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① “책임있는 대선후보라면 복지 증세 논의 이끌어가야”

2022.02.15 19:12:10

“불평등 체제의 국민 ‘다른 대한민국’ 원해, 비전과 이를 구현할 강력한 재정기반 필요”
“넓은 소득세 공제와 낮은 부가세율, 새로운 단계의 증세 지형 대타협 이끌어야”
“자산불평등 극복할 사회연대적 세금으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추진해야”
“노동시장의 소득분배 개선, 일하는 사람들의 교섭력 키워주는게 핵심”
“재정을 재정답게하는 국가재정법,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은 차기정부에서 반면교사해야”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20대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2월 10일, 폴리뉴스 스페셜인터뷰는 복지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정책위원장을 모셨다. 

2년 이상 지속되는 팬데믹 속에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 이를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 만큼이나 대선후보들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도 크지만, 대선판의 아젠다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 10여년 이상 복지국가 건설에 헌신해 온 오건호 위원장을 통해, 시대정신으로서의 사회복지와 우리의 현실, 그리고 과제를 적시해 봤다.

오건호 위원장은 “복지 국가는 강한 재정을 가져야된다”고 전제하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신뢰도가 너무 낮다 보니 증세 논의의 진전이 없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증세 이야기를 안하는 분위기로 갔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증세계획이 없다’, ‘국민이 원하면 한다’고 언급한데 대해, “국민들이 증세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이 국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서로 네거티브로 싸우기 때문”이라면서,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이런 때일수록 지금의 지형을 넘어서고 돌파할 수 있는 선도적인 제안이 필요한데, 국민들이 썩 원하지 않기 때문에 증세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는 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방위세와 교육세를 예로 들며, “내가 낸 세금이 복지에 쓰여서 국민들의 민생으로 돌아온다는 걸 믿을 수 있도록, 그 세금은 복지에 쓰이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복지목적세”라면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목적세로서 제안해 온 ‘사회복지세’를 설명했다. 또한 “지금의 불평등체제에서 많은 국민이 ‘다른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면서, “어떤 복지국가 비전과 어떤 정책대안을 가지고 세금 문제와 결합시킬까를 고민해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의제와 비전을 마련하면 국민들과 증세논의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세수구조에 대해, 오 위원장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주도해온 증세 논의는 법정최고세율 증세였다”고 지적하고, 현재 소득세는 “최고세율이 45%이고 지방소득세 10%가 붙어서 49.5%를 내는데, OECD국가 평균은 45.5%를 넘었고 G7수준”이고, 법인세도 “최고세율이 국세가 25%고 10% 지방소득세가 붙어서 27.5%를 내게 되는데, OECD평균 23.5%보다 높고 27%대의 G7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로 OECD 평균 25%보다 낮은데, “소득세의 공제범위가 너무 넓고 부가가치세의 세율이 낮아서”라고 지적했다. 이 영역은 “모두 시민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성역화 되어 있는데, 증세 논의를 하려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증세 지형으로 가야 되는 전환 국면이고 더 어려운 단계”라면서 비전과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불평등 문제의 해결방향을 묻는 질문에, “펜데믹이 한국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줬고, 정치권에서도 새로운 소득보장이나 자산격차 얘기도 나와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겠다고 기대했지만, 대선은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산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의 혁파는 시민들도 나서서 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산불평등의 핵심은 부동산 불평등인데 “네분 유력후보들이 얼마 전 연금개혁 합의를 했듯이,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해서 국민들하고 약속을 하고 추진해야한다”면서 하향안정화의 수단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강조했다. 즉 “목적세 방식의 사회 연대적 세금의 개념으로,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시키고 그 재원으로 주거안정과 소득안정까지 기하는 큰 틀의 사회적 합의”로서 보유세 강화가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자기가 직접 일해서 시장에서 얻는 일차분배의 시장소득이 있고, 그 격차를 보전해주는 국가를 통한 복지 즉 소득보장이 있다”고 설명하고 “노동시장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교섭력을 키워주는게 핵심”이라면서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노동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경과 관련한 국가 재정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오건호 위원장은 ‘전략적 예산 배분’을 강조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었는데, “재정은 국가의 비전을 구현하는 가장 큰 기반이기 때문에, 정치가 지향하는 큰 틀에 따라 크게 크게 예산을 배정하는 ‘전략적인 예산 배분’이 법 제정의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국가재정의 전략적 운용 방침이나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완전 형식화 됐다”면서 추경을 둘러싼 논쟁의 배경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되고, 재정을 재정답게 전략적으로 통 크게 운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민주노총 정책부장을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을 역임했다. 민주노동당 국회전문위원을 거쳐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일했으며, 2012년부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공동운영위원장,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2021년)가 있으며 그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다음은 오건호 정책위원장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20대 대선 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된다. 후보들이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교 평가를 하기 어렵고, 네거티브가 오히려 이슈의 주를 이루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폴리뉴스는 10대 이슈 특집을 만들고 후보들한테 제공하기도 했는데,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펜데믹 상황, 더욱 중요해진 사회복지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님을 모셨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올해로 10년 됐는데, 먼저 위원장님 본인 소개와 함께 내만복의 주요 활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서 정책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복지 시민단체로 딱 10년 전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이름의 맨 끝이 복지국가지만 앞에 ‘내가 만드는’이란 문구가 들어간다. 여러 복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지만 저희는 '시민 스스로 주체가 되자'는 게 가장 큰 강조점이다.

