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업계 "공연 10개 중 8개는 취소"
피해 금액 '약 20억원'

 

지난 14일, '산책', '오늘 밤을 날아요' 등의 노래로 유명한 인기 인디밴드 그룹 '취향상점'을 만났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만 바라보며 공연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지난 14일, '산책', '오늘 밤을 날아요' 등의 노래로 유명한 인기 인디밴드 그룹 '취향상점'을 만났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만 바라보며 공연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우리 함께 걷는 거야 어둠을 뚫고.”

인기 인디밴드 그룹 ‘취향상점’의 노래 ‘산책’의 한 소절이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적인 노랫말과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둠 속으로 가고 있었다.

대중음악 공연계의 오프라인 무대가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취향상점의 메인 보컬을 맡은 도제현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 매출이 약 80% 줄었다”며 “공연 횟수가 10개 중 8개는 취소가 됐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음식점·카페 영업장 내 무대 시설에서 공연행위는 금지됐다. 이로 인해 대중음악 공연인들은 무대를 잃었다. 일각에선 뮤지컬·클래식 공연과의 차별성도 제기했다.

지난달 26일 대중음악공연인들은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차별 금지를 촉구한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중음악 공연은 집객(손님을 모으는 것)의 차별까지 받는 이중고를 겪어왔다”며 “같은 무대 퍼포먼스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연극, 클래식 공연 등에 비해 훨씬 엄격한 기준 적용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1년간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관객 간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에서는 비대면 공연을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공연 현장의 직접성과 감동은 온라인으로는 재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각지대 “뮤지컬은 되고 대중음악공연은 100명 미만?"

코로나19 방역 지침에서 대중음악 가수들의 무대는 공연이 아닌 집합·모임으로 분류되어 있다. 현재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보면, ‘공연’은 좌석을 한 칸씩 띄어 앉기만 하면 100명 이상 대규모로 열 수 있다. 하지만 '집합·모임·행사'는 100명 미만 규모로만 가능하다.

일각에선 오밀조밀 모여 무대를 즐기는 대중음악의 특성과 좌석에 앉아 감상하는 클래식 공연의 차이로 차별성을 둔 방역 조치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한 구청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만 공연장이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 공연하는 건 칠순 잔치”라는 발언으로 대중 음악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도 8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현실적 공연장 기준을 마련해 더는 소규모 공연장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을 요구한다”고 했다.

대중음악공연인 단체는 정부에서 우려하는 관객의 집단 가창과 함성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뮤지컬 공연장도 비슷하게 노출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유독 대중음악 공연만 그 위험성이 과장되어 왔다. 무대 출연자 규모만 보더라도 대중음악 공연은 뮤지컬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는 철저한 방역 수칙 매뉴얼 마련은 물론, 관객 수에 비례한 방역 관리자 배치, 방역 지침 사전 홍보 등의 노력을 해 왔다”며 “대중음악 공연계의 이런 노력을 믿고, 타 장르 공연과 집객의 형평성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기 인디밴드 그룹 '취향상점'. 이들은 대학시절 만나 3년째 홍대를 위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연 횟수만 지난해 대비 약 80%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인기 인디밴드 그룹 '취향상점'. 이들은 대학시절 만나 3년째 홍대를 위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연 횟수만 지난해 대비 약 80%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정부 "비대면 공연이 그 대안"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취향상점’. 이들은 3년 차 밴드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평균 공연 횟수는 일주일에 2번 정도였다. 이마저도 코로나19가 확산해 일주일에 한 번은 커녕, 월 단위 공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드럼을 치고 있는 강정혜 씨는 “요즘엔 한 달에 한 번도 어렵다. 공연이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산업 레이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홍대 인근 공연장에서 취소된 공연은 약 416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금액은 20억원에 달한다. 입장권을 팔지 못한 데 따른 손해만 계산한 것인데,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유지비 등을 합하면 피해 금액은 훨씬 더 크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업계는 비대면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직접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나야 인지도를 더 쌓을 수 있다. 또한 비대면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포기해야 하기에 여러모로 잃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디밴드 업계도 아이돌처럼 온라인 공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인디밴드에게 영상 제작에 필요한 제작비는 오프라인 공연 제작비보다 부담이 더 크다. 공연장을 빌려야 하고 촬영·송출 장비도 필요하다.

비대면 공연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가 뒷받침된다. 하지만 인디밴드 업계는 장비를 갖출 능력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한국공연장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연예술업계 지원 방향이 언택트(비대면)에 맞춰져 있다면, 그에 대한 장비 및 기술, 인력 지원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문화생태계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내용을 보면 '디지털·비대면 전환' 항목이 있다. '온라인 케이팝 공연장 조성 및 제작 지원'이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대부분 메이저급 대중 가수들을 위한 지원이고, 인디 업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내역은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와 함께 인디 뮤지션들의 주 공연장인 스탠딩공연장에 대한 정부의 지침도 문제다. 최근 공연계에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스탠딩은 금지다. 인디 공연장의 대부분은 스탠딩 공연장이다. 사실상 공연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소속사가 없는 인디밴드 음악인들은 대부분 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인지도를 높인다. 이 공연으로 발생한 수입으로 음원도 낸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 이제 인디밴드 업계는 존폐위기에 처해 있다.

'취향상점' 밴드 구성원들은 대학 시절부터 꿈을 향해 한 길을 걸었고, 20대를 음악을 하며 보냈다. 이들 중엔 30대도 있다. 청춘을 음악과 함께한 그들의 장래는 밝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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