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8일 EBS 초대석에 출연..."30년 정치, 진솔한 말씀 드리는 것 참 오랜만"
민주당에 협치 강조 "왜 다투기만 해야 하느냐...딴죽 거는 식 안돼"
21대 총선 대구 낙선 후 "제 정치를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
박정희 정부 "비교적 성공한 모델"
'K방역' 성과 "국민들의 눈물겨운 협조와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
퇴임 후 "자립청소년 위한 멘토단' 구성하겠다"

지난 7일 EBS 초대석에 초대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출처: EBS 홈페이지)
▲ 지난 7일 EBS 초대석에 초대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출처: EBS 홈페이지)

[폴리뉴스 한지희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곧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에 "선거에서 진 쪽이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대선 패배로 정권 이양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8일 방송된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진행하는 EBS 초대석에 출연하게 돼 코로나19 방역,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국가 균형 발전 등 다양한 국가 정책에 대한 이야기와 퇴임 이후의 계획 등까지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김 총리의 '정치 30년'을 되돌아보며 한국 정치의 과제와 바람을 이야기 했다. 

'향후 한국 정치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왜 항상 다투기만 해야 하느냐. 승자독식 구조로 언제까지 갈 건가"라며 "우리 내부에 서로 공존하는 틀, 공존하는 정치가 자리를 잡아야 남북 관계도 풀고 외교적으로도 통일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쪽 목소리만 나오고 그 뒤에서는 딴죽만 거는 식은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1대 국회와 20대 대통령 임기 내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미래를 위해 정치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선거에서 진 쪽이 '무조건 안 된다', '우리가 있는 동안은 안 된다'며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민주당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대학시절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김 총리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공과 과'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 “지금 생각하면 후진국 발전 모델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한 모델”이라며 "지난 정부들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의 인권 탄압과 독재가 문제 아니었느냐’는 지적에는 “전 세계적으로 그렇지 않은 나라가 없지 않았냐”며 “과거사에 대해서도 공과 과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EBS 초대석에서 김 총리는 'K방역' 성과에 대해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나라에 비해서 사망자가 10분의 1 수준"이라며 "국민들의 눈물겨운 협조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분들의 희생 위에서 그나마 이렇게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주재였던만큼 '코로나 총리'라는 별명를 얻은 것에 대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어 "총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면 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지금도 한 4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며 '총리'가 가장 어려운 자리였음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남은 임기 내에 꼭 이뤄야겠다'고 생각한 사안에 대한 질문엔 "유통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노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마련해서 일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라며 "시니어들이 취업을 해서 풍족하진 않지만 자신이 쓸만한 정도의 수입을 얻고, 기업도 비싼 임대료 대신하여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지 않겠냐"고 전했다.

취임 후 김 총리가 가장 고심한 사업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였다. 김 총리는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6곳에서 향후 3년간 17만 9000개 일자리, 에코프로와 카카오에서 향후 5년간 2만 3000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AI(인공지능) 등 신산업과 디지털 관련 교육과 함께 직접 채용도 포함된다.

김 총리는 "(청년 일자리 정책이) 진행된 내용을 다음 정부에 잘 인수인계해서 살려 나갈 것"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나오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고 진로 문제를 상담해주고 이런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며 퇴임 후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멘토단'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어 "제가 마당발로 소문났으니 주변 지인들한테 소개해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청소년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 옆에서 좋은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과 주고 싶은 사람 사이에 발 빠른 교류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부드러운 주제로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중 주목할만한 독특한 주제는 김 총리의 다양한 별명이다. '사과 총리' '햄버거 총리' 등이다.

'사과 총리'라는 별명이 붙여진 계기에 대한 질문에 김 총리는 "제가 사과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순순히 인정하며 "잘못된 부분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정부 대표자로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햄버거 총리'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햄버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모임 제한 때문에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회의를 하려면 햄버거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별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구 선거구를 다니다 보면 서울역에서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주로 햄버거로 때웠다"며 "저는 괜찮은데 공무원들은 고역스러웠을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와 관한 미담도 화제였다. 정 교수는 'KTX미담'의 정황을 물었는데, "KTX 열차에서 한 승객이 여성 직원을 일방적으로 짓밟듯이 다루는 모습이 지나쳐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 도움을 드렸던 것이 SNS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당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말했다. 

이어 "한 승객이 '용감하더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첨언했다.

김 총리는  정치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힘들었던 순간을 모두 '대구'와의 인연으로 꼽았다. 먼저 가장 기뻤던 선거로 대구 수성갑에 두 번째 출마했던 2016년 20대 총선이다.

당시 승리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보기에 조금 신선해 보였던 것 같다"면서 "그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니 상대적으로 1~2석 정도 야당에 줘도 된다는 (인식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총리는 2012년 대구시 수성갑 국회의원, 2014년 대구시장 낙선 뒤 2016년 재도전 끝에 대구시 수성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는 대표적인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의 민주당 승리 결과여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21대 총선 때 대구에서 낙선한 일을 꼽았다.

김 총리는 당시를 떠올리며 "제 정치를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막 터졌을 때 저와 홍의락 전 의원이 노력을 많이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정부 예산안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예산으로 도움을 드렸다"며 "그런데 지역에서는 그 부분을 평가해주지 않고, '조국 사태' 때 왜 날카롭게 비판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제가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나 싶었고 '정치를 정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퇴임 후 삶에 대해 "30년 이상 정치를 하다 보니까 국민들의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며 "제 삶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여러 형태로 봉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7일 녹화를 마친 소감으로 "지난 30여 년간 개인적으로 가장 기쁘고 아쉬웠던 여러 순간들도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SNS에서도 "정치인 김부겸의 삶에 대해서도 물어오셔서, 처음 정치의 길로 들어선 청년 시절부터, 총리직을 맡으며 느낀 소회, 퇴임 후의 소박한 계획까지 솔직하게 답변 드렸다"며 "이렇게 넉넉한 시간을 통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솔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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