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제도, 공정하지 않으나 정의로워…금융도 그래야"
"경제정책은 권력수단 동원…상황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금융을 '복지정책'이라고 소개,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7일 오전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한 학생이 '기본금융 정책을 통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 질문하자 "시행한 지 2년 밖에 안 돼 검증은 현재 불가능하다"며 "이론적으로 예측한다면 복지적 대출, 대출 형식의 복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금융이라고 많이 하는데, 채무불이행을 각오하고 빌려주는 것"이라며 "그런 유형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런 판단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금융을 말하니까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본금융 개념을 만들어 낸 이유는 경험 때문"이라며 "마치 통계나 경제가 진리인 것처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본 경제는 진리이자 과학이 아니라 정치이자 의견, 가치"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제가 경기도지사, 성남시장을 하면서 보니 사회적 약자들이 돈 50만원을 빌리는데 (1금융권에서)안 빌려주니까 사채업자들에게 빌린다"며 "50만원 빌리면 선이자 수수료 등 30만원을 떼어 주고 20만원만 준다. 몇 달이 지나면 300만원, 1년 뒤에는 천만원이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개 피해자가 누구냐면, 여러분 또래 친구들"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어차피 돈 30만원을 못 갚을 정도면 가만 놔두면 기초수급자가 된다"며 "그래서 복지 대상자로 전락하기 전에 차라리 돈을 빌려주자. 그럼 재정적 이익이 아니겠냐 해서 예산 500억으로 50만원은 심사하지 않고 빌려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 답변에 반박도 이어졌다. 한 학생은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는데, 경제학부가 사회과학대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무식한 소리 했다고 할까 봐 한 마디 하면,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진리가 아니라 정책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의료보험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돈 많이 벌고 재산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니까 병이 잘 안 걸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보험료를 많이 낸다"며 "의료지출이 많은 사람은 가난하고 병이 많이 걸리는데 그 사람들은 적게 낸다"고 했다.
이어 "이게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정의롭나. 정의롭다"며 "공정과 정의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부담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게 작동 안하는 부분이 금융"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돈을 잘 갚는 부자들에게는 저리 고액 장기대출을 해주고, 가난하면 이자가 많고 조금만 빌려주고 장기로 안 빌려준다. 정의롭지 않다"며 "경제 자체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치다. 경제정책이란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여러 가지 권력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인데,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