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8기 지방선거 결과가 확인된 6월 2일,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능구 : 어제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차재원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우선 8기 지방선거, 특징이 어디 있다고 보셨나?

차재원 : 아무래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보통 새 정부 출범 1년 이내에 벌어지는 선거는 정국 안정론이 상당히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참패를 했는데, 애초에 그런 구도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야당의 전략적 판단 미스가 가장 크게 작용했고 그런 야당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능구 : 결과로 보면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역전시키면서, 나름대로 민주당한테 일정 정도의 기회도 줬다.

차재원 : 만약 경기도까지 국민의 힘이 갖고 왔다면 완전하게 정국의 균형추가 기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민주당이 신승을 해서 앞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정치적인 토대를 만들어 놨다는 측면에서, 이것도 절묘한 민심의 선택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다만 경기도에서 김동연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향후 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는 약간은 미묘한 국면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능구 : 대통령 허니문 기간에 벌어지는 선거고 그래서 국정안정론 속에서 여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야당이 이 정도까지 참패한 것은 선거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오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제가 볼 때는 0.73% 격차의 대선 석패,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지지도가 자기의 대선 지지도에도 못 미칠 정도도 나왔었다. 이런 것이 야당에 착시 효과를 준 거 아니냐, 그리고 결국 송영길 서울시장, 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로 이어지지 않았나 본다.

그래픽=연합뉴스
▲ 그래픽=연합뉴스

차재원 :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대선 0.73% 박빙의 차이로 석패했기 때문에 그 이후 민주당 내에서 나온 이야기가 ‘졌지만 잘 싸웠다’였고, 거기다가 윤석열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불통 논란들 때문에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했다. 그런 배경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반성과 당의 혁신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오만으로 비치는 행동을 했고, 그 바람에 이번의 참패를 갖고 왔다고 생각된다.

대표적으로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후보 당사자가 대선이 끝난 지 불과 2개월 만에 선거에 나오는, 우리 정치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례를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직전 당 대표가 자신을 배출한 국회의원 광역 단위를 넘어서 서울시장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뿔이 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또 한편으로는 당내 강경파들에게 민주당의 노선이나 행태가 휘둘린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검수완박이라는 입법 드라이브를 정권 이양 전에 무조건 완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개혁에 대한 집착, 원칙에 대한 집착 때문에, 특히 절차적 정당성을 허무는 꼼수 탈당과 같은 소동을 빚으면서까지 민심을 이반하게 만드는 행동들을 한 것이, 결국 민주당에게 아주 엄중한 회초리로 돌아온 것 아닐까 싶다.

김능구 : 보통 무엇인가를 분명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갔을 때 ‘뭐가 씌었다’는 말을 한다. 송영길 전 당대표가 평상시에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해 온 정치인이고, 인천 계양 을에서 5선, 인천시장까지 하며 ‘인천의 맹주’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그런데 서울시장 출마라는 사안에서는, 그 자체는 정치판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과정을 안 밟았다는 거다. 예를 들면 계양을 주민들이라든지 인천시민 전체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없이, 제가 알기로는 그 지역 국회의원들하고 만찬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서울시장이 지방선거의 꽃인데 어느 누구도 오세훈 시장하고 제대로 게임이 안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나서면 호남표를 총결집시킬 수 있으니까 시의원이라든지 구청장이라든지 이런 데에서 출마 요구가 크다고.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본인도 압도적으로 졌지만, 서울 구청장이 24대 1로 24개를 민주당이 갖고 있다가 이번 선거로 8대 17이 됐다. 시의회도 국힘이 7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뭔가 좀 씌었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런데 당시 전략공천위에서 컷오프를 시켰는데 비대위에서 그걸 바꿨다. 그래서 박지현 비대위원장 보고 그때 뭐 했냐는 이야기도 있고 한데, 어쨌든 당시 비대위원들이 취소 번복하는 데 있어서 이재명 측의 역할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게 이어지면서 이재명이 계양을에 나온 거다.

