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022.6.29(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022.6.29(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그 의미가 막중하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호주권 주요 국가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러시아, 중국을 위험한 국가로 규정하면서 신냉전시대가 한층 본격화될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일 나토 정상회의 폐회식에서 나토 정상들이 1억 유로의 군 혁신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나토 신속 대응군을 8배로 늘려 동유럽에 전진 배치하는 등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을 모든 정상이 합의했다고 밝혔다<KBS 2022년 6월 30일>.

나토가 이번 회의에서 전략개념에 처음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아 나토가 인도와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음을 예고했는데 이 때문에 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 블록화 등 국제질서를 새로운 냉전 체제로 몰고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년 만에 다시 쓴 나토의 바뀐 전략개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군사적 영향력 강화'로 냉전 이후 나토의 집단적 방어와 억지력을 가장 크게 재정비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고, 앞으로 2년 사이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빠르게 늘려 냉전 이후 슬림화된 유럽의 군사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는 군사력을 강화해 동유럽 쪽으로 동진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의 맞대응으로 인한 긴장 조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의 턱 밑인 폴란드에 미군의 전방사령부 본부가 처음으로 주둔하게 되면서 결국 냉전 종식 30여 년 만에 새로운 군사적 대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 태평양의 주요 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도 초청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를 중시하는 국가들이 권위주의 체제 성격인 중국, 러시아와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선언하면서 결속을 다짐한 단합대회 비슷한 성격이었다.

이번 회의는 우크라-러시아 전쟁이 서구와 러시아간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되고 트럼프 시절 본격화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견제가 탄력을 받는 시점에 열려 나토의 새 전략개념으로는 러시아를 동맹의 안보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중국이 공언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중국의 위협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이런 중요성을 윤 대통령이 십분 인식하고 참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기보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제로섬이냐, 상호 윈윈이냐 하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나토 무대에 모습을 들어 낸 윤 대통령이 외교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집권 한 달 여 만에 지구촌이 두 개의 불럭으로 쪼개지는 큰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은 시기상조였다는 감을 준다.

미국은 자유와 인권, 법치를 중시하는 규범에 입각한 질서가 존중되는 연대를 만든다는 명분을 앞세워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나토와 비슷한 지역안보체제인 쿼드에 참여시키고 나토 회원국도 동참시키는 형식으로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는 사실 신냉전시대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신냉전은 과거의 냉전시대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과거에는 미소 간에 군사력만으로 대치하는 형국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 속하는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대단히 긴밀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신냉전시대에는 고차원적인 외교 방정식이 요구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과 관련해 중국은 28일자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 ‘북한은 한미일 3개국이 아시아에서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면서 ‘미국의 이런 시도는 한반도에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이 쿼드나 인도태평양 경제기구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대미의존 심화로 외교적 독립이 상실될 경우 한중관계는 복잡해질 것이고 중국의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 한미 두 나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 당선이후 미국에 밀착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그럴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나토 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5 년 가까이 공백상태이던 한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미국이 가장 고대하던 과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상과 만나 4년 9개 월 만에 3국간 회담을 열어 중국의 경고에 반하는 동북아 질서가 전개될 것을 예고했다. 한미일 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국간 안보협력 수준을 높여가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 공식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 날을 세우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 봉쇄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관계가 이러한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대한민국과 나토는 지난 2006년 글로벌 파트너 관계를 수립한 이래로 정치·군사 분야의 안보 협력을 발전시켜왔으며 향후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등을 통해 나토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 참석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중국의 예상되는 경제보복이나 북한의 반발 등에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구조 속에서 동북아의 신냉전에 대처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그런 정책의 후순위로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교나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이익을 나누는 식의 거래에 의해 조정되는 게 상례다. 윤 대통령 나토행의 외교적, 국익적 득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간에, 한국과 나토간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면서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거래가 오갔는지는 후에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남북간의 관계다. 남북은 지난 수십 년 간 여러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왔다. 남북간의 특수한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도 같은 민족이고 남북은 언젠가 반드시 재통합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춰 역대 대통령들은 노력해 왔다.

거시적, 미시적으로 볼 남북관계는 다른 외국과의 관계와 항상 그 이해관계 등이 일치하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한국 대통령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최선일까? 이를 점검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 이래 역대 정권의 대공산권 및 대북 정책의 궤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승만의 경우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와 증오가 남달라서 민족보다 이념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념이 다르면 같은 민족이라 해도 집단학살을 당연시 했고 남북분단해소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책은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다.

박정희는 월남파병 관련해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아내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안을 충복 차지철을 통해 국회에 제출하게 하는 등 한미동맹도 한미간 거래에 이용했고 남북관계는 7.4공동선언을 통해 기본적인 통일로드맵을 제시했다.

노태우는 북방정책을 통해 소련과 중국을 포함해 동유럽과 아시아의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7.7 선언'을 통해 ‘민족 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특별 선언’을 하고 이어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김영삼은 김일성과 정상회담에 합의했고 김대중은 6.15공동선언을, 노무현은 10.4선언을 성사시켰다. 이명박은 금강산관광, 박근혜는 개성공단을 각각 문 닫게 만들었다. 문재인은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북미회담을 성사시켰다.

이런 과거의 실적들을 참고해서 윤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어떤 대통령을 본받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중 및 한러 무역관계를 챙기는 식의 묘안이나 한반도가 힘대힘의 관계가 아닌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무엇인지 정도는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향후 지구촌, 동북아, 한반도의 미래가 어떤 그림일까를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개 국가들이 자주적으로, 공동의 선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식의 동맹이나 이합집산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도 반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훨씬 고차원적인 셈법으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 나토 등과 함께 집단적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체성을 원칙으로 세우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첫 해외나들이에서 미국 대통령의 노룩 악수, 나토 사무총장의 면담 연기와 같은 일이 왜 생겼는지를 곰곰 따져서 이면에 숨어 있는 팩트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이 존경하도록 만드는 품격을 갖추는 것은 스스로 노력해야 가능하다.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실체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세계 6위의 국가에 걸 맞는 철학과 방법론으로 살펴 행동해야 한다. 이번 나토 회의에 즈음해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참여 찬성 의견을 냄으로써 최고의 뉴스 메이커가 된 사례 등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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