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금융업을 잠식하며 은행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디지털’에 온 힘을 쏟는다.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개발자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도 한다. 금융산업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혁신 금융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은행 점포와 ATM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는 200개가 넘는다. 12월 내 폐쇄할 점포까지 포함하면, 올 한 해 동안 262개의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

은행 점포가 줄어들면서 모바일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농어민, 장애인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50.5%다. 전년보다 23.6%p 높아졌음에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문을 닫는 영업점은 주로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영업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지역임에도 말이다. 안 그래도 점포 수가 적은 비수도권 거주자의 불편은 한층 커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정보격차’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와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 보유 여부에 따라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해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50대 세대주는 집에서 10분 만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 발급에 애를 먹는 고령층은 수십 분이 걸리더라도 주민센터나 은행을 찾거나 대리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편의점과 메타버스에서 해답을 찾는다. 편의점 내 은행지점 시범운영, 무인 점포 확대, 메타버스 영업점 구현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지점 폐쇄의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기존 취약계층이 이용하기에 어려워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기술은 위계를 만든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신세계는 기술을 습득한 자에게만 허락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이 주는 편의성만큼, 기술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 은행은 고객이 선호하는 채널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영업 방식을 시도하는 만큼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정보통신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악화되고 있는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위해 정부가 은행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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