이재명은 불출마를 하고 전국 선거를 지원하든지, 아니면 정명돌파로 예를 들면 이번에 보궐선거가 벌어진 분당 선거구가 성남시장할 때 본인이 이겼던 지역인만큼 여기에 나서든지 둘 중의 하나였는데, 인천 계양을 얘기가 나올 때도 대부분 설마 설마 했다. 왜냐하면 계양을이 인천 전체에서 텃밭이 제일 좋은 데고, ‘양지를 찾아간다’는 것은 이재명의 히스토리나 이미지하고도 안 맞는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본인이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들은 이길 수 있는 데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이재명의 메시지로서는 정말 부적절하고, 사람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가졌을 거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차재원 : 사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많이 언급했던 것이 ‘노무현 정신’이고, 불리함과 나쁜 결과가 예상됨에도 정도를 간다는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몇 번이나 떨어지고 바보 노무현 소리 들으면서까지 정도를 갔기 때문에, 그 결과가 결국은 노무현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측면이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인들은 경향상 아무래도 유리한 쪽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이야기했던 것하고는 부합되지 않는다.

송영길 후보도 자기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 나름대로 지방선거 승리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586용퇴론을 이야기하고 계양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권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막힌 진로를 뚫기 위해 일종의 정치적 먹튀를 했다는 반박 논리가 성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송 후보가 서울시장에 도전할 때 당 공천관리위의 컷오프를 뒤집는 과정에 이재명 후보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 확인은 안 됐지만 그러한 말이 나오고 그것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이재명 후보가 좀 유리한 지역인 계양 을에 출마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소위 두 사람 간의 밀약설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의 함정에 갇힌 꼴이 됐다. 실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런 정치적 위험수가 있는데도 두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그 길로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전략적 판단의 미스라는 거다.

김능구 : 이재명 후보도 선거가 시작되면서 굉장히 당혹했으리라고 본다. 계양 을이라는 최고의 텃밭에 출마해서 일단 당선은 보장된 가운데 인천시장 선거라든지 수도권 지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보통 전국 선거에서 지명도를 갖고 전국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은 지역구에 매달리지 않아야 된다고 해서 비례대표 1번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계양을을 거기에 부응하는 지역으로 본 거다. 그러니까 계양을 주민들이 뿔이 났고, 그 결과로 정치적으로 신인이라 할 수 있고 몇 번 떨어진 국힘 후보한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선거 막판에는 발이 묶여버렸다.

차재원 : 유권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본 측면이 있다는 거다. 사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명분이 너무 약했다. 직전 대선에서 낙선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다는 것, 특히 너무 쉬운 지역을 선택하는 처신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적 연고라는 것 자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데, 인천 계양 을에서 25년 동안 병원을 했던 국민의 힘 윤형선 후보가 내세운 ‘25년대 이재명 25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지역구라고도 할 수 있는 성남 분당갑을 놔두고 계양을에 왔다는 ‘떨어질 것 같으니 도망간 거 아니냐’ 라는 정치적 프레임도 상당히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왜 두 달 만에 나왔겠느냐, 본인이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서 캥기는 게 많으니까 뭔가 사법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방탄용 출마 아니냐라는 프레임 또한 극복하기 힘든 요소였다.

김능구 : 그래서 선거전 마지막에는 민주당이 목표치를 대폭 낮추게 된다. 이재명 후보 같은 경우는 ‘수도권 한 곳만 이겨도 승리다’, 그리고 지도부는 ‘호남, 제주를 수성하고 경합 지역 중 한 곳만 이겨도 선전이다’ 이야기했다, 그리고 선거가 시작됐는데, 사전투표율은 높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50.9%로 지난 번 지방선거보다도 거의 10%p 정도 낮았다.

차재원 :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라고 했지만, 저는 의미가 별로 없다고 봤다. 사전투표가 2014년도 시작됐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고 편리해서 사전투표율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에 사전투표 하신 분들은 어차피 투표를 할 건데 좀 더 편리하기 때문에 한 것이고, 분산 효과에 의한 착시일 뿐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처럼 올라간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자연 증가분보다도 모자란다는 측면에서 저는 본 투표율이 높지 않을 거라고 봤다.

