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당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단일화를 했고, 대선 이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합당을 했다. 그때 최고위원 두 자리를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하자,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재고할 것을 요청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장외 신경전을 벌여왔으나, 안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당내 주도권 다툼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에게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대한 추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각자의 채널을 통해 최고위원회에 있던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특히 "한 분(김윤 전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지체되자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데 대해서도 "합당 시 국민의당 측 인사가 당직에 참여할 기회를 열자는 취지에서 당직 배분을 논의했던 것인데 국민의힘 출신 인사도 (추천 명단에) 있다"며 "의도가 조금 왜곡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도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2인 모두에 대해 사실상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안 의원 측은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그러나"라며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양당 간 합의 사항에 우리(국민의당 측)가 하기로 돼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합당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 달 전인 5월 초순에 이미 이 대표 측에 건넨 명단에 대해 이 대표가 뒤늦게 문제 삼고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최고위원 추천 명단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도 대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을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 세부적인 내용을 듣지는 못했으나, 이미 두 달 전에 합당은 다 끝난 걸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안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대표가 연루된 ‘성상납 의혹’ 당 윤리위 징계 건 등을 최고위에서 논의하게 될 때 안 의원이 추천한 인사가 최고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