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월간 폴리피플 8호(2010년 3월호)에 개재되었습니다.

박혜경_편집국장

MB 3년차, 2012년 대선 삼국지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3년이란 집권기간이 남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대선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세종시 정국과 6.2 지방선거, 그리고 7~8월에 있을 여야 전당대회는 2012년 대권게임을 올해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012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한나라당 삼국지, 민주당 삼국지의 대선 삼국지가 불붙었다. 6.2 지방선거가 대선 전초전이고, 세종시 정국이 與與대첩의 성격을 가지면서 대선전이 어느 역대정권보다 빨리 찾아왔다. 특히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 향배의 가부가 결정나는 시점은 7~8월 한여름 전당대회다. 4월까지 세종시 정국의 1차전, 6.2 지방선거의 2차전을 치루면서 각 정파들은 전당대회 당권을 놓고 전면전을 펼칠 것이다.

[한나라당] 세종시 정국,
박근혜-정운찬-정몽준 대선삼국지 만들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명박-박근혜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전면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 대통령이 내놓은 ‘세종시 수정’ 카드는 ‘박근혜 대항마’를 내기 위한 수(手)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시절 통과시켰던 세종시 원안을 전면 뒤집으면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수정안 카드와 함께 ‘두 鄭씨’가 박근혜 대항마로 일순간 자리매김했다.

세종시 정국을 겪으면서 한나라당은 ‘박근혜-정운찬-정몽준의 대선 삼국지’의 진용이 짜진 것이다. ‘세종시 총리’ 정운찬과 ‘세종시 대표’ 정몽준이 포스트 MB를 노리고, 反박근혜 선명성 경쟁과 이명박 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사람은 1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2인자 국무총리에, 또 한사람은 과반수 집권여당의 대표로 MB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원뿌리이며 천막당사 시절 찬바람을 맞으며 한나라당을 구한 ‘박힌 돌’이라면 정운찬 총리, 정몽준 대표는 뿌리가 다르고 그래서 당내 기반이 없는 ‘굴러온 돌’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려는 형국이 지금의 한나라당 상황이다. 한때는 야권의 대선주자였던 정 총리와 무소속 출신의 정 대표가 ‘원조보수’라는 박 전 대표를 밀어내고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 나서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칼을 벼리며 여당을 분열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선 1순위 박근혜를 밀어내고 10%대인 정운찬, 정몽준의 새로운 후계자를 만들려하는 데는 미래권력에 대한 현재권력의 불안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권력 이전 사후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다.

정운찬, 정몽준 모두 ‘기반이 전무’한 혈혈단신의 인물들이다. 때문에 세력 없는 이들 세력은 결국 ‘MB세력’이 받쳐줄 수밖에 없고, MB의 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집권 사후에도 이들은 MB를 배신할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친이’의 대선주자가 이들 ‘나홀로’ 주자인 이유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르다. 박근혜는 자신의 세력이 있고 자신의 근거지가 있다. 이명박 당선도 ‘박근혜의 힘’이 절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인식, 집권 후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동정부’를 원했다. 하지만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고 이 대통령은 朴의 요구를 거절해버렸다. 이것이 ‘이 - 박’이 함께 갈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박근혜는 ‘박근혜의 정치’를 하는 것일 뿐 ‘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한 헌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당의 대선후보가 되려고 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칼을 뽑아서 내세운 포스트MB 예비군이 정운찬, 정몽준이다. 정 총리는 MB에게서 받은 ‘세종시 수정안’ 칼을 들고 MB를 대신해 최전선에서 돌격했다. 최대 격전지 충청을 매일매일 발이 닳도록 방문하며 박근혜를 겨냥해 충청을 얻으려고 불철주야 뛰었다.

3~4월 당론변경과 국회 통과시기가 되면서 정운찬 역할은 일단락되었다. 정 총리가 받은 MB의 수정안 칼은 이제 정 대표에게 인계되었다. ‘세종시 문제를 이제는 당이 중심이 돼서 풀라’는 대통령 지시가 그것이다. 정 총리에게서 정 대표로 바톤터치 된 것이다. 그동안 호흡조절을 해왔던 정 대표가 정 총리를 대신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화력을 장전하고 있다.