본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대통령 선거 직후라서 선거에 대한 피로감도 분명히 있고, 구도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어차피 이번 선거 안 될 거야’라고 해서 투표장을 안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편으로는 대선 연장전이라는 측면 때문에 지방선거가 갖고 있는 특색, 즉 풀뿌리 민주주의에 의한 생활정치, 민생정치보다는 중앙의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계속됨에 따라서 정치적 혐오, 정치적인 불신도 작용하면서, 본 투표율이 낮아진 걸로 본다.

김능구 : 지방선거 결과, 광역단체장은 국힘 열둘, 민주 다섯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과 이재명이 이긴 지역으로 보면 10대 7이었는데, 12대 5가 됐다. 개표 중반까지 13대 4였다가 막판에 경기도에서 역전한 건데, 어쨌든 모든 언론에서 민주당 참패로 규정짓고 있다.

차재원 : 경기도도 사실상 국민의 힘이 다 이긴 것 아닐까 생각한다. 김은혜 후보가 아슬아슬하게 진 것은 제가 봤을 때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김은혜 후보의 결정적인 자책골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맨 처음 불거졌던 논란이 ‘경기맘’이다. 자기는 경기도의 학부모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알고 보니 아들은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가 아주 유명한 미국 학교에 유학 갔다라는 거고, 거기서 제동이 한 번 걸리고 지지율도 좀 까먹었다. 두 번째 걸린 것이 KT에서 자신 지인의 자녀를 채용 추천했는데, 자기는 규정대로 보고 안 맞으면 그냥 탈락시키라고 이야기해서 청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다.

그것까지도 극복 가능했는데, 재산 축소 신고한 것이 16억이다. 본인은 실무자의 착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다수의 국민들은 16억을 실수로 누락할 정도면 나하고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 거고, 또 하나는 신뢰의 문제다. 선거 공보물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 투표 날 투표소에 벽보가 붙었는데, ‘거짓말쟁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 표가 오늘 차이가 났던 표 이상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만약 그런 악재들만 없었다면 김은혜 후보가 무난히 이기는 판이었다고 생각하면, 민주당 입장에서 경기도 승리를 이재명의 공이다, 김동연의 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거다.

김능구 : 김동연 후보가 지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 소속으로 뛴 것도 처음인데, 당선 사례에서 ‘당의 혁신과 개혁에 역할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차재원 : 제가 모두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됨으로써 좀 미묘한 기류가 흐를 거라고 했는데 바로 그 대목이다. 김동연 후보는 민주당의 기존 노선이나 방식과는 다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지난 번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서 외쳤던 것이 제3의 길, 중도 노선이다.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를 혁파하자는 것이 김동연 당시 후보의 소신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자기만의 색깔로 경기 도정을 이끌고, 아마 김동연표 정치라는 것 자체를 4년 동안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와중에 아무래도 경기도는 나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재명 의원과의 미묘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제 생각에 차기 민주당 내 대권 레이스에서 가장 강력한 양대 축으로서 두 사람이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주류들이 김동연식 스타일의 정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데 대해서 한 번쯤은 새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8월 전당대회가 될지 좀 더 당겨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그럴 경우 거기에 맞서는 기존의 친문 주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김동연 경기지사와의 연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처럼 여러 가지 합종연횡에 따라서 다양한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김능구 : 이제 민주당에 김동연이라는 대선 카드가 등장했다. 낙선됐으면 소멸이 되고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0.15% 차이로 역전시키며 혁신과 개혁에 자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광역단체장도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고, 어떤 분은 부대표도 하고 지난번 염태영 수원 시장은 최고위원이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광역자치 행정은 처음이니까 당장은 어렵겠지만, 어쨌든 간에 민주당의 차기 구도에 뭔가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봐야 된다. 똑같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국회에 다시 들어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있다. 안철수 의원이 이제는 당에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자신의 차기 구도를 끌고 나가야 된다. 여야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봐야 한다.

