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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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두 후보 모두에게 합리적 선택이다. 우선 윤석열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불안한 선두이다.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다. 그리고 안철수가 함께하는 협치 정부와, 국민의힘만의 단독 정부는 그림이 다르다. 설혹 단일화 없이도 당선된다 한들, 정권 기반의 한계로 식물정부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단일화는 필요한 것이 윤석열이 처한 환경이다.

안철수의 절박함 또한 다르지 않다. 단일화 없이 대선을 치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의 정치적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다자구도에서 정권교체가 실패할 경우, 안 후보는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분출되는 책임론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단일화 없이도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들 안철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고, 원내 3석인 국민의당의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없게 된다. 더 이상 정국의 변수가 되지 못하고,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고사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단일화 없이 치르는 대선은 안 후보에게는 결국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내놓는 길이 될 위험이 크다.

그런데 안 후보는 후보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독자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그가 그렇게 격분하여 단일화는 없다고 못을 박은 이유가 무엇일까 살펴봤다. 문제의 핵심은 자존심이었다. 반드시 정권교체는 이루어져야 한다던 안 후보의 소신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면, 굳이 단일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결국 단일화 결렬 선언에서 읽을 수 있던 것은 ‘안철수의 모욕당한 자존심’이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받은 모욕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윤석열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면서 “윤 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다"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의 진정성 없는 태도를 비판했다. "심지어는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 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는 극언까지 꺼냈다.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고자 한 제 진심은 상대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혀졌다"는 안 후보의 격분 토로는 그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던가를 표현해 주었다. 결국 안 후보를 격분시켰던 것은 정권교체라는 야권의 대의에 관한 이견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자존심이 훼손당한데 대한 분노였던 셈이다. 안 후보의 진심이 무엇이든, 그것이 사태를 지켜보는 다수의 상식적인 시선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안 후보의 격분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이준석 대표는 제발 후보단일화 해달라고 읍소라도 해야 할 판에, 오히려 안 후보를 조롱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계속해왔다. 급기야는 국민의당이 겪은 참사까지도 빈정대며 “국민의당 유세차 버스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 놓고 가시나"라는 상식 이하의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안 후보의 결렬 선언이 있은 뒤로도 윤 후보 측에서는 마지막까지 단일화 노력을 기울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준석만은 계속 안 후보를 조롱하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안 후보가 격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상대할 것은 윤 후보이지, 책임없는 다른 누구의 말들은 아닐 것이다.

지금 안철수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뭐라한들 나만이 옳다는 식의 태도는 정치인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모습은 아니다. 어떤 공동의 대의 보다도 자신의 자존심을 우선한다면 애당초 정치를 할 일은 아니었다.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오직 내 뜻대로 살겠다는 것은 인문학자나 과학자들에게는 미덕일 수 있지만, 정치인의 미덕일 수는 없다. 속내야 어떻든간에,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나를 버리고 살신성인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이 정치의 윤리이기도 하다.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독자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의 결심이 의아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10%가 되지 않는 지지율을 갖고 공동정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속된 말로 ‘로또’같은 기회를 마다하고 외롭게 혼자가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까. 40% 지지율의 후보와 10% 지지율도 안 되는 후보 사이에서 여론조사 단일화 경선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상식적인 시선에서 던져지는 많은 질문들을 자존심 하나 때문에 거부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쪽에서도 단일화 러브콜이 계속된다고 한다. 어느덧 정치인생 10년이 지난 안철수 후보에게 마지막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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