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검토 발표로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이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31일 대구를 찾아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면서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언론은 차기 대선에서 박근헤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공약으로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도했고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신공항 백지화 관련 회견에서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한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아마 이해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와의 충돌을 언급한 언론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했던 사업에 대해 국민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백지화를 선언한 마당에 같은 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이를 다시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시사한 것이 대수롭잖은 일이라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일 뿐 아니라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인식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2007년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난 2009년경에 이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경제성 검토 결과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전체의 반발을 의식해 차일피일하며 발표를 늦추어 왔다고 한다.

사태가 이럴진대 누구보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정부여당 내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정부가 전문가들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백지화를 발표한 직후에 다시 공약으로 내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영남 민심을 의식한 속보이는 행보라는 인식을 떨칠 수 없다.

아울러 앞으로 지역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중차대한 국책사업을 도대체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의 건설 추진만을 다시 언급할 뿐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는 상태이다. 박 전대표의 언급 직후 부산은 부산대로, 대구 경북은 대구 경북대로 신공항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부터 재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의 타당성 검토 의견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전문가들의 검증이 아닌 어떤 다른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된다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했던 상황과 지금에 와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공약하겠다는 상황이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미래를 위해 필요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논리만으로 그동안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빚어온 사안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원칙’의 정치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지역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언급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런 진전된 내용도 없는 상태로 다시 동남권 신공항 건설만을 언급한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약속’일 수 있을까 되묻게 된다.

2011. 4. 4
이명식 폴리뉴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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