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8일 자위적 수단으로 핵 선제 타격을 명문화한 법령을 통과시키면서 핵 지위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거부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해석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가 가팔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보유국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 북한 핵정책의 투명하고 지속적인 원칙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와 제국주의가 존속되고 미국과 그 동조세력의 북한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연합뉴스 2022년 9월 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9.9
▲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9.9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 봉쇄와 같은 적대정책을 취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미 두 나라의 비핵화 촉구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를 선언했다. 북한이 발표 한 이번 법령은 외부 침략을 저지하거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임박했을 경우 선제공격을 명기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조치를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향후 동북아의 신냉전이 심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2012년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헌법을 개정하여 핵 보유를 명시하였고 2013년에는 핵 보유법을 제정하여 핵 보유를 법제화했다. 이어 2016년 4차 및 5차 핵실험(소형화), 2017년에 6차 핵 실험(수소폭탄)과 대륙간미사일과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잠수함미사일 수중 발사 시험을 통해 핵 개발 완성을 선언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남북간에 1992년 1월 31일 체결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백지화된 바 있고 남북간에는 6.15공동선언, 10.4선언, 2018년 판문점 및 평양선언 등으로 교류협력을 다짐했지만 무산되었다. 최근 미중간 패권경쟁 심화, 우크라-러시아 전쟁 등으로 신냉전 시대의 재현이 우려되면서 한반도 핵 문제는 뒷전에 밀린 형국이지만 언제든 세계적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의 하나는 미국의 대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거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을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놓고 있는데 이런 조치는 미국의 선제타격 대상 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1997년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자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공격하는 선제타격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검토했지만 한국은 단 한 번도 사전에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중앙일보 2020년 9월 19일>. 이는 미국이 전략무기인 핵무기에 관해선 사용 계획을 동맹국과도 사전 협의하지 않는 법 체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을 향한 구체적인 핵 공격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진 북한에 대한 핵공격에 한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고 미 군사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다<조선일보 2020년 9월 16일>.

미국 정부가 선제타격을 거론할 때는 미국 헌법 2조와 ‘무력사용 권한(AUMF)’ 두 개를 법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로 인한 남측의 인명 피해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는데도 미국은 선제공격 기획 단계부터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사작전에 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자국 이기주의적 발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배타적인 핵 무장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크라 - 러시아 전쟁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핵 보유국 이었다. 구소련이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했기 때문인데, 당시 보유했던 핵탄두만 1,700여 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170여 개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러시아, 미국, 영국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고 비핵화에 나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정작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할 당시 미국과 영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각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2년 또다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위협과 미국 등 서방진영의 무력 대응이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면서 안전 보장 약속을 받았지만 그 후 강대국의 침략 위협과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비핵화 요구를 받고 있는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외부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응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미연합군의 대북전략에 포함된 ‘참수작전’은 물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신형무기를 개발하는 식으로 테러집단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작전을 지속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7월 말 ‘닌자 폭탄’으로 불리는 초정밀 암살용 ‘R9X’ 미사일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사살했다. 이 미사일은 폭약이 터지지 않는 대신 날카로운 칼날 6개가 공격목표로 지목된 사람만을 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형 무기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022년 8월 2일>.

오늘날 세계 전역에 배치된 핵무기는 30억 인구를 전멸시킬 충분한 파괴력이면서 동시에 핵겨울을 유발해 인류 등 전 생명체를 몰살시킬 도화선이 되고 있다. 세계 두 핵 강국 미국과 러시아는 1990년을 전후해 핵무기 감축 협정을 맺고 이를 30년 넘게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전력 강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면 오늘날 지구촌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핵전력 수준과 그 파괴력은 어느 수준인가?

전 세계 핵무기 보유 실태는 연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해당 국가들이 비밀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1986년 미국과 구소련이 핵무기 감축에 합의하기 전에 실전에 배치된 핵무기는 70,300 개에 달했으나 그 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지속한 결과 2021년 현재 13,080개로 줄었고 그 가운데 30%인 3,750 개가 실전용 배치되어 있다. 실전 배치된 핵무기의 90%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Ahronheim, Anna (14 June 2021). "SIPRI: Number of fatalities caused by armed conflict falls in 2020". The Jerusalem Post. Retrieved 14 June 2021.>.

한편 미국 과학자협회(FAS)가 2021년 발표한 국가별 보유 및 실전 배치 실태에 대한 자료는 아래와 같다. 미국은 5,550개 보유하고 1,357개 실전 배치, 러시아는 6,257개 보유하고 1,456개 실전 배치, 영국은 225개 보유하고 120개 실전 배치, 프랑스는 290개 보유하고 280개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들 4개 국가 외에 다른 나라는 핵무기 보유 상황만 알려져 있고 실전 배치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즉 중국은 350개, 인도 160개, 파키스탄 165개, 북한 45개, 이스라엘 90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핵무기는 해당 국가들이 전략 및 비 전략용으로 구분한 숫자를 밝히지 않아 그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개수이다< https://fas.org/issues/nuclear-weapons/status-world-nuclear-forces/>.

미국은 헌법에 따라 핵무기 사용권이나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전략의 결정권은 미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런 법적 장치는 미 대통령이 건전한 사고력을 가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 어떠했을까? 미국의 일부 대통령은 심한 음주벽이 있거나 지나치게 한 가지에 몰두하는 편집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지어 정신 질환을 앓기도 했다.

특히 한 밤중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잠들어 있던 대통령이 잠에서 깨어나 즉시 건전한 사고 판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닉슨 전 대통령 같은 경우다. 그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위기에 몰렸을 때 심한 우울증과 정서적 불안정으로 고통 받았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는데 한 경호원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개 먹이를 먹기도 했다. 닉슨 대통령은 그런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발사할 권한을 보장받고 있었다<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200804-can-nuclear-war-ever-be-morally-justified>.

핵무기가 우발적인 상황에서 전쟁을 일이키는 수단이 될 위험은 핵보유국 모두에게 공통된다 하겠다. 북한의 핵무장 강화에 대해 남한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해보이지만 미국만 바라보고 따라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 대상으로 검토할 경우 한국을 배제하는 상황이 방치되어서는 안되고 윤석열 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만들고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나 비핵화 방식에 대해 ‘일괄 타결’을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고집하고 있는데 두 나라 모두 상대국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불신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논의의 첫 단계에서부터 엇박자이니 성과가 날 수 없다. 그러나 해법은 분명이 존재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3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을 참고하는 식으로 하면 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2021년 2월 3일 두 나라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5년 연장 협정을 발효시켰다. 뉴스타트는 지난 2010년 4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으로 협정은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의 맥을 잇는 것이다. 이 협정에 따라 미·러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게 된다<연합뉴스 2021년 2월 3일>.

미국과 러시아는 두 나라간의 핵무기 감축협상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핵무기 첨단화 작업을 지속하거나 신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두 나라가 서로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상대국이 언제든 선제공격을 해올 것이란 우려에 바탕을 둔 전쟁준비다. 그러면서도 전략핵무기 감축에 대한 합의를 지킨 것은 매우 긍정적인데 그 이유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상대국 감시와 점검 작업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나라가 언젠가 완전하게 서로의 군비상태를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되고 상호신뢰를 하게 된다면 전체적인 무기 감축협상의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살필 때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금까지 개발한 상대국 전력 확인과 감시, 검증 작업의 노하우를 적용하면 상호불신의 장벽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한국 지도자나 학계, 언론 등에서 집중 살피고 북한 핵에 대한 해법을 강구해 한반도가 핵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