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월간 폴리피플 4호(2009년 11월호)에 개재되었습니다.

박혜경_편집국장

세종시, 2012년 대선 최대 쟁점

2002년 대선이 있는 지 꼭 10년 뒤인 2012년 대선에서도 ‘세종시’문제가 또다시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 박근혜의 ‘여권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충청대첩’이 시작된 것이다.
‘李-朴’개의 세종시 여권내전이 불붙기 시작하면, 여기에 민주당과 친노는 반MB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선진당은 충청기반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할 것이다.
10.28 재보선 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은 ‘세종시’ 격랑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10.28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여권의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는 속다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권내전 시작되었다…불붙은 이명박 대 박근혜 ‘충청대첩’

이명박 대통령이 ‘백년대계’ 발언으로 사실상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인 수정원칙을 천명하자 즉각 박 전 대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고수로 맞받아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 타협은 없다. 정권에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 “양심상 그대로 하기는 어렵다”면서 수정원칙을 천명하고, 더 나아가 “과거 포항의 허허벌판에 포항재철을 만들고, 구미도 전자단지를 유치해 수십년을 먹고 살았다. 세종시에도 그런 걸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바 ‘산업체 이전론’으로 수정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정운찬 총리, 주호영 특임장관,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가 수정안 5개의 사회문화부처만 이전하는 ‘플랜B안’을 논의했다는 극비회동을 볼 때, 정부여당이 정권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세종시 수정 또는 폐지를 추진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 대통령과 함께 ‘수도분할반대운동’에 적극 나섰던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법안발의 준비 중인 세종시법개정안 ‘연기·공주 녹색첨단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행정부처 이전 원안을 백지화하고 신재생에너지산업, 연구·과학, 국제의료 도시화, 항공우주산업 등 자족기능을 위한 산업을 유치하는 방안이 포함돼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강수를 두고 있는 이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와 수도권 중심 친이계 의원들은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으나 핵심은 ‘행정 빼기’이고 조금 빼기보다는 완전히 다 빼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행정기관 이전 자체를 백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05년 ‘행정수도복합도시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 여야 합의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고수’라는 카드를 빼들고 지금까지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표는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에다 필요하다면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 대상 정부부처를 줄이는 수정안에 대해서도 “선거 때 모르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수없이 토의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으로 이렇게 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무슨 약속을 하겠는가. 과연 국민이 믿어주겠는가”라며 세종시파기는 곧 ‘한나라당 해체’라고 경고까지 했다.
‘당 존립문제’로까지 본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버리더라도’ 세종시 원안고수만은 지키겠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세종시 수정되면 대정부 불복종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청은 분노로 들끓고 있고 민주당은 ‘충청도 핫바지론’을 들먹이며 10.28 재보선 마지막 방점을 찍고 있다.

세종시냐 세종공단이냐…MB, 세종시 아닌 세종공단?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국가개발론 차원에서 ‘수도권 중심론이냐 ’국가균형발전론‘이냐의 근본적 정책노선 차이다.
국가균형발전론에 입각한 ‘정부부처 이전’은 수도권의 이해관계와 상충될 수밖에 없고, 특히 서울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과 수도에 기반을 둔 친이계 의원들은 주로 ‘수도권 중심론’ 입장에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수도분할반대론을 펴면서 수도권의 불안한 부동산 민심에 불을 댕겨,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도 대선 당시에는 속내와 달리 ‘충청표심’을 의식, 여야 합의한 원안대로 행정부처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고 지지율이 50% 대를 넘나들 정도로 안정세를 유지하자, 이제는 ‘양심상 할 수 없다’면서 원래의 반대입장을 다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대로 ‘행정부처’가 빠지고 ‘산업체’가 이전한다면 세종시는 더 이상 세종시가 아니라 ‘세종공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구미공단, 포항공단을 직접 언급한 것을 때 결국 ‘세종공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수도천도’에서 청와대와 국회가 빠진 ‘행정부처 이전’으로 줄어들었지만, 충청에 우리나라 새로운 행정중심 축을 건설하겠다는 의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명명한 것인데 중심개념인 행정도시가 빠지고, 교육분야도 빠지고 몇몇 산업체만 이전한다면 이는 결국 ‘공단’으로 협애화되는 것이다. 더욱이 ‘공단’조차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충청민심이다.
국가균형발전론에 입각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냐 아니면 수도권중심론에 입각한 ’세종공단이냐의 노조로 전면화되고 있다.
또한 세종시 문제는 충청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충청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론에 입각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던 세종시건설이 폐기된다면 수도권 소재 180여 개 공공기관의 정부이전 정책인 혁신도시 건설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정부여당에서는 혁신도시 문제를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행정부처 이전이 폐지된다면 공공기관 이전 역시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처럼 ‘혁신도시 수정, 축소론’이 대두될 개연성이 있다.
10.28 재보선 충북 중부4군 선거에서 ‘혁신도시’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종시 문제에서 관망했던 충북이 지역 이해관계와 직결된 혁신도시 문제로 확산 조짐이 있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중심론’에 따른 세종시 수정론이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새로운 지역갈등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영호남 지역갈등이 아직 상존하고 있는데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새로운 지역갈등 정치구도가 탄생된다면 국론분열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수도권이냐 충청이냐’…복잡한 세종시 민심