예를 들어 정치권이 증세 얘기를 안하면 시민들이 먼저 세금을 내겠다,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을 늘릴려면 보험료도 올려야되는데, 정치권이 얘기를 안하면 우리 가입자들이 먼저 얘기를 하겠다는 거다. 실제로 복지국가를 가는데 여러 난제들이 있을텐데 시민들이 그걸 풀어보자는 취지로, 지난 10년간 시민들의 주체성과 참여를 강조하는 활동을 해왔다. 사회복지세라고 복지목적세 도입 캠페인을 하고,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 보장성을 높이는 ‘건강보험하나로’라는 운동도 해왔다. 최근 2~3년은 부동산 가격이 뛰어 세입자들이 살기 힘든데, 관련된 주거 안정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김능구 : 호응도는 어떤가? 정치권에서는 증세 부분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데.

오건호 : 저희 단체가 발족할 때부터 가장 관심을 두었던 게 증세다. 복지 국가는 강한 재정을 가져야되는데, 실질적으로 서구 나라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조세수익이 워낙 낮고, 이걸 높이지 않고서는 다른 복지 확대 논의가 어렵다. 그래서 이 운동을 해왔는데, 스스로도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증세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를 통감하고 있고, 정치권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증세 이야기를 안하는 분위기로 갔다. 그래서 ‘시민들과 증세 이야기를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국가를 만드는 증세 논의에 참여하실 거라고 보는데, 핵심은 결국 신뢰에 있더라.

분석을 해서 ‘외국에 비해서 세금이 부족하니 더 냅시다’라고 하면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돈을 받는 행정부, 세금의 의사결정을 하는 의회, 또 이 돈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도 특히 정치적 신뢰도가 너무 낮다 보니까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데, 결국 ’증세의 문제는 제도를 다루는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신뢰의 문제'라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사실 요즘에는 정치에 관심을 더욱 많이 갖게 됐다. 정치 개혁도 중요하더라.

김능구 : 제 기억에 유승민 전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을 했다. '이 사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실제로 상식이다.

오건호 : 지금도 정치인이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많이 도약하진 못했다. 지금 대표님 말씀처럼 그때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를 안하니까 같은 여당인데도 진짜 옳은 소리를 하신 건데, 그렇게 하니까 결국은 권력에서 멀어지더라.

상대적으로 민주당 계열에서는 복지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주창하며 증세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보면, 이재명 후보가 얼마전 언론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증세 계획이 없다’라고 아주 분명하게 말을 하더라. 저는 깜짝 놀랐고 '진짜 복지 시민단체로서 더 강하게 해야겠구나' 각오도 다졌다. 증세를 얘기하면 권력에서는 멀어지는, 약간 이상한 문법이 한국에서는 지금 작동하고 있다.

김능구 : 이재명 후보가 ‘국민이 원하면 한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증세를 국민이 원하지 않으니 주장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게 옳은 태도라고 보시나?

