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2조3천억여원 올해 들어 '최대'…지수 5.1% 올라 넉 달 만에 반등

지난 29일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 지난 29일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한미 금리 역전과 달러 강세 등 국내 금융시장에 불리한 환경에도 외국인이 7월에 코스피 월간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천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지난 5월(1천283억원) 이후 두 달 만으로, 6월에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5천816억원 매도 우위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7월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3조3천987억원을 순매수한 작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로,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6월 말 2,332.64에서 7월 말 2,451.50으로 5.10% 올랐다. 월 단위로 보면 지수는 2.17% 오른 3월 이후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월간 지수 상승률은 코스피 3,000 돌파 직전인 2020년 12월(10.89%)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이 7월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이 한 달간 5천461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삼성전자[005930] 주가도 6월 말 5만7천원에서 7월 말 6만1천400원으로 7.72% 오르며 '6만전자'를 회복했다.

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4천679억원), SK하이닉스[000660](2천675억원), 현대차[005380](1천785억원), 삼성SDI[006400](1천579억원) 등이었다.

긴축과 경기 침체 공포 등 거시 환경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외국인은 연초부터 6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1천7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월 최고 34%까지 올랐다가 6월 들어서는 3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에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커서 저가 매수 유인이 높아진 와중에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자 외국인 매수세도 늘었다. 달러 강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 1,32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가파르게 하락해 1,290원대까지 내렸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은 작년 말 이후 지속해서 순유출됐으나, 7월 이후 순유입세로 돌아서서 최근 코스피 순매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 유출 규모가 컸던 만큼 투자환경 개선 시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 여력을 가진 주체도 외국인"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더욱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에 기준금리를 2.25∼2.50%로 0.75%포인트 올리면서 이제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다만 과거 세 차례 한미 금리 역전 시기를 보면 증시와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년과 2019년 금리 역전 폭이 최대 1%포인트에 달했던 구간까지는 금리 역전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한미 금리 역전보다는 원화 방향성이 자본 유출을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통한 원화 약세 압력도 정점 부근에 도달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만 70조원이 넘는 만큼 추가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는 규모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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