이 와중에 터진 ‘친박 사찰’ ‘박근혜 욕설파문’ ‘청와대 회동 진실공방’ 등이 세종시 의총장을 뒤집어엎은 중심 의제가 되었다. 세종시 논란이 아닌 ‘이명박 - 박근혜’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세종시 문제는 정책문제가 아닌 ‘MB - 박’ 두 권력간 전면충돌임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현재 권력인 이상 아무리 미래권력 1순위라도 박 전 대표는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MB를 대신한 정운찬, 정몽준의 야전사령관들의 막강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물리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 증가세를 보이면서 박근혜 기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폴리뉴스 - 모노리서치 정기조사를 비교해보면, 11월 1일 31.3% → 11월 18일 30.7% → 1월 15일 32.7% → 2월1일 36.7% → 2월 19일 35.4%로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재권력의 막강한 물적, 인적 지원을 받고 전장에 나선 정운찬, 정몽준 지지도는 박근혜 대항마로서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는 2월1일 3.1%, 2월19일 3.1%로 한자리수에서 그치고 있고, 정 대표는 7.3%에서 10.3%로 약간 상승했으나 아직 박 전 대표와 맞서기에는 부족하다. 민심을 볼 때, 한나라당의 대선 삼국지가 시작되기는 하였으나 박근혜 대항마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나라당 대선판은 아직은 ‘박근혜 독주’ 체제다.

한나라당 3인의 대선 삼국지에는 여타 인물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친이진영은 친박 분열을 위해 ‘김무성 카드’를 성공리에 탈박시키고 있다. 친박 좌장인 김 의원을 세종시 절충안에 이어 국민투표론까지 제안하며 ‘친이’ 대변가로 변신했다. 이로인해 일부 탈박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친박흔들기’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친박 결속력도 강화돼 친이의 친박분열 목적은 100% 달성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일등공신이면서도 집권 이후 찬바람만 쐬었던 이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맞아 서서히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원해결사’로 지역민심을 얻어놓은 이 위원장은 ‘부패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친박학살의 대명사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경남지사에 출마한 것도 이 위원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위원장은 7월 은평을 재선거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한 후 8월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용꿈’을 꾸게 될지 아니면 ‘용들의 관리자’로 나설지는 아직 모른다. 당권도전 이후 그 모습은 드러날 것이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정국에서 시작된 대선전이 지방선거 공천전으로 불붙고 있다. 김태호지사, 김학송 의원 등 친박들의 줄줄이 불출마 선언과 이방호 전 총장의 출마선언을 두고 ‘친이’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친박 중진 홍사덕 의원의 ‘친박 사찰의혹’이 그것이다. 이른바 ‘검찰공천’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이번에도 또 ‘친박학살’이 18대총선에 이어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이 거의 완료되는 4월에 세종시 수정안 국회통과 여부도 결정난다. 현재로는 과반의석인 150석을 결코 채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당론이 변경되더라도 국회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당론변경과 국회통과의 강수를 둘 필요는 무엇인가. 속내는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문제로 정국을 시끄럽게 하면서 그 사이에 여권핵심들은 ‘실리’를 챙길 것이라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공천’을 MB뜻대로 해치워버릴 수 있다. ‘성동격서’의 전략이다. 세종시 논란을 틈타 친이일색으로 공천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친박이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최대 관건이나, 친이 일색으로 공천이 끝났다 해도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서 한다면 불만은 있으되 탈당은 할 수 없다.