오건호 :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는 국민이기 때문에 증세는 국민이 원해야,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야 가능하다. 이 말은 형식적으로 옳고 말 자체에 토를 달긴 어려운데, 사실 국민들이 증세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이 국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즉 정치권이 대안을 갖고 토론을 하기보다는 서로 네거티브로 싸우기 때문에, ‘이런 정치권이 나라를 운영한다면 차라리 세금 내고 싶지 않다’ 이런 거다. 국민들이 증세에 동의하지 못하도록 정치권이 만들고 있다. 그러고 나서 ‘국민들이 원하면 하겠다’는 말인데, 국민들이 썩 원하지 않으실 거기 때문에 증세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가 세금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그런 방식으로 말하는 게 옳을까? 이럴 때일수록 지금의 지형을 넘어서고 돌파할 수 있는 선도적인 제안이 필요한데, 그걸 안 한다는 점에서 좀 실망스럽다.

김능구 : 먼저 제안을 하고 그것을 세금 내는 국민들이 신뢰하도록 해야 되는 거다. 자기가 세금을 더 내면 그 만큼 자기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신뢰를 주도록 해야 된다.

오건호 : 저희가 증세를 제안하는데, 그냥 증세하자고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시민들을 만나보면 ‘맞아 세금은 더 내야지, 그런데 내는 게 꺼림칙하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면 내 돈이 내 뜻대로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해서 확신이 안든다는 거다. 그래서 보통 보편증세, 부자증세 등 증세정치의 담론이 있는데, 저희는 ‘복지증세’라고 주창을 한다. 내가 낸 세금이 복지에 쓰여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으로 돌아온다는 걸 믿지 못하니까, 아예 그 세금은 복지에 쓰이도록 법제화 시킬 수 있는 건데, 이게 복지목적세다.

옛날에, 자주국방을 해야 되는데 나라에 돈이 없으니 국민들에게 방위세를 요청해서 그 목적세를 기반으로 지금의 국방력을 갖추었다. 또 대한민국이 먹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재양성이라 교육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그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세라는 목적재원을 만들어서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 그런 것처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재원이 필요한데 그걸 일반 세목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목적세 방식으로 해왔다.

지금은 복지국가를 만드는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만들지 못하니 복지 목적세를 도입하는 것이고, 예를 들면 ‘사회복지세’가 그것이다. 소득세나 법인세 혹은 종합부동산세의 일부를 더 내게 해서 그것을 복지 특별회계로 전입시키는 거고, 그러면 무조건 복지에만 써야 된다.

정치권도 세금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거다. 그러면 ‘국민들에게 묻겠습니다’가 아니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복지국가 비전과 어떤 정책대안을 가지고 세금 문제와 결합시킬까를 고민해주셨으면 좋을 텐데,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의제와 비전을 마련하면 국민들과 증세논의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능구 : 제가 볼 때는 이재명 후보가 본인 마음은 굴뚝같은데, 선거를 치러야 하고 당 내에서도 문제제기도 많고 하니까, 전체를 아우르는 차원에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국힘에서는 ‘안한다 해놓고 아마 다 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오건호 : 국민의힘이 증세를 강하게 주창하는 쪽은 아니고, 이재명 후보 쪽에서 얘기하지 않으니까 논점도 생기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좋을지 모르겠다. 나중에 2보 전진하지 않을까라고 민주당 쪽에서는 진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 시민단체 쪽에서는 2보는 아직 약속된 게 아니고 후퇴하는 1보는 눈에 보이는 거다.

부동산이 폭등한 시기에 가격안정화의 가장 강력한 기제는 보유세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폭등에 실질적인 책임자일 수밖에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보유세, 특히 종합부동산세를 강화시켜야 하는데, 그걸 후퇴시키는 것을 이재명 후보가 사실상 동의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굉장히 강력한 복지 프로그램일 수 있는데, 그 전에 비해서는 기본소득 카드를 쭉 빼시는 것 같고, 공식적으로 증세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것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펴는 실용주의라고 하는데, 지금의 불평등체제에서 많은 국민이 ‘다른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 다른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강력한 재정 기반이 필요한데, 이걸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얘기한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욕구와 부합할까한 측면에서 저는 아쉬움이 크다. 제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기 바란다.

김능구 : 이재명 후보뿐만 아니라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심상정 후보한테도 오늘 오건호 위원장님의 소중한 말씀과 제언을 꼭 전달하도록 하겠다. 말이 나온 김에 세수 구조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위원장님이 법인세 증세나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하시는데, 사회복지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세수구조는 뭐가 문제고 어떻게 되어야 된다는 이야기인가?

