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이재명 똑똑” 친문 “대통령감 아냐”
유승민과 같은 전형적인 ‘역선택’ 지적
이규민 “역선택 아닐 것…李, 확장성 있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보수는 과연 어떻게 볼까.

그는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상당수의 친문 지지자들이 이 지사의 ‘포텐셜’을 평가절하한다. 반면 특이한 점은 미래통합당을 주로 지지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 중 일부가 오히려 이 지사의 경쟁력을 높이 보고 있다.

이재명 “보궐선거에 후보 내면 안 돼” 발언에 보수층이 오히려 고평가

이 지사는 내년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 당헌에 따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내년 보궐선거에 내지 말아야 한다”고 20일 발언한 바 있다.

그러자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이재명 머리 굴리는거 대단하다. 계산이 철저하네”, “이재명 입장에서 완벽한 전략”, “너무 싫은데 너무 영리한 것도 사실”, “서민들에게 어필하는 법은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는 이 지사의 경쟁력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고평가한다는 뜻으로, 실제 민주당을 지지하는 친문 지지층의 시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실제로 친문 성향 지지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지사의 해당 발언을 두고 ‘전형적인 대권용 발언’이라 평가했다. “전과 4범이 아무리 애써봐야 대통령 못 된다”, “애초에 대통령감이 아니다”, “혜경궁 사건만 봐도 바로 out”,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더 지지할 일은 없음” 등의 반응 역시 나왔다.

‘역선택’ 지적 나오는 이재명에 대한 보수층의 호응도

이 지사의 경쟁력을 친여 성향 지지자들보다 막상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고평가하는 것을 두고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 유권자들은 정치인이 보여주는 ‘일관성’을 좋아하는데, 이 지사의 경우 각 사안에 대해 ‘일관성’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며 “그것이 아마 보수 유권자들이 이 지사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경쟁력있다고 평가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에 대한 보수층의 고평가는 전형적인 역선택으로, 과거 유승민 의원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고평가받았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며 “그래도 이낙연 총리를 오차 범위 내에서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경쟁력 측면에서도 (과거 유승민보다는) 훨씬 강력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로 이 지사의 당적이 민주당임에도 보수층에게 고평가 혹은 지지 받고 있음을 보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 6.7%의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7.6%를 받아 이낙연 의원의 보수야당 지지층에서의 지지율(각각 3.4%, 1.9%를 기록)을 앞섰다.

이에 ‘영남 프리미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는 영남 출신이기에 경쟁력에 고평가가 붙는 측면에 있다”며 “”이재명은 우리편이 아니야“라는 친문 지지층의 정서를 희석시키지 않는다면 여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기는 힘들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얘기를 할 줄 아는 장점 또한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분열을 원하는 보수층의 심리가 보수층의 이 지사 고평가 및 역선택으로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재명을 이용해 민주당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통합당 지지자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사를 고평가하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거대 여당 분열에 이재명이 도움이 될 것”등의 글이 올라왔다.

보수층의 이 지사 고평가에 대해 진보‧보수 따라 견해 갈려

이재명 “역할에 최선 다하겠다”며 신중한 행보 도모

이러한 보수층의 호감과 고평가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경우 특유의 도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적 능력과 더불어, 정치적 사안 사안마다 확실한 자신의 평가를 내놓기에 2030대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라며 “보수층이 이 지사에 갖는 호감이나 고평가 또한 이 지사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 이 지사는 확장성이 있는 정치인으로, 역선택 때문에 지지를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이 지사에 대한 진정한 고평가 혹은 지지인지, 아니면 역선택 차원인지에 대한 해석이 진보‧보수 진영 간에 갈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지층 및 호감을 갖고 있는 계층에 대한 해석이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이 지사의 경우 여론조사상으로 지지를 계속하겠다는 응답이 55.3%로 74%에 육박하는 이 의원의 응답과는 크게 격차가 있었다. 좀 더 확실히 지지기반을 굳혀야 한다는 과제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지사 또한 지난 16일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주권자인 국민께서 정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대권주자론에는 올라타되, 몇 발언으로 자신의 파급력과 확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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