하고 있다. 참정연의 세력화는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당 중심의 대의원 확보 작업과 김두관 대표에 대한 ‘밀어주기’로 정리되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 김두관, 김혁규 등 영남권 인사에 대한 배려가 논의되고 있으며, 과거 개혁당 대표였던 김원웅 의원에 대한 계파별 지원 역시 고민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른바 < '천신정'의 당권파 > 그룹에서는 신기남 전 의장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첫 의장이었던 정동영 전 의장에 이어 바톤을 넘겨받았으나 총선 후 ‘과거사 정국’의 중심에서 ‘선친의 친일행적’ 논란으로 인해 의장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구체적으로 당권도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신정’ 그룹의 핵심이었던 신 의원의 당 의장 재도전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으나 ‘명예회복 차원’의 지원이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밖에도 < 개별 인지도나 소수세력 >으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명숙 의원, 김부겸 의원 들의 출마도 당 주변에서 언급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의원의 경우 개성보다는 특유의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어 당 의장을 향한 본선레이스가 시작될 경우 어느 상대 보다도 세력간 연대의 폭이 넓다는 분석이다. 김부겸 의원은 386 세력의 지원을 바탕으로 직선 상임중앙위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당내 중도그룹을 선언한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 간사인 안영근 의원도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의 경우 지금의 정국이 이념논쟁으로 비화되고 있어 현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중도주의를 주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안 의원이 당 의장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고, 최소한 지금의 정국이 해결될 때 까지 독자행동은 자제될 것이라 주장되고 있다.

민병두 “4대 개혁입법 처리가 당지도부 성격에 연계, 정치상황 봐야 할 것”
신기남 “차기 지도부, 창당정신과 정체성 이어가는 초심 살린 구성돼야”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예비후보들이 10명 가까이 있는 것과 달리 정작 당사자들은 당권도전에 대한 의견표명을 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지금의 정국을 어떻게 여당이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한 상황에서 전당대회 논의가 시작될 시기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e윈컴정치뉴스’와의 단독인터뷰를 진행한 민병두 열린우리당 기획위원장은 조심스러움 속에서도 차기 지도부에 대해 ‘안정성과 세력간의 조화’를 강조했다. 당시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내년 전당대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지금은 관심을 기울일 단계도 아니다. 하지만 내년에 일정정도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하고,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가 전망하는 '차기 지도부 상'은 "계파간 황금분할의 통합형 지도부"와 "국민들과 당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개혁과 실용주의가 결합된 지도부"로 귀결되었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구성이 당 의장을 중심으로 5명의 직선 상임중앙위원과 2명의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상임중앙위원간의 지역별, 세대별 안배와 개혁파-실용주의파간의 세력간 안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형 화합형 지도부를 강조한 민병두 당 기획위원장은 지금의 4대입법 논란, 여야 대치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가 차기 전당대회의 포인트가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4대 개혁입법이 어떻게 처리되느냐, 완전 성공으로 끝나느냐, 부분 성공으로 끝나느냐 등 경우와 내년도 정치상황, 국민요구들을 봐야겠다”고 분석했다.

한편, 당대회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신기남 의원은 또 다른 차기 지도부상을 밝히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e윈컴과 국민대가 공동주최하는 '포럼퓨전'에 참여 "계파논란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차기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 창당정신과 (개혁)정체성을 이어가는 지도부여야 하고 초심을 살리는 그러한 원칙이 발현되어야 한다”고 '개혁 지도부론'을 역설했다.

1인 1표제냐? 1인 3표제냐? 세력간 연대 중요변수, 2월부터 본격 논의
청와대 출신 결정적 역할 할 듯. ‘범 친노세력’ 단일화에 초점

아직까지 전당대회의 시점이 3개월 이상 남아있는 상태이고,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어떠한 형식으로 당 의장을 선출할 것인지 역시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부영 당 의장은 “임시국회가 1월까지 진행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출방법에 대한 논의는 1-2월 중으로 본격화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지난 당 의장 선출에서 1인 2표제의 방식이 1인 1표와 1인 3표제로 바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1인 1표제의 경우 각 후보들에 대한 선명한 지지를 이루게 한다는 점에서 대의원 확보에 우위가 있는 후보, 혹은 계파가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각 세력들 역시 1인 1표제에 대한 의견은 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1인 3표제의 경우 합종연횡과 세력간 연대를 보다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최고 다수득표자인 당 의장 이외에 직선 상임중앙위원 안착을 위한 세력간 연대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당의 전략통으로 통하는 한 인사는 “열린우리당이 하나의 칼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1인 3표제의 장점을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1인 3표제의 통과 여부는 청와대 출신의 세력강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차기 지도부 역할이 3년차 국정운영을 이끌어가는 참여정부와의 ‘궁합’이 맞아야 하고, 4월과 10월 재보선, 향후 2006년 지방선거까지를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의원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구분되지 못하고 2개 이상의 세력에 기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출신들의 연대가 강화되면, 분화된 친盧세력의 결집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광재, 이화영 등 ‘직계 386’들 역시 세력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친盧 성향’의 열린우리당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차기 당권경쟁은 오는 1월 중반 이후 보다 선명하게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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