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에 따른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도덕성 논란 등 거의 모든 후보자가 위법, 탈법 의혹을 받고 있다.

후보 검증 청문회라기보다 피의자 심문장이 돼버린 것 같다. 민심 수습을 위한 개각이 오히려 민심 이반을 부채질할까 집권 여당 인사들마저도 걱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니, 대통령 스스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진정으로 깨달은 것인지, 국회 청문회 후 최종 임명 결과를 보면 알 일이다.

내각 후보자와 청문 국회의원 모두 ‘공정한 사회’를 화두처럼 말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말한 ‘공정한 사회’의 철학과 국정 방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한다. 야당의 청문위원들은 ‘공정한 사회’의 기초는 도덕성과 법치인데 위법·탈법의 당사자들이 주도하는 정부로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청문위원들의 주장이 100번 옳다. 물론 그 청문위원들 또한 공정한 사회의 국회의원으로 적합한지 언젠가 검증 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8.15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중도실용 정책과 생활공감 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공정한 사회가 깊이 뿌리 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좋은 말이고 좋은 구상이다. 그러나 친서민 정부라는 주장에 국민 다수는 아직 공감하지 못한다. 집권 여당의 한 최고위원은 그 동안 MB정부가 반서민 정부였음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먼, 아니 정반대인 ‘고소영’ ‘강부자’ 내각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에서 영남, 고려대 출신 비중은 집권초보다 더 강화됐다. ‘고소영’ 인맥의 중심축에 있던 한 인사는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부활하면서 ‘왕차관’ 별칭까지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친서민 정부가 되길 빈다. 8.15 경축사대로 탐욕에 빠진 자본주의가 아니라, 윤리와 규범이 있는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영원한 패자도 승자도 없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나 ‘반성과 성찰이 없는 공허한 말잔치로 국민을 혼란시키는’ 경축사였다는 야당의 논평이 반대만을 위한 비판처럼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뜬금없는 통일세 주장까지 보면 더 그렇다.

친서민 정부는 구호가 아니라 국정 기조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학자금 상환제 등의 정책은 필요하지만, 친서민 정부가 이런 몇몇 아이템으로 될 일은 아니다.

부자감세하면서 친서민 정부를 말할 수 없다. 부자감세로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면서 지역과 지역의 공동번영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다. ‘대기업중소기업상생법’을 표류시키면서 중소기업에 희망을 주겠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말 친서민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가 되려면 국정 기조 자체를 친서민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 최근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과 함께 더욱 화두가 되고 있다. 8.15 경축사에도 이 책의 기조가 반영된 것 같다. 윤리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 공동체에 대한 강조 등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글과 말이 아니라 국정 기조, 국가 운영 원리에 달려 있다.

차제에 경축사나 정당의 구호를 넘어 정말 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당장 위법·탈법 당사자를 내각으로 밀어붙여 임명한다면, 경축사에서 내세운 ‘공정한 사회’는 출발부터 폐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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