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되면 당이 망한다니까요." “저는 딜레마 아닌데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준석 전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서 한 얘기이다. 자신이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 자신이 속한 당이 망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전직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당이 망하는 것을 불사하고서라도 자신을 대표직에서 해임시킨 세력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 전 대표의 결기를 읽을 수 있다. "나쁜 사람들 때려잡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 ‘나쁜 사람들’이 단지 ‘윤핵관들’인지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되는 것인지는 요즘 같아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이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등을 돌린지 오래다. 이 전 대표의 자동 해임을 의미하는 비대위 전환에 반대했던 의원은 김웅 의원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친이준석계로 꼽혔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도 진즉에 이 전 대표에게서 돌아섰다. 이 전 대표의 ‘선당후사’를 주문해왔던 정 전 최고위원은 “본인이 속해 있었고 대표였던 공동체를 힘들게만 만들고 있으니까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해왔던 조해진 의원도 "단순히 집권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직언하고 쓴소리하는 차원을 넘어버렸다"며 "일대일 대립 구도를 만들어서 정치적 위상을 키우겠다는 것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옥쇄 작전과 비슷하다"고도 말했다. 급기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도 "윤리위는 당헌 및 당규에 따라 '당의 윤리 의식 강화'와 '기강 유지 및 기풍 진작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중하게 행사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향한 경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 전 대표의 장외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극언의 대상도 ‘윤핵관’을 넘어 윤 대통령으로까지 향했다.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는 말로 윤 대통령을 ‘개고기’로 만들었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에서는 자신이 속한 당의 집권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개고기를 팔고 자신도 속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는 없었는지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우리가 보아온 이준석의 정치는 언제나 ‘말’만 무성했고 ‘비전’은 없었다. 싫은 소리 듣고는 참지 못하는 개인의 성미 탓에 언제나 누군가와 다투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었지, 정작 어떤 정치를 만들려는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반짝성 아이디어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가려는지에 대한 비전이나 정치적 철학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가 싸우고 있는 윤핵관들 또한 2선으로 물러서야 할 낡은 정치의 표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작 이 전 대표 또한 그들을 넘어설 젊은 차세대 정치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정치인 이준석에게 치명적이었던 결함은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남녀를 갈라치기 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는 언행들은 해왔지만,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을 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에 가득찼던 것은 과도한 자기애에 갇힌 이기주의적인 정치행태였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오직 자신의 명예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그러하다.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연일 자기 당과 정부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대여투쟁’의 모습이 또한 그러하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곧 내려지겠지만, 법적인 판결에 상관없이 이준석 정치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당 안팎에서 이미 내려진 상태다. 오직 자기 자신 밖에 생각하지 않는 정치인을 누가 젊은 정치를 대표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이준석의 정치가 이대로 몰락한다면 윤핵관이 아닌 바로 이준석 본인 때문임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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