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영화의 실험정신과 철학적 내러티브를 재해석
루이 비통, 요리와 공간을 재해석한 내러티브
구찌·루이 비통, 역사의 과거와 현재로 구성된 내러티브

[폴리뉴스 최성모 기자] 명품은 마케팅도 차별화된다. 명품 제품은 고가의 제품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어떤 브랜드보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명품의 가치를 높이는 건 브랜드 이미지다. 명품을 착용하는 사람은 옷 맵시뿐만 아니라, 명품이 쌓은 내러티브를 덧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명품의 품격을 유지하고 높이는 방법은 제품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내러티브적 요소를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명품의 마케팅을 관찰해보면, 어렵지 않게 브랜드의 치밀하고 창의적인 내러티브를 목격할 수 있다. 본지는 구찌, 루이비통의 사례를 살펴봤다.

익스퀴짓 구찌 캠페인 (영화 '배리 린든' 오마주)  <사진제공-구찌>
▲ 익스퀴짓 구찌 캠페인 (영화 '배리 린든' 오마주)  <사진제공-구찌>

구찌, 영화의 실험정신과 철학적 내러티브를 재해석
구찌가 말하고자 하는 내러티브를 창조하고 구현하는 영화가 있다. 구찌(Gucci)가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컬렉션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번 캠페인은 철학적인 영화 감독이자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에 대한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Aressandro Michele)의 찬사를 담았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 미켈레는 큐브릭 감독의 다양한 범주를 넘나드는 실험 정신에 영감 받아, 그 파격적인 접근법을 탐구하고, 그의 영화들을 창의적으로 포착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큐브릭 감독의 다양한 영화에 대한 장면 묘사를 게임 혹은 역사적인 느낌의 배경들과 함께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캠페인 속에서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패션쇼를 통해 스포츠웨어의 범주를 벗어나 새롭게 선보였던 아디다스 가운은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이 되어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의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다. 로라 휘트컴(Laura Whitcomb)이 디자인하고 마돈나(Madonna)가 착용해 90년대 뉴욕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레드 컬러 저지 드레스는 <샤이닝(The Shining, 1980)>의 고딕 스타일 장면들과 어우러진다.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 속 미스터리한 어둠 속에서는 퍼 코트를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또한,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의 프레임 속에서 90년대 특유의 섹시한 무드를 담은 슈즈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미켈레는 “큐브릭은 영화가 삶에 스며들어 그것을 확대하는 마법을 그 누구보다 탁월하게 보여줬다.”면서 “큐브릭은 진정한 ‘장르의 조각가’이며, 시대를 앞서 나간 영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경계를 허물고 기존에 붙여진 꼬리표를 없애, 의미를 초월하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그의 능력은 항상 깊은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다양한 영화들을 바탕으로 한 이번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컬렉션 캠페인은 미켈레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켈레에게 영화는 절충적이고 부조화로운 방식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모험과 삶을 표현하는 힘을 지녔다. 

마찬가지로, 옷은 단순히 패브릭 그 이상으로 우리가 진정 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갈망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즉, 구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영화 역사상 가장 빛나는 거장 중 한명인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철학과 실험 정신에 찬사를 바치는 동시에 미켈레가 생각하는 의복과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전경 <사진제공-루이 비통>
▲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전경 <사진제공-루이 비통>

루이 비통, 요리와 공간을 재해석한 내러티브
루이 비통이 창조하려는 내러티브는 과연 무엇일까. 루이 비통이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을 9월 17일 오픈한다. 루이 비통이 2022년 9월 17일부터 10월 29일까지 루이 비통 메종 서울(Louis Vuitton Maison Seoul)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와 함께하는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Alain Passard at Louis Vuitton)’을 운영한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은 지난 5월 루이 비통이 공개했던 팝업 레스토랑의 연장선으로, 채식 위주의 메뉴를 선보이는 셰프 알랭 파사르의 미학과 루이 비통의 조화로운 만남을 구현했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은 가을 정원(Garden) 테마로 펼쳐지며, 이를 위해 천장을 장식한 꽃과 나뭇잎, 우드(Wood) 톤의 벽, 라탄(rattan) 소재의 의자 등 정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요소가 활용됐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특유의 곡선 유리창 너머로 내리쬐는 자연광이 공간을 채우는 것도 특징이다. 

루이 비통의 브랜드 철학인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담은 자넬라토/보르토토(Zanellato/Bortotto)의 랜턴(Lantern) 및 캄파냐 형제(Campana Brothers)의 벌보 체어(Bulbo Chair),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의 스윙 체어(Swing Chair) 등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 또한 정원 테마의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루이 비통은 팝업 레스토랑의 디테일한 부분에도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을 즐길 수 있는 섬세함을 더했다. 핸드메이드 제작 프랑스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브랜드 메종 프라질(Maison Fragile)과 알랭 파사르의 협업으로 탄생한 식기에는 셰프의 메뉴 구성을 따라 다양한 채소와 과일 그림이 새겨졌다. 특히, 루이 비통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행보의 일환으로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을 아티초크, 헤이즐넛, 딸기, 치커리 등이 새겨진 냅킨 홀더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셰프 알랭 파사르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위해 런치 및 디너 코스, 애프터눈 티 타임 총 세션으로 나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다채로운 메뉴를 구성했으며, 이와 함께 엄선된 와인 리스트와 페어링 옵션도 선택 가능하다. 

