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 등의 안내를 받으며 침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 등의 안내를 받으며 침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보다 먼저 호남의 수해현장 찾기, ‘약자와의 동행’ 강조,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당헌당규에의 반영. 이런 모든 것들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변화상이다. 민생 행보와 동시에 도덕적 가치 확립을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지지율까지 덩달아 상승하며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기에 ‘일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 먼저 찾은 통합당…변화 시그널로 평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지도부는 10일 당의 약세지역인 호남으로 향했다. 침수 피해가 막심한 수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치 행보지만, 민주당보다 더 먼저 찾았다는 것에 크게 방점이 찍힌다. 계획에도 없던 호남행은 김 위원장의 즉흥적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통합당의 ‘호남행’은 11일에도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마저 취소하고 당 소속 초선의원 58명 전원에게 현장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통보한 것이다. 이에 초선 의원 16명이 봉사활동 지원 의사를 밝혔다.

봉사활동에 같이 참가한 천하람 통합당 조직위원장은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강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나서는 등, 당이 최근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위기의식과, 우리 당이 부족하다고 지적돼 왔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자와의 동행’이 보수주의의 본령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기득권 세력 위하는 당’에서 탈피해 약자 챙기려는 통합당

천 위원장의 말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기존 통합당이 소홀했다고 평가받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 것에는 김종인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여공 출신의 국회의원인 김미애 의원의 비대위원 등용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김병민 비대위원은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동체에 속한 모두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당의 뿌리부터 가꿔나가겠다”며 “최근 여러 민생 행보는 정치의 기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당, 도덕적 정체성 확립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렇게 통합당이 최근 기득권 세력만을 위하는 당이나 막말 정당에서 탈피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바탕에는, 당을 꿰뚫는 ‘도덕적 정체성’의 확립이 아주 오래전부터 부실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실제로 2016년 발표된 논문인 “도덕기반이론을 통해 본 한국 정당의 유권자 동원 담론: 정당 논평에 대한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 당의 대변인 논평을 분석한 해당 논문의 경우,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에 대해 “도덕성에 기반한 논리를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데에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보수정당 자체로 특정한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장기적이고 공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또한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에는) 보수정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난 정말 이 당을 찍을 거야’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럴 코드(도덕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덕률이 사실상 크게 확립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과거 새누리당은 강고한 지역기반과 박근혜라는 거대한 스타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많이 교만했고 도덕적 문제에 대해 소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 소장은 “다만, 새누리당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을 기반으로 해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자신들(진보진영)의 도덕적 가치인 상생, 인권, 평등 등을 전부 저버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책적 실패와 무관히, 민주당만이 가진 도덕적 가치의 상실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통합당은 이럴 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캠페인 등을 전담하는 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통합당이 앞서 나가려면, 보수의 도덕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확립과 그 실천이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도덕적 정체성 확립을 놓고 “무리하지 말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며 “봉사활동, 정책, 발언 등에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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