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이야기] ‘살고 싶은 섬’과 ‘1도 1뮤지엄’

2021.03.12 14:11:22

 

2018년 3월 도서개발촉진법이 개정되면서 8월 8일이 ‘섬의 날’로 명명되고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이듬해인 201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섬의 날 기념행사가 시작되었다. 섬의 날을 제정한 취지는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에 대해 국민과 함께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섬의 날 제정과 함께 정부는 기존의 ‘살기 불편한 곳, 가기 힘든 곳’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여, ‘소중한 삶의 터전: 문화, 관광, 환경, 해양·생태 자원의 보고’로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아직 ‘섬의 날’ 제정이 주는 효과를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섬 개발 정책은 ‘가고 싶은 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섬의 가치를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섬의 이미지가 관광지 차원에서 한번은 가 볼만한 장소로만 머물러 있는 한계도 분명했다. 그사이 섬의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가장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자체이다.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된 후 1970년 당시 인구가 163,883명이었는데, 2021년 1월 현재 38,768명에 불과하다. 최근 육지와 연결되는 연륙교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구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섬에 대한 개발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이 함께하는 ‘살고 싶은 섬’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이 절실하다. 현대 사회에서 정주 여건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는 문화생활을 향유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충족되는가의 여부이다. 그런 면에서 섬은 오랫동안 문화 소외지역의 설움을 겪었다. 섬에서도 문화생활이 가능하도록 ‘문화의 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섬에도 사람이 살 수 있고, 섬이 지닌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지속할 수 있다. 

 

‘문화의 섬’을 만들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는 박물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박물관’의 의미는 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기초 문화공간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보면 섬에 박물관을 짓자는 이야기가 쉽게 수긍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도시에서도 운영하기 어려운 박물관을 섬에 짓는다면 과연 제대로 운영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섬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기초 문화생활에 대한 상징적 지표이다. 건물을 으리으리하게 짓자는 것이 아니다. 섬 지역에는 인구감소로 인한 폐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을 활용하여 생활 친화형 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박물관을 섬의 고유문화를 전승·전시·체험하고, 섬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 소외지역의 이미지를 벗고, 문화의 섬으로 탈바꿈해 나갈 수 있다. 

문화의 섬 만들기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전라남도의 신안군을 들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폐교를 활용하여 박물관을 하나둘 늘려가더니, 최근에는 아예 ‘1도 1뮤지엄’ 조성을 신안군 발전을 위한 대표 문화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안군은 지방에 있는 하나의 군이지만, 바다 위의 섬으로 이루어진 특성상 매우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바다 면적을 포함하면 서울특별시의 22배에 해당하고, 육지면적만 따져도 더 넓다. 

1도 1뮤지엄 사업을 근간으로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섬을 문화로 이어주고,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도 1뮤지엄’이라는 용어에는 ‘살고 싶은 섬’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선언적 의미도 담겨 있다. 현 섬 주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문화환경을 갖추기 위함이다. 신안군에 설치된 농민운동기념관, 이세돌 바둑 기념관, 서각박물관, 화석광물박물관, 생태교육원 등은 모두 폐교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사례이다. 

 

물론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이용률을 더 높여야 한다. 새롭게 추가될 시설들을 기획할 때 섬 주민들의 실질적인 필요성에 부합되는 주제와 관광 목적 외에 일상 속에서 문화생활의 터전이 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 간다면 ‘문화의 섬’을 만들려고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안군의 이러한 시도는 국가 차원의 섬 정책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을 짓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교통의 접근성, 수익율, 연평균 관람객 등을 토대로 사업 타당성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러한 기존 박물관 건립의 승인조건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섬 지역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현실이 된다. 육지 대도시에 설치하는 기존 박물관의 개념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섬에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기초 시설을 지원한다는 정책적 판단과 대한민국의 ‘문화다양성’을 보존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늘려나가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져야 한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에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섬은 대한민국 문화다양성의 보고이다.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거점 공간이 필요하고, 그곳에 사람이 살아야 한다. 

올 8월에 드디어 ‘국립 한국섬진흥원’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 섬 정책을 개발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한국섬진흥원의 정책 개발도 이제는 육지와 차별 없이 문화생활이 가능한 ‘문화의 섬’을 가꾸어나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이 있는 대한민국의 섬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섬에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거기에 박물관을 만드냐”는 고정관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 최성환 교수는 목포항과 다도해를 중심으로 한국지방사를 전공하는 역사학자이다. 현재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섬 인문학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 과제는 “섬 인문학, 인문지형의 변동과 지속가능성”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섬사람들의 인문환경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호남사학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립해양유물전시관·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전남농업박물관·목포대박물관 등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목포(대한민국 도슨트)』, 『문순득 표류 연구』, 『유배인의 섬 생활』, 『천사섬 신안, 섬사람 이야기』 등이 있다. 섬 관련 논문으로는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생활과 저술 활동」, 「비금도 천일염전 개발과정과 사회적 확산」, 「섬 사람들의 탈경계적 공간인식과 지적전통」,  「러일전쟁기 일본해군의 옥도 팔구포방비대의 설치와 활용」 등이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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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목포대학교 사학과·도서문화연구원 교수 islands@mok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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