런치 및 디너 코스에서 동일하게 제공되는 앙트레(entrée, 전채 요리)에는 라비올리 및 채소 콘소메(consommé)를 비롯해 단풍나무 시럽을 곁들여 따뜻함과 차가움을 두루 담아낸 시그니처 계란 요리 등이 포함된다. 메인 요리로는 다양한 채소를 고루 섞어 채워 넣은 프로방스 니스식 요리, 창립자 루이 비통의 고향인 쥐라(Jura) 산 옐로우 와인 소스를 활용한 신선한 제철 생선과 조개 등을 선보인다. 

티타임에는 장미 꽃다발 사과 타르트 및 복숭아 아몬드 마카롱과 같은 달콤한 디저트부터, 헤이즐넛 프랄리네(praline)를 곁들인 프로방스식의 메스클랭(mesclun) 어린잎 샐러드 및 프로마주(fromage)까지 다양한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알랭 파사르는 “오감을 통해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장인이자 예술가 정신을 갖춘 루이 비통과의 협업은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프랑스 전통과 조리법을 적용해 자연 재료 그대로를 최대한 살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정원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포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알랭 파사르와 창립자 루이 비통은 장인이자 예술가로서 두 주체의 협업은 한층 의미를 더한다. 이런 공통분모에서 영감을 받아 알랭 파사르는 디너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프랑스식 전통 로티스리 “8월 4일 사자자리 특제 소스”를 고안해냈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은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서 9월 17일부터 10월 29일까지 진행된다. 해당 팝업 레스토랑의 런치 및 디너 코스와 티타임은 모두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9월 8일 오후 6시부터 선착순으로 예약 가능하다.

루이 비통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 제작 과정 <사진제공-루이 비통>
▲ 루이 비통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 제작 과정 <사진제공-루이 비통>

구찌·루이 비통, 역사의 과거와 현재로 구성된 내러티브
모든 역사는 내러티브의 축적이다. 쌓아올린 내러티브는 역사의 구성 요소가 돼, 과거와 현재로 촘촘히 얽히게 된다. 구찌가 오는 11월 1일 서울 경복궁에서 ‘구찌 코스모고니(Gucci Cosmogonie)’ 컬렉션의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한국에서의 첫 패션쇼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상들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예정된 패션쇼는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장소로 꼽히는 경복궁에서 진행돼,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구찌의 경의를 담고 있다. 경복궁은 1400년대 간의대를 포함, 왕실의 천문대를 갖추고, 세계적인 수준의 천문학 연구가 이루어진 장소로, 천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 코스모고니 컬렉션을 소개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코스모고니 컬렉션은 지난 5월 16일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Apulia) 지역에 위치한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에서 처음 공개됐다. 카스텔 델 몬테 성은 1240년대 프레데릭 2세에 의해 지어진 성으로,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장소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전 세대와의 지속적인 창조적 담론을 이어왔다. 경복궁은 그간 예술적·역사적 의미가 담긴 장소에서 진행되어 온 구찌 패션쇼의 내러티브에 또 다른 챕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구찌는 뉴욕의 디아미술재단(Dia-Art Foundation),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클로이스터(The Cloisters),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틴 갤러리(Palatine Gallery), 프랑스 아를의 프롬나드 데 알리스캉(Promenade Des Alyscamps), 로마의 카피톨리노 박물관,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거리 등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루이 비통은 어떤 역사적 내러티브를 말하고 있을까. 루이 비통이 대표적인 아트북 출판사 애술린(Assouline)과 함께 신간 ‘루이 비통 트로피 트렁크(Louis Vuitton Trophy Trunks)’를 출간한다. 루이 비통은 ‘우승의 영광은 루이 비통과 함께 여행한다(Victory travels in Louis Vuitton)’는 표어 아래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와 협업하며 우승 트로피를 위한 맞춤형 케이스를 제작해왔다. 

이번 신간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2017년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부터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2018 FIFA 월드컵 우승 등 루이 비통이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 제작을 통해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을 함께해온 모습을 담았다.

루이 비통의 모든 트로피 케이스는 프랑스 아니에르(Asnières)에 위치한 공방에서 최장 400시간 이상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을 거쳐, 각 스포츠 경기에서 받은 영감에 하우스의 수준 높은 장인 정신이 결합해 탄생한다. 실제로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트로피 트렁크는 테라코타(terracotta) 소재로 내부를 장식해 롤랑 가로스(Roland Garros) 경기장의 클레이코트를 연상시켰고, 전면에는 테니스 코트 라인을 상징하는 ‘V’자를 새겨 넣어 경기의 특징을 표현했다. 

또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월드 챔피언십 트로피 트렁크에는 게임 속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첨단 하이테크 요소를 담아 강력한 밝기의 LED 장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루이 비통 트로피 트렁크’서적 집필은 25년간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L’Équipe)와 레퀴프 매거진(L’Équipe Magazine)의 편집장을 지낸 올리비에 마고(Olivier Margot)가 맡았다. 올리비에 마고는 앙투안 블롱댕상(Prix de Antoine Blondin), 올림픽 미디어상(Olympic Media Award) 등 프랑스 국내외 저널리즘상 23개를 수상한 바 있으며, 스무 권이 넘는 서적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올림픽 경기에 공헌한 마지막 영웅들(Last Heroes: A Tribute to the Olympic Games)’ (2004), ‘전설의 시대(Time of Legends)’ (2017), ‘불굴의 선수(The Man Who Never Died)’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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