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반발에 ‘여론’ 관망하려는 태도, ‘노동개혁’ 강조했지만 노동부 발표 나오자 한 발 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 약식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 약식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의 일환으로 ‘주간 단위’ 연장근로시간(주52시간 노동)을 ‘월간 단위’로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한데 대해 “아직 정부 입장이 공식 발표된 게 아니다”며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 기자 질의응답에서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현행 1주에 한 해 최대 12시간 연장노동이 가능하나 이를 월 단위(48시간)로 적용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제 보고 받지 못한 게 언론에 나와서 아침에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라 부총리가 노동부에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간의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며 전날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검토 단계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장관이 직접 정부청사에서 진행한 대국민 공개브리핑을 한 사항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언론보도 이후에야 파악했다는 뜻이다. 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동부에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항을 이정식 장관이 발표해 논란을 야기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도 담겼다.

노동부는 다음 달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10월까지 4개월간 구체적인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연구회에서 주52시간 노동제를 월 단위로 전환해 탄력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회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전날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 때에도 52시간 노동제 개편을 약속했음에도 노동계가 반발한다는 질문에 “정부 공식발표”가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노동계의 반발수위나 민심의 동향을 보고 정부정책을 수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만도 ‘노동-교육-연금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 추진방향을 밝히자 ‘여론’과 ‘민심’의 흐름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 여부는 떠나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태도로는 미흡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정식 장관은 전날 주단위 연장노동제를 월 단위로 탄력 적용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연공성 임금체계 개편 방침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인구구조, 근무환경, 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안 발표에 23일 성명을 내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 대책은 거꾸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라 하고 있지만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내용뿐”이라며 “사용자단체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발표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노동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저항으로 파산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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