또한 친박은 지방선거와 전당대회까지는 결코 탈당하기는 어렵다. 만일 탈당해서 지방선거에 참패하면 박 전 대표는 ‘선거참패 책임론’과 ‘분당책임론’을 동시에 안으면서 대권가도에 최대 위기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삼국지가 전면화되는 때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일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서 친박과 친이는 당권잡기에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면 ‘참패책임론’을 물어 친박이 당권을 잡는데 유리해질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성공하면 기세를 몰아 확실한 ‘이명박당’으로 당을 전면 재편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세종시는 뒷전,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당권전쟁 본격화

민주당 삼국지도 시작되었다. 정세균-정동영-손학규의 민주당 패권전쟁이다. 민주당은 與與대전이 된 세종시는 ‘뒷전’이 돼버렸고 3정파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자파세력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보다는 ‘자파세력의 공천획득’에 더 목적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7월 전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해야 하는 ‘반MB’ 선명투쟁은 스스로 수위를 낮추고 있다. 투쟁야당이 아닌 생활정치의 대안야당을 하겠다는 것이 ‘뉴민주당 플랜’을 내세운 지금의 민주당이다. 노선상에서는 3인의 생각은 같다. 다만 핵심은 세력의 문제다. 어느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느냐다.

주류 정세균 대표는 친노 386, 당권파, 테크노크라트로 구축되었으며, 정 대표의 최대 정적인 정동영 전 의장은 재야개혁그룹,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세력이 기반이다. 아직 관망 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경기지역과 보수인사들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丁-鄭 두 세력보다는 조직력이 약하다.

6.2 지방선거 공천에서 이들 3 세력들간의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조직력이 막강한 정세균-정동영간은 호남 공천전쟁부터 불붙었다. 민주당 핵, 광주시장의 경우 정세균, 정동영은 자기사람 심기에 본격 나섰고, 이 때문에 시장 경선방식에 대한 논란이 크다. 정세균 측은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내세우며 호남물갈이를 선포했고, 정동영측은 ‘국민경선제’를 내세우며 정세균 공천드라이브에 맞불을 놓았다.

또한 전북도의회와 광주시의회에서 4인 선거구제를 2인 선거구제로 직권상정해서 바꾸어 민주당 호남 지역독식체제 구축, 비난을 사고 있다. 시의원 선거구 축소는 민주당 기득권의 강화이며 곧 당대표인 정 대표의 공천기득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 비주류에서는 ‘시민공천배심원제’가 정세균 대표 공천권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에서는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수도권 경선도 치열하다. 서울시장은 한명숙 후보로 사실상 합의되었지만, 경기지사의 경우 ‘정동영계 이종걸 의원-정세균 대표가 지원하는 김진표 의원’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지사는 결국 손학규 의중에 달려있기 때문에 경기지사 경선과정에서 합종연횡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 3인방의 대중지지도가 매우 저조,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이 미약하다. 정동영 전 의장은 6.4%(2월1일) → 7.5%(2월19일)로 미약한 상승세를, 손학규 전 대표는 6.2% → 5.7%로 약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10%대도 되지 않는 한자릿수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당대표인 정세균 대표는 지난번 0.5%에서 0.3%로 오히려 더 떨어져 실제 지지율이 ‘0%’다. 제1야당 대표가 지지율 ‘0%’라는 것은 민주당에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대선삼국지의 특징이자 문제점은 대중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민심잡기 경쟁이 아니라 당내에서 ‘자파세력 키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고만고만한’ 지지율을 갖고 있는 주자들이 당내 세력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분당위기에 몰려있지만 민주당도 이렇게 가다간 3분할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의원이 13.7%로 민주당 주자들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어 야권 대선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민주당 내부 당권장악에만 몰두하고 민심을 얻지 못하면 차기 야권주자 자리를 민주당이 놓칠 수도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것도 결국 민주당의 승리나 야권 전체의 승리보다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앞서있기 때문에 야권 전체에서 민주당 기득권을 줄여나가는 통큰 정치를 할 여지가 없다. 한 자리라도 공천을 받아야 다음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3정파는 자파세력의 자리차지하기도 바쁜 것이다. 그러니 단일화를 위한 자리마련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여권이 세종시 파란으로 분당의 위기까지 몰려있으면서도 지방선거 승리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야권의 단일화 무산에 대한 ‘확신’도 깔려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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