세종시 문제는 차기 정권의 향배를 가늠할 최대 이슈다. 수도권 표심과 충청표심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반대해서 수도권 표심을 얻느냐, 아니면 원안대로 추진해서 충청표심을 얻느냐의 ‘선거전략’이다.
정치권은 10.28 재보선 후 ‘세종시 여론전쟁’에 들어갈 것이다. 현재 여론은 묘하게도 충청을 제외하고는 ‘세종시 수정론’이 우세하다. 비충청권의 충청발전 경계심을 자극한 때문일 것이다.
세종시 키를 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고수’ 발언을 이러한 민심이 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원안처리’가 여야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전에서는 ‘수정론’이 선점한 듯하다.
이러한 수도권과 영남권 등 비충청권의 세종시 민심이 선거전에서 표심으로 바뀔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으로서는 심리적 반발인지, 아니면 정치적 반발 수준인지 불확실하지만 세종시 민심은 매우 복합적이다.
민주당 등 야당 수도권 의원들도 이러한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충청을 살리기 위해 지역구를 등한시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서울 개발론인 ‘뉴타운’으로 서울에서 대참패 당했던 민주당이어서 속내는 복잡한 듯하다.
뿐만 아니라 원안고수 입장을 천명한 박근혜 내부 이견도 나오고 있다. 자칫 충청을 얻기 위해 영남과 수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은 ‘세종시는 잘못된 법’이라며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조갑제, 이문열 등 보수세력들도 ‘박근혜 원안고수’에 맹공을 펼치고 있다. 미디어법 때처럼 당내분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독식한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수도권’과 기득권을 분할소유하자는 ‘충청권’간의 갈등만도 아니다. 충청 내에서도 충남과 충북이 다르고 천안과 공주연기가 다르다. 충청 내 소지역주의까지 강화될 조짐도 있다.
그러나 전국 10개 혁신도시로까지 확대된다면 세종시 노조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세종시 수정에 강경자세를 보이는 이 대통령과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도 혁신도시 문제는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혁신도시는 원안대로, 세종시는 수정’이 기본 원칙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어쨌든 당사자인 충청의 최대 문제이면서 전국적 문제다. 대선 전초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각 지역간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맞붙는 세종시 문제는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또한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에서도 세종시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을 얻느냐 포기하느냐, 또는 충청을 얻고 비충청권을 포기하느냐의 대권전쟁, 즉 ‘충청대첩’이 시작되었다.

“충청을 얻어야 대권을 얻는다”…중원쟁패론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을 얻어야 대권을 얻는다’는 명제가 통용되었다. 이른바 ‘중원쟁패론’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충청으로 ‘수도이전’이라는 대형 이슈를 터뜨린 덕에 노무현 후보는 대권을 거머쥐었다. 호남지역주의를 반대한 친노의 ‘중원쟁패론’이 저변에 깔린 정치노선이었다.
당시 충청은 ‘충청수도이전’으로 노무현 우군이 되었고, 급기야 충청에 기반을 둔 정몽준 후보와 ‘노-정 단일화’를 이루어 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노 후보와는 정치적 대척점에 있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충청수도이전’ 때문에 노 후보와 물밑에서 손을 잡았다는 설이 나돌 정도라는 것은 충청에서 수도이전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대선 투표결과, 자민련 의원 지역구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가 월등히 앞섰던 것을 볼 수 있다. DJP와 노-정 단일화로 이루어진 10년의 민주정권에는 사실상 충청의 힘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단, 민주정권만이 아니다. TK 영남보수정권 역시 충청을 놓쳤을 때는 정권교체되었고, 충청을 얻었을 때 정권을 잡았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은 대권향배의 바로미터였다. 연령대에서는 언제나 중립성향이 강한 40대가 저울추 역할을 했다면, 지역면에서는 언제나 중립지대에 있는 충청이 저울추 역할을 담당해왔다. 충청이 기운 곳에 대권이 있었다. 영남+충청의 3당합당이 그랬고, DJP연대가 그랬으며, 노-정 단일화가 그랬다. 그 이전에 박정희 정권도 역시 TK의 박정희 세력과 충청의 김종필 세력의 영충연대 성격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이 ‘反호남’ 전략을 편 것은 그 정권의 지역기반 때문이다. 호충연대 또는 영충연대 등 어떤 모습을 띄든 간에 충청민심이 대선판도를 좌우한 것은 우리나라 대선이 지역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이러한 추이는 변함없을 듯하다. ‘이명박-박근혜’의 ‘세종시 여권내전’이 불붙었고, 야권은 세종시를 ‘반MB 전선’의 축으로 삼고 있다. ‘충청대첩’이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행정수도이전으로 충청을 잡아 집권했던 ‘친노’는 세종시 문제에 전면적으로 뛰어들 기세다. ‘친노’진영에서는 노무현 정부 정책인 국토균형발전론 계승을 세력결집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10.28 양산 재선거에서 문제인 선대위원장 등 친노 인사들은 ‘국토균형발전론을 지키기 위해 선거지원에 나섰다’고 한 것이 그 예다.
2012년 대권전쟁의 키, 세종시 문제는 이제 충청지역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세종시를 그대로 추진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는 진퇴양란에 빠진 정치권에서는 충청도 얻고 비충청도 얻는 ‘묘수’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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