오건호 : 복지국가 운동의 역사로 보면 2010년이 전환점이다. 무상급식 논란이 있었고 보편복지 담론이 들어오고, 그리고 2012년 대선에 당선된 박근혜 후보도 복지 국가를 주창했다. 그래서 지난 10년 간 복지가 확대되어 왔고 일정 부분 증세도 이루어졌다. 특히 이 증세에는 민주당 쪽 혹은 복지진영 쪽이 강하게 목소리를 냈는데, 지금 딱 한계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민주당으로 특정을 시키자면, 의회에서 증세를 이야기할 때 그 증세는 법정최고세율 증세였다. 부자증세라는 이름으로 국회 회기 때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려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려라 했고, 대략 2~3년에 1번씩 정도 소득세 최고세율, 법인세 최고세율이 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도 몇 차례 올라서 지금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이고 거기에 지방소득세 10%가 붙어서 국민의 입장에서는 49.5%를 내게 된다. OECD국가 평균은 최고세율이 45.5%다. 우리 최고세율이 OECD 평균을 넘어버렸고, 딱 G7수준이다. 법인세도 대기업에 해당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계속 논의해왔고 인상되어 왔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중앙정부가 거두는 국세가 25%고 여기도 10% 지방소득세가 붙어서 법인의 입장에서는 27.5%를 내게 되는데, OECD평균 23.5%니까 높은거고 이것도 27%대의 G7수준이다.

그러니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소득세,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활동을 해왔는데, 이게 OECD 평균을 넘고 G7 수준으로 도달하다보니 더 이상 증세 의제를 제안할 게 없는거다. 아마 이재명 후보나 혹은 민주당 쪽 선대위 쪽도 검토해보니 'G7국가까지 도달했는데 인상 요구가 좀 마땅치 않다' 해서 공식적인 증세 계획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일부러 증세하자는 게 아니다. 조세부담률이 우리는 20%, OECD국가 평균은 25%니까 5%가 부족한데, 금액으로 따지면 한 해 100조다. 그리고 이건 OECD국가 평균과 비교한 거고, 유럽의 복지국가와 비교해보면 10%까지 차이가 커진다. 우리는 조세부담률이 낮은 나라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은 G7 수준까지 도달했다니까 도대체 어디에서 낮은 걸까,

우리 소득세 전체 세입이 작은 이유는, 세율은 높아졌지만 그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소득금액이 너무 작은 거다. 세제용어지만 과표금액은 실제 소득금액하고는 다르다. 예를 들어 제가 연봉 4,000만원을 버는 노동자라면 저에게 소득세가 부과되는 소득은 실제 소득이 아니고 과표소득인데, 한 3,000만원 공제 받는다.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들이 100을 벌면 한 60은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받고 40%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공제가 커지니까 세입이 작아지는 거다. 그러면 공제를 줄이는 게 논리적인 해법인데, 이 공제는 5천만 국민 거의 모두한테 해당되니 국민들과 반드시 소통해야 되는 너무 어려운 과제인 거다.

세수구조 문제의 또 하나는 부가가치세다. 이것은 세율의 문제인데, 북구 유럽의 나라들은 부가가치세율이 25%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은 10%인데, 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부가가치세 도입하면서 정한 10%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10%다. 스웨덴 같은 경우도 처음에 도입할 때는 그 정도였지만 복지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늘려와서, 지금 OECD국가들의 부가가치세 평균 세율은 19.3% 거의 20%다. 우리의 2배인 거다.

다른 세입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크게 보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율 두가지인데, 소득세는 공제가 너무 넓어서 부가가치세는 세율이 낮아서 그런 거다. 그런데 소득세 공제와 부가가치세율 모두 시민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성역화 된 거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증세 논의를 하려면 국민들과 소통해야 되고, 국민들이 증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뢰구조가 필요한거다. 말씀드렸듯이 최고세율의 증세는 끝났고 이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증세 지형으로 가야 되는데, 이거는 단순하게 ‘세금이 부족해요, 냅시다’라는게 아니고 우리 사회 신뢰구조하고 같이 결합되어 있는 거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국면이고 더 어려운 단계다.

