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테이프 진위여부가 공방 한가운데서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잘못 기록되어 병역비리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테이프 조작설에만 목소리 높였지, 실제 병역비리를 부정할 만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수사의 최대 촛점인 병적기록표에 이정연씨 관련 인적사항에 오기(誤記)가 드러나, 병역비리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신검도 받지 않은 면제판정

병역기록표에는 이정연씨의 신검날짜보다 하루 전날로 기록되어 있다. 병무청의 제2국민역 판정 날짜는 91년 2월 11일로 되어 있는데 국군춘천병원에서 시행한 정밀 신검으로 면제판정을 내린 날짜는 2월 12일이어서 신검에서 5급판정을 받기도 전에 이미 병적기록표에는 '면제확인'처분이 된 것이다.

또한 이정연씨의 주민등록번호는 완전히 잘못 기재되어 있다. 정연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1010610'인데 병적표에는 `1016610'으로 기재돼 있다. 또 이름도 `정윤'으로 적혔다가 잘못 적었다가 나중에 고쳐졌고 이 수정날짜의 날인도 빠져있다. 이후보의 차남 수연씨와 딸 연희씨 이름도 `수윤', `윤희'로 적혀있다.

또 병무청 행정처분 기록의 기재양식도 처분날짜와 실무자 도장 2개가 찍혀 있어 병무청의 기재방식인 `병무청장 결재 문서번호와 병무청장 결재일자'의 기본적인 서류양식을 갖추지 않고 있다. 결국 병무청장의 결재가 없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연씨 병적기록표 작성책임자였던 종로구청 병사계 직원 박모(61)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가족사항란과 주민등록번호에 있는 글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조작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반 군 제대자들 "백일서 진료부장이 신검에 직접 참여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돼"

한편 91년 2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신체검사를 담당했던 전 춘천병원 진료부장 백일서(42)씨는 12일 검찰조사에서 "체중미달 등을 이유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면제결정이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 병적기록표 조작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서 전 진료부장은 지난 8월 7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직접 이정연씨의 신검을 담당했다고 했다. 백씨는 "1991년 1월말 소령 진급 예정자로 춘천병원으로 전출명령을 받은 뒤 10여일만에 102보충대로부터 정연씨에 대한 정밀 신검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진료부장인 나와 군의관, 하사관(현 부사관) 등 10명 내외가 함께 검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또 "97년 대선 당시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병적기록부에 내 사인이 있다고 해 처음 알았다. 확인 결과 내 사인이 맞았으며 체중을 45㎏으로 기록한 사실도 기억난다"며 "당시 정연씨는 키가 훌쩍했던 데다 지나치게 말라 비정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이정연씨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군대에 갖다온 남성들은 "신검장소에는 진료부장이 있지도 않고 병적기록표 작성은 대개 하사관이나 일반병이 한다"며 백일서 진료부장이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는 것은 군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서 "외부에서 요청이 없는 한 진료부장이 신검에 직접 참여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게다가 수많은 신병중 이정연씨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은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또 "병역판정의 경우 체중, 신장을 사유로 병역면제 판정을 내리지 않아 179cm의 45kg이라는 체중과 신장을 이유로 내린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해 비록 금품제공 의혹을 부정하더라도 백일서씨가 주장한 "체중미달을 이유로 면제판정을 받았다"고 말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아있다.

김도술 귀국으로 김대업씨 녹음테이프 진위

한편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에 '전 국군수도통합병원 김도술 전 원사가 금품을 받고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알선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되어 있어 실제 '병역비리 사실'에 핵심 단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테이프에 녹취내용의 진위여부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어 검찰은 테이프의 목소리가 김도술씨 목소리인지의 여부와 녹음 경위 등을 수사에 초점으로 잡고 있다.

김대업씨는 녹음과 관련해 "정연씨 병역 면제 과정에 전수도통합병원 부사관 김도술(미국체류)씨가 연루돼 있고 김씨의 증언을 녹음했다"고 주장했으나 반면 김도술씨는 "녹취테이프속에 나오는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며 병역비리 조사 당시 김대업씨로부터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8-99년 검.군 병역비리 1차 수사를 맡았던 이명현 중령은 "김대업씨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김도술씨 얘기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안다"며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김도술씨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아 김대업씨로 하여금 수십차례에 걸쳐 독대자리를 마련, 설득하도록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해 김대업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김도술씨가 '신변안전을 조건으로 귀국'뜻을 밝혀 김도술씨가 귀국하면 테이프 진위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업씨는 이어서 병풍 2탄을 불러왔던 97년 대선 직전의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와 관련된 녹음테이프도 곧 제출할 예정이다.

양당 사활건 전면전 - 한나라당은 비리의혹 뒤집을 만한 '증거'제시 못해

민주당은 병적기록표 조작 단서가 나오고 김대업씨의 테이프 조사가 본격 들어감으로서 보다 공세 강도를 높였다.

민주당은 13일‘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한나라당-조선일보'의 특권층 동맹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김대업씨 테이프를 조작이라고 하는 한나라당의 정형근, 고흥길의원과 김길부 전 병무청장, 여춘욱 전 병무청 징모국장, 전태준 전 국군의무사령관과 이회창후보 동생 회성씨등 모두 6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키로 했다.
한화갑 대표는 "이회창후보와 한인옥씨는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낙연대변인은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는 `병역비리의 교본'"이라며 △장남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된 점 △이름이 이정윤에서 이정연으로 바뀌고 여동생 연희씨는 `윤희'로, 남동생 수연씨가 `수윤'으로 기재된 점 △병적기록부 작성자인 종로구청 담당자가 필적을 부인한 점 △이 후보의 직업란이 공란이었다가 나중에 `대법원 판사'로 가필된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했다.

한편 총력 방어태세 입장에 선 한나라당은 '김대업 테이프 조작'으로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녹음 테이프는 조작됐고, 이번 사건은 권력실세와 정치검찰에 의한 조작극'"이라고 '조작설'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이재오, 홍준표 등 저격수를 법사위로 배치해 민주당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방어는 '테이프 조작의혹과 여권 실세 기입의혹 제기'의 목소리 높이기의 정치공방에 그치고 '병역비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주장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병적기록표에서 나타난 '오기(誤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서청원 대표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녹음테이프에 등장한 김도술씨가 언론과 한 통화를 보면 김대업의 테이프는 조작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검찰은 하루 빨리 이번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수사 자체를 서둘러 덮으려 하는 의도를 엿보였다.

또 이상배 정책의장은 "천용택 의원이 국방장관 재직시 합수부를 설치했고, 김대업의 수사관 채용을 결재한 서류가 있다"면서 공개를 요구하며 김대업씨에 대한 문제점만 지적했지 병역비리 자체에 대한 대응은 하지 못했다.
홍준표 제1정조위원장도 "검찰이 성문분석을 하면 조작여부를 알수 있는데 질질끄는 것은 이후보 생채기 내기'라고 하며 정치적 공방으로 그쳤지 병역비리 의혹을 전면 부정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보 아들 병역비리'의혹이 전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받쳐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만일 '병역비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밝혔듯이 '후보 사퇴 요구'의 거센 폭풍이 불어칠 가능성이 높다.

[이정연씨 병적기록표]

박관조기자 birdypark@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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