차재원 : 안철수의 등장 자체가 여권 내 차기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지만, 저는 안철수 의원도 나름대로 정치적 운신의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본인이 분당갑에 출마하면서 내건 명분이 나의 승리가 아니라 경기도의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경기도지사를 국민의힘이 놓치면서 결과적으로 그걸 못한 거다. 대중 정치인 안철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당내에 쉽게 세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고, 안철수의 파워, 안철수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회의감도 동시에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김능구 : 또 하나 봐야 되는 게 광주 지역 투표율이 37.7% 였다. 그래서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차재원 : 사실 광주, 전남 같은 경우 민주당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강기정 전 의원이 이번에 광주시장에 당선됐지만 4년 전에도 경선에 도전하려 했던 인물이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 전남, 전북 같은 경우, 중앙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거의 정치적 낙하산식으로 내려와서 새로운 인물인냥 교체되는 일이 반복된다.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일종의 정치적 구속력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지역의 발전이나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그런 측면들을 이낙연 대표가 안타깝게 지적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될 대목이라고 본다.

김능구 : 그 발언 중에, ‘책임지지 않고 남 탓 돌리는 거야말로 국민들이 가장 질리는 정치 형태’라고 말을 했다. 호남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많이들 해석하는데, 어쨌든 민주당으로 보면 이재명 의원의 도전이 가장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당선 소감에서 엄중한 질책은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좀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제가 볼 때 전당대회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다.

차재원 : 출마할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싶다. 빨리 등판한 이유라는 측면에서 봐도 의원 뱃지보다 더 중요한 건 야당 당 대표다. 그런데 8월 이전 조기전당대회가 되든 아니든,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서는 순간부터, 민주당 내의 정치적인 갈등과 대립이 상당히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능구 : 이원욱 의원이 오늘 페이스북에서 정면으로 책임을 묻고 있더라. 그동안은 민주당이 조용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원팀 정신으로 움직여서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라고 다들 판단하는 것 같다.

차재원 : 계파별로 각자 도생하는 상황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데, 최악의 경우는 분당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다음 대선 때 다시 뭉칠 수는 있겠지만, 계파 간의 불신과 갈등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양상인 것으로 저는 전해 들었다.

김능구 :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서울과 경기의 기초단체장 그리고 지방의원에서 민주당이 상당 수준 무너졌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생존권 차원에서도 이번 전당대회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국민들한테 민주당이 새로운 혁신의 모습으로 다가가는데 이번 전당대회가 관건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하루이틀에 될 문제가 아니고, 4년, 5년을 내다보고 해야 된다고 하지만, 어쨌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 또 당권을 주류 일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류와 비주류가 ‘6대4라는 황금비율’로 가는, 말하자면 당 내에서도 민주주의적인 협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보여줄 수 있느냐인데, 제가 볼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처럼 흘러가는 강물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자기들 생존권 차원에서 좀 세게 붙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재원 : 과거 민주당이 정권을 빼앗긴 야당 시절,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상당히 심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 소위 구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호남 세력이 떨어져 나갔던 상황을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지만, 2016년도 정권을 창출하고 난 뒤부터는 원팀의 단일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헤게모니를 놓친 상황에서 다음 헤게모니를 누가 잡을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구심점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구심점이 형성되기까지는 아마 치열한 내부 전투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능구 : 비대위도 잠깐 언급하자면, 오늘 아침 비상회의에서 총사퇴를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전당대회 준비 전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가 대선 평가, 문재인 정부 평가, 지방선거 평가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 때문에라도 비대위원장도 상당히 중요한데, 외부에서 모셔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차재원 : 외부에서 모셔온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민주당뿐만 아니라 과거 자유한국당도 외부 인사들을 모셔와서 사실상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모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과거에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전문적으로 하셨던 분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다. 그 분만한 타협과 조정의 능력자들이 지금 누가 있을까. 저는 사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김능구 : 그전에도 문희상 전 의장님이 거론됐는데, 건강이 안 좋다라는 반론이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다. 문 전의장을 좀 저어하는 쪽에서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적임자인 것 같다.

차재원 : 본인이 국회의장을 하고 정계 은퇴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다한 걸로 알고 있는데, 건강이 허락된다면 저는 사실 구원 투수로 그만한 분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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