김능구 : 하자 해서 그냥 될 일이 아니하고 보인다. 우리 사회에 그런 이슈들이 많고 대부분은 사회적 대 타협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증세 문제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문제였는데, 2년 이상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인해서 그 격차가 더 확대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접근하는 큰 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건호 :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 상태에서는 ‘애 안 낳는다’고 할 만큼 한국은 불평등 체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당연히 정치가 그 대안을 제시해야 되고 특히 대통령 선거가 그러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과 작년을 보면서, 코로나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줬다. 어려운 사람들이 코로나에 더 노출되고 소득이 끊기고, 정치권에서 새로운 소득보장 얘기도 나오고 자산격차 얘기도 나와서, 오랫동안 누적되었던 한국의 불평등 고착의 문제를 코로나가 두들겨 주는구나.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도 그걸 자기가 해결해야겠다고 말하니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희망의 의제와 계기가 생기겠다고 기대를 했다. 그런데 지금 선거가 한 달도 채 안남았는데, 양쪽의 열성 지지자 빼고 가운데 계신 분들은 투표 안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3월 9일 대선이 끝나고 혹은 신정부가 출범하는 5월 9일,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생길까에 대해서 강한 기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번 대선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게 참 안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평등 체제에 대한 혁파 얘기는 해야 되고 요구를 해야 된다고 본다. 저희 시민들도 해야한다. 저는 불평등을 2가지로 보는데, 많이들 얘기하듯이 자산에서의 불평등과 소득에서의 불평등이다. 자산 불평등의 핵심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부동산을 가진 분들은 불로소득으로 계속 쌓아가고 있고, 집이 없는 서민들은 전월세 마련하기 위해서 허리가 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잡아야 되는데, 저는 네분 유력후보들이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연금개혁 합의를 했듯이,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 합의를 하는 거다. 오늘 이 시점의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고점임을 선언한다. 그리고 급격한 하락은 여러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든 5년, 10년 부동산 하향 안정화의 로드맵을 수립하는데 전 정당이 같이 합의한다. 이건 무슨 말이냐 하면 이후부터 차익에 동기를 가지고 부동산을 구입하시는 분들의 경우 부동산 하락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수해야한다는 걸 선언하는 거다. 부동산 하락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러 정책 카드를 쓰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하향 안정화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해서 국민들하고 약속을 하고 추진해야한다는 거다.

하향안정화의 수단은 저는 부동산 보유세라고 본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세금은 목적세 방식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아동수당이든 기초연금이든 병원비 지원이든 그 세금을 내신 분들의 복지로 돌아가는 걸로 하나로 결합시켜서, 사회 연대적 세금의 개념으로,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시키고 주거안정과 소득안정까지 기하는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자산 불평등의 대안으로 보유세 강화가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거다.

또 하나의 축이 소득의 격차, 소득의 불평등인데, 소득은 자기가 직접 일해서 시장에서 얻는 일차분배의 시장소득이 있고, 그 격차를 보전해주는 국가를 통한 복지 즉 소득보장이 있다. 두 개가 다 개선되어야 하는데, 지금 시장에서의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고, 여러 정책이 동원되지만 잘 개선되지 않는다. 노동 시장의 일이니까 수요와 공급, 교섭력이 작동하는 것이고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더 싼 노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시장에서의 임금 격차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시장의 교섭력은 채용하는 분들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는 노동시장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교섭력을 키워주는게 핵심이라고 본다. 보통 노동권을 얘기할 때 큰 노동조합의 조직된 노동권은 다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단체행동도 할 수 있는데, 사실 노동법이 있지만 5인 미만인 곳이라든지 특수고용이라든지 불안정취업자들은 진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저는 이런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갖고 고용주와 교섭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권의 기반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심상정 후보가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 신노동법’을 얘기했고, 그 다음에 이재명 후보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낸 걸로 알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노동법 체제를 확실히 바꿔서 교섭력을 키워줌으로써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경쟁에 의한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건 국가에 의한 소득 보장이고 복지제도인데 그것들이 보완되어야 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격차를 보유세를 통해서 개선하는 것,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 기반을 만들어줘서 시장 소득의 격차를 줄여갈 수 있는 제도적 개혁,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능구 : 추경 가지고 논란이 많다. 국가 재정의 운용에 관한 문제인데, 예를 들면 이재명 후보가 홍남기 부총리한테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 스스로 이미지 관리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 문제도 있고, 국가재정의 운용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

