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19일 민주당은 경선 일정을 5주 연기하여, 9월 4일 대전·충남에서 권역별 순회 경선을 시작해서 10월 10일 서울에서 최종후보를 확정하게 됩니다. 코로나 방역 상황과 추석명절, 국민의힘 경선일정까지 감안한 지도부의 결정이었는데, 추가로 확보된 한달여 기간이 민주당 경선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심송심’이란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20여일이 경과한 현재시점에서 보면 민주당 대선주자 1위 이재명 지사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세론으로 복귀할 만큼 스스로 박스권 지지율을 돌파한 것은 아니지만, 2위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가 주춤하며, 1위와 2위의 격차가 분명하게 확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본인 경선전략의 기조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김 빠진 사이다’라는 지적을 언급하며, ‘원래대로 되돌아가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세론이 흔들리고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이재명 다움’으로의 복귀를 다짐한 것입니다.

수비적인 태도를 벗고 파이터적인 모습을 되살리겠다는 것인데, 그 첫 번째로 이낙연 후보를 겨냥한 ‘옵티머스 연루 의혹’을 직접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최측근이었던 당대표 부실장의 사망과 관련한 소명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김영진 캠프 상황실장이 나서서 ‘노무현 탄핵’에 대한 당시 이낙연 후보의 찬성, 반대 여부를 밝히라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공세가 양 후보 캠프간 직접적인 공방으로 확산된 것은,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을 두고 이낙연 후보측이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비판한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1년전 당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를 만났을 때 했던 말을 소개한 겁니다.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낙연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역사다’라고 말했다는 건데, 당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보이며 대권후보 1위를 달리던 상황이라, 덕담으로 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7월초에 영남 역차별을 이야기한 이른 바 ‘안동 발언’으로 같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역, 계층, 세대 등 투표행태를 결정하는 세가지 요소가 있지만, 사실상 우리의 선거 역사는 지역주의가 규정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진보 진영의 승리 공식이 호남민심을 기반으로 충청을 얻고 영남으로 세를 확장하는 구도였고, 이를 배경으로 한 ‘호남 후보 불가론’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지역주의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데 이재명 지사의 언급으로 다시 한번 여당 경선판을 달구는 이슈가 된 것입니다.

본경선 TV토론을 통해서 이재명 지사는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 한다’고 역공을 폈고, ‘품격이, 무능하고 실력이 없는 것보다 중요한가’라고 공세를 이어갔는데, 이른 바 ‘명낙대전’이 정점을 치달았습니다. 급기야 이재명 지사의 음주운전 경력 공세가 범죄경력확인서 제출까지 가더니, 이낙연 후보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찍은 사진, 이재명 후보가 조폭과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확산 일로로 치닫던 지난 8일 이재명 지사는 돌연 ‘네거티브 중단’선언을 했습니다. ‘격화되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한 일체의 네거티브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후보 캠프간에 상시 소통채널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이낙연 후보도 기본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선거전의 네거티브는 비방과 검증을 포괄합니다. 경선 과정을 전쟁이라고 보면 네거티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원팀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는데까지 가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예측으로는 이번 대선도 ‘1대1’ 대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경험치를 보면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을 때 1.6%, 39만표 차이였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57만표, 2.3% 차이의 승리였고,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이길 때는 108만표, 3.6%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대선이 1대1로 가면 51대49, 2% 대결이라고 볼 수 있고, 각 진영의 결속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선 과정의 갈등을 극복하고 ‘후보를 중심으로 원팀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후보가, 네거티브 과열을 막는데 동의했다고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핵심 공약 원팀 퍼즐을 맞춘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핵심 공약 원팀 퍼즐을 맞춘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거티브 공방의 부작용이 지표로 나타난 것이 민주당 양강 후보에 대한 선호도 하락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8월 3~4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재명과 이낙연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각각 56.5%와 57.1%로 윤석열 후보의 50%보다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호감도는 각각 40.1%와 37.9%로 역시 윤석열 후보의 46%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여권 양강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비호감도가 높았던 윤석열 후보와 비교해서 열세에 처했다는 사실은, 여권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말씀드린대로 원팀의 균열 가능성입니다. 이낙연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5선의 설훈 의원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과거부터 경선과정에서 치고 받고 하는 것은 있어왔지만 결국은 원팀이 되었는데,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슬아슬한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경선불복을 암시하는 협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는데, 그것이 당원과 지지자들 앞에서 난타전을 벌이는데 대한 여권 중진의 솔직한 소회라고 본다면, 그것도 이재명의 네가티브 중단선언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타 후보들의 경선 전략 변화도 눈에 뜨입니다. 예비경선에서 후보들의 공세가 이재명 지사에게 집중되었다면, 두 차례 진행된 본경선 TV토론에서 정세균, 박용진, 추미애, 김두관 등 후보들은 오히려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낙연 후보 견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경기지사직 사퇴 요구 공방도 벌어졌습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정책적 실수로 지적된 기본소득 문제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경기도민 전체로 확대하는 안’을 통해 정면돌파하는 모습입니다. 지사직을 선거에 활용한다면서 이낙연 후보 측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이 ‘직책을 놓고 뛰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표현한 바 있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튼 민주당의 경선은 한 단계를 넘어섰고 본격적인 정책 대결 중심으로 전개될 계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면 여권에 네거티브 재연의 가능성은 없어진 걸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여권 주자 양강의 네거티브 공방, 그 배경에는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정권의 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권의 핵심 기반이라 할 호남과 친문의 표심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본선 주자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그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그것이 네거티브가 되었든 검증이 되었든 병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도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검증은 지속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 경륜과 도덕성, 그리고 민주당의 적장자라는 측면에서 저평가 우량주로 분류되는 ‘경제대통령’ 정세균 후보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본 경선 승부의 최대 관심은 결선투표 가능성에 있습니다. 1위 주자의 50% 득표가 기준입니다. 민주당의 경선 룰은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당원과 국민선거인단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민주당지지층의 여론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1위 주자인 이재명 지사에 다소 유리하게 나타납니다. TBS와 KSOI의 8월 6~7일 조사에서,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31.4%, 이낙연 19.8%인데,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이재명 50.4% 이낙연 32.9%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갤럽의 8월 1주차 조사 대선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25%, 윤석열 19%, 이낙연 11%인데, 민주당지지층에서는 이재명 46%, 이낙연 28%입니다. ‘현정권 유지’ 의견을 가진 층들은 이재명 50%, 이낙연 25%의 지지를 나타냈습니다.

민주당 경선 일정상 투표결과가 처음 오픈되는 것은 9월 12일입니다. 충청과 TK를 거쳐 강원지역 경선이 벌어지는 날인데, 모두 세차례의 선거인단 투표 중 1차 국민선거인단 76만명의 투표결과가 발표됩니다. 그날 발표 결과에 따라 각 후보들의 전략 변화와 후보간의 합종연횡 등 새로운 경선 판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월 재보선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좁혀졌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4기민주정부라는 정권재창출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6명 후보의 대표공약을 당의 핵심공약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합니다. 양당 모두에게 바라는 바이지만, 치열한 논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만들고 어젠다를 구체화하는 생산적인 경선, 그 속에서 탄생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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