오건호 : 현재 우리나라 재정에 관련된 기본법은 국가재정법이다. 이 법을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었는데 2007년에 발효됐다. 40년 50년가량 운용되던 예산회계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을 만든 건데, 노 대통령이 국가재정법을 만들었던 취지가 뭐냐면 ‘예산, 재정을 작게 쓰면 안 된다’, 그리고 ‘단품으로 쓰면 안 된다’, 재정은 국가의 비전을 구현하는 가장 큰 기반이기 때문에 ‘재정을 가지고 나라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거였다.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의 글들을 읽어보면 시장에서의 경쟁은 기업한테 맡기겠다고 해서 "권력은 시장에게 갔다"는 말도 하셨고, 그래서 재벌하고도 일정한 공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면 국가는 뭘 하느냐? 국가는 서민과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줄 텐데, 그건 재정으로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재정 시스템을 보니까 너무 작은 것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그 법을 폐기하고 국가재정법을 만들었다. 정치가 지향하는 큰 틀에 따라 크게 크게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것, 즉 ‘전략적인 예산 배분’이 현행 국가재정법의 핵심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만들어 4, 5월에 여는데, 당시 과천 공무원연수원에 보좌관들 다 물리고 장관들끼리만 넥타이 풀고 1박 2일 예산안을 짰다. ‘이 제도를 할까요’가 아니고, ‘우리나라 복지 예산 전체를 몇 %를 늘릴까요’, 국방 예산 전체를 몇 %를 늘릴까요’였다. ‘이 전투기를 살까요’, ‘이 수당을 5만원을 올릴까요?’가 아니고, 큰 틀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때 ‘국방비는 어떤 식으로 가야되겠습니까’, ‘복지의 규모는 어떤 식으로 가야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이걸 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했는데 실제로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국정에 대한 장악력은 약했던 것 같다.

아무튼 국가재정법이 재정을 전략적으로 쓰는 건데, 이명박 정부 때는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위상이 약해지는데 그래도 재정을 좀 세게 움직인 편이다. 과감하게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국토사업을 하고, 우리 재정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부자감세를 한 방에 하기도 했다. 지출과 세입 측면에서 판단은 다르지만, 자신의 국정운영전략에 따라 재정을 쓴 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것이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국가재정의 전략적 운용 방침이나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완전 형식화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넥타이 풀고 장관들끼리 500조를 두고 분야별 배분을 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청와대에서 공공기관의 대표까지 다 배석해놓고 짜여진 대로 몇 시간에 걸친 퍼포먼스를 한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정운용에 비전이나 전략 같은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다.

예를 들어 코로나가 터져서 재난지원금할 때 70% 줄까, 80% 줄까부터 시작했다. 재정의 큰 전략과 비전이 있으면 통 크게 가면 되는데, 사실 서구 국가들은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작게 설정하고 정치권에서 논의를 한거다. 그런 면에서 차기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하고 설계했던 현행 국가재정법 체계에 대해서 잘 검토하고 반영했으면 좋겠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건을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추경을 더 확대하라고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는데 민주당 의원님들이 한다. 보통 정부여당이 안 들어주니까 야당이 하는 건데, 본인들이 예산안을 늘리는 의사결정자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여당 국회의원들이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 표적이 기재부 장관인데, 저도 기재부장관이 재정운용을 너무 작게 운용하는 거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있지만, 민주당의 비판 방식에 대해서도 조금은 의아하다. 기재부장관이 그런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청와대가 그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산편성권의 최종 책임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아니고 대통령이다. 또한 제 나름대로 검토해보면 기재부 장관의 재정운용 노선은 결국은 청와대 노선이다. 그러니까 약간 허구적인 대립이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되고, 재정을 재정답게 전략적으로 통 크게 운용해야 된다고 본다.

김능구 : 이재명 후보는 여기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이 있나?

오건호 : 지금 재정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분야도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지 않다. 앞으로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만, 통상 보면 자신의 공약을 실행하는 재원 방안하고도 연계되어 있다. 저희 복지시민단체에서는 항상 그걸 기다리고, 재원방안이 나오면 공약하고의 매칭을 보는데 거의 선거 직전에 나온다. 지금으로 봐서는 다른 당도 그렇고 민주당도, 재정에 대한 그렇게 큰 공약은 나올 것 같지 않다.